지난 주말에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이틀 연속 연이어 사무실로 출근을 했다.
쉽게 마무리 지을 꺼라 생각했던 일들은 생각보다 더디 진행되었다.
하나를 마무리 지으면 또 다른 하나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튀어나오고, 마무리 지은 일들도 아직 눈과 손에 익은 일들이 아니라 다시 검토하다 보니 평일 퇴근시간이 훌쩍 넘기고 말았다.
그래도 어찌 되었든 당장 월초에 끝내야 하는 일들을 어느 정도 해결하고 나니, 주말에 쉬지 못했다는 아쉬움보다는 마음의 짐 하나를 내려놓은 여유로움이 더 크게 찾아왔다.
'그래, 이 정도까지 했으니 당분간은 칼퇴다!' 속으로 확신에 찬 다짐과 함께 새로운 월요일을 맞이 하였다.
그리고 원치 않은 변수가 찾아왔다. 그렇다. 원래 일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다. 살아가는 인생살이가 그러한 것이 아니겠는가.
어찌 되었든 간에, 사회초년생이 아니기에,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며 묵묵히 하나씩 정리하고 해결해 나갔다. 정시퇴근은 이미 물 건너갔으며, 안타깝게도 그토록 원치 않은 야간근무도 하게 되었다.
그래도 애쓴 보람은 있었는지 수요일 오늘 오후 2시쯤이 되니 슬슬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따 퇴근하면 밀린 공부도 하고 체육관도 다녀와야겠다.'
.
.
.
....라는 생각을 했었던 거 같기도 하다.
피곤한 것도 아니고, 우울한 것도 아니다. 저녁 먹고 소파에 누워 잠들어 버린 것도 아니다. 그냥 아~~ 무겠도 하기가 싫어져 버렸다. 아무리 게으른 나라도 하루에 영어 학습지 한 장은 풀었고, 주말이 지나면 뭔가 답답하고 좀이 쑤셔 체육관을 가는 나였는데, 뻔히 시간이 지나가고 있는걸 정면으로 시계를 쳐다보면서 그냥 가만히
풍화되는 돌멩이처럼 있었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할 일들은 몽실몽실 떠오르는데 나의 의욕은 한없이 추락하는 무거운 추처럼 가라앉고 있다.
오늘 저녁으로 먹을 곱창전골에 추가로 얹어서 먹기 위해 당면을 사러 나갔던 것이 마지막 에너지였나 보다.
속이 쓰려온다. 양배추즙 한포에 영양제 하나를 챙겨 먹고 차 한잔 우려내고 있다.
다가오는 명절만을 기다리고 있다. 하루 푹 쉬면 원래의 컨디션으로 돌아올 것이다.
거실 한편에 지나치는 끝에 화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태풍이 지나가고 아침에 제법 쌀쌀하길래 거실 한편으로 옮겨둔 화분이다. 물을 골고루 주면서 속으로 생각해본다.
'그래, 너라도 힘차게 쑥쑥 자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