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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연 Nov 28. 2022

나를 움직이게 하는 환경설정

지적 허영심이었을까? 가끔 읽지도 못할 책들을 구매하고 방구석이나 책상 위에 덩그러니 내버려 둘 때가 있다.

책 읽기에 습관을 들여보고자 좌식 소파도 구매하고, 눈길이 자주 가는 거실 한쪽에 책장을 두어 책들을 정리해두기도 해 보았지만 여간 읽지를 않는다.


예전 어느 한 유튜버의 말이 생각이 났다.

'공부를 하는 것은 공부를 하는 것 그 자체도 공부이지만 공부가 잘 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까지도 공부이다.'이 말은 공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하고자 하는 모든 일에 적용이 된다.


예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인터넷 강의까지 신청을 해놓고 공부를 전혀 하지 않고 시간만 보내고 있을 때 집 근처 스터디 카페를 등록을 하였다. 물론 집에도 책상과 컴퓨터가 있었지만 주인을 잘못 만난 탓에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였다. 집에서 공부를 하는 것은 단순히 의지만으로 실행되지 않았다.

공부하는 시간대도 바꾸어보고, 책상 위치도 바꾸어 봤으나 효과가 있는 방법은 아니었다.

집 앞 스터디 카페를 월정액으로 끊고 나서야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나를 공부하게 하는 환경설정은 스터디 카페였던 것이다. 물론 스터디 카페를 간다고 하여 엄청난 집중력과 의욕이 생겨 몇 시간 동안 내리 공부를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오랜만에 시작하는 공부가 익숙하지 않아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을 때 공부습관을 자연스럽게 잡아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점차 늘어나고 공부에 익숙해지자 집에서도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스터디 카페라는 환경설정을 통해 나를 움직이고 습관을 만들어 다른 장소에서도 공부할 수 있게끔 만들어 준 것이다.


퇴근 후 가는 체육관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목표는 주 3회 이상을 가는 것이었으나, 이 또한 생각처럼 잘 되는 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주 3회는 빠지지 않고 가게 될까?

처음에는 퇴근 후 식사를 하고 조금 쉬었다가 가려했었다(정해진 수업시간이 있는 곳이라 퇴근 후 몇 시간 여유가 있었다).  그러다가 몸이 노곤해져서 잠들어버리면 만사가 귀찮아서 가지 않게 되는 일이 종종 생겼다. 그리고 나중에는 체육관은커녕, 초저녁 잠이 생겨 밥만 먹고 나면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스스로 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의도하지 않은 거였지만 나 스스로 초저녁 잠을 만드는 환경설정을 해버린 것이었다.

체육관을 가지 않는 것도 문제였지만 식후에 잠이 들었다가 깨니, 속도 더부룩하고 진짜로 자야 할 시간에 잠을 못 자 다음날 기상에 지장을 주기까지 했다.

알람을 맞추고 잠을 자기도 해보고, 차라리 퇴근 후 바로 한숨 잤다 일어나는 것도 해보고, 이래저래 해보다가

쪽잠을 자는 거 자체가 문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잠을 자지 않기로 하였으나 이미 형성된 습관은 저녁 식사 후 소파 위로 나를 자연스럽게 눕게 만들어버렸다. 단순히 그냥 앉아서 쉬어야지 라는 마음만으로는 안되었다. 그래서 차라리 집을 나가버리는 걸 선택했다.

밥을 먹고 간단히 치운 후 휴대폰과 이어폰을 챙겨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멀찍하게 동네 한 바퀴를 돈다.

그냥 한 바퀴 도는 것은 지루하기에 집에서 조금 먼 반찬가게를 선택해 내일 먹을 반찬을 사러 갈 겸 들러본다.

한 30분 걷고 오면 밥 먹고 오는 나른함과 슬쩍 오려던 잠은 달아난다. 집에 도착해 정리가 덜 된 싱크대와

나머지 집 청소를 끝낸 후 이때를 놓치지 않고 바로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

집에서 쉬면 쉴수록 체육관을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간의 경험으로 깨달았으니  다시 실수를 반복할 필요는 없다. 체육관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으나 바로 집을 나선다. 책을 한 권 집어 든다.

체육관에 도착했으나 바로 들어가진 않는다. 남은 시간 주차된 차에 앉아 책을 펼쳐본다.

제한된 시간이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꽤 집중해서 읽어 내려간다.

운동을 가기 위한 나름의 방법이었는데 덕분에 책도 읽게 되었다. 이런 게 바로 일석이조인가 싶다.

책을 읽기 위해서 별짓을 다해도 안 읽어지던 책이 너무나도 쉽게 잘 읽혀 내려간다. 나에게 독서는 틈틈이 짬을 내어 내는 것이 좋은 환경설정이라는 것을 덕분에 알게 되었다.


나의 생각과 의지에는 한계가 있으나, 환경 조성을 조금만 해주면 생각과 의지에서 끝나는 일에 힘이 실린다. 물론 환경설정이 즉각적으로 형성되고, 나에게 딱 맞는 설정값을 찾는 게 생각보다 더디 걸릴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단순히 시작하기 전의 단계가 아닌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과정이라는 것을그동안의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우리 집 거실 한편에 요가매트가 자리하고 있다. 요가매트 위에서 몇 번이나 발을 떼 보았을까? 결국 요가 매트는 혼자서 외롭게 먼지만 쌓여가고 있었다. 나의 요가 생활을 위한 환경설정이 필요했다. 그리고 사무실 근처에 요가 학원을 등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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