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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연 Sep 22. 2024

내가 제로음료는 먹지 않는 이유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제로음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한창 웬만한 모든 음료가 제로음료로 나오기 전에

생소한 브랜드의 낯선 이름의 제로 탄산음료를 지인이 추천해 줬었다.


톡 쏘는 맛과 함께 들어오는 청량한 맛은 내가 아는 그 탄산음료와 다를 게 없는데  0칼로리라니,

신세계였다. 어쩌다 한두 캔 씩 먹다가, 나중에는 인터넷으로 박스채 시켜 먹기도 했었다.

어차피 칼로리가 없으니 먹어도 크게 부담이 안되고, 출출할 때 간식 대신으로 먹으면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될 듯싶었다.  

그래도 물을 대신할 수 없는 건 알고 있었기에 물 마시는 양을 줄이지는 않으려고 나름 현명하게(?) 제로 칼로리 음료를 잘 마시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출출할 때도 마시고 뭔가 입이 궁금할 때도 마셨다.

운동을 끝내고 시원하게 냉장고에서 꺼내먹는 제로탄산음료는 정말 맛있었다. 가끔은 더 시원하게 먹으려고 얼음도 넣어서 먹었으니, 하루의 마무리는 제로탄산음료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한참 후에야 내 입맛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평상시에는 잘 먹지도 않는 바닐라라테와 캐러멜라테가 먹고 싶어 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쩌다 단 게

당기나 보다 하고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점점 갈수록 단음료를 찾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애초의 나는 시럽이 들어간 달달한 음료는 몇 입 먹고는 물려서 더 못 먹는 입이었는데, 나중에는 내 몫을 따로 하나 챙겨야 할 정도로 양이 늘어난 것이었다. 일례로 고깃집에서도 탄산음료 몇 모금 먹고 나면 잘 안 먹는지라 남이 먹고 남은 거 한두 모금 먹거나 아예 안 먹는 게 일상이었는데 이제는 내 거를 따로 시켜야 했다.


그렇게 단음료를 찾아 먹고 먹는 양이 늘기 시작하자 다른 부분에도 점점 영향을 끼치게 되었던 것 같다.

달달한 디저트류를 먹는 양이나 횟수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몇 입 먹고 너무 달아서 물려서 못 먹는 음식들을 더 이상 남기지 않고 먹게 되는 것이었다.


제로음료는 칼로리는 없지만 그 달달한 맛이 내 입맛도 달달한 입맛으로 바꿔놓은 것이었다.

칼로리가 없어서 마음 놓고 마셨던 음료가 입맛에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을 못한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리 주말마다 식사 사이사이마다 군것질을 하고 간식을 시켜 먹었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

처음에는 그냥 내가 살찌려고 이러나 보다. 주말에는 이렇게 퍼지면서 쉬는 거지 뭐. 하면서 연관성을 못 찾았었는데, 돌이켜보면 입은 달달한 게 당기는데 식사로 만족이 안된 것이었다.

열심히 운동을 끝내고 나서 시원한 물이 생각이 나는 게 아니라 체육관 근처에 있는 프랜차이즈의 딸기스무디였다. 이때까지도 내 입맛이 달게 바뀌었는지 몰랐었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시켜 먹는 치킨을 먹다가 딸려온 서비스 탄산음료를 다 마시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원래 치킨을 먹어도 탄산을 잘 먹지 않는 사람이었다.


물론 내가 원래 탄산음료를 좋아했고 자주 먹는 사람이었다면 제로 음료로 바꿔서 먹는 게 도움이 되었겠지만

평상시의 나는 그렇게 탄산음료를 잘 먹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에게 그 제로 탄산음료의 단맛이 나의 입맛에 영향을 준듯하다.


이제는 더 이상 제료음료를 먹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갑자기 살이 빠지고 단것을 일절 못 먹는 입맛으로 바뀌고 그러진 않았다. 다만 이번 주말에 예전 같았으면 점심을 먹고 분명 최소주문에 맞춰 커스터드 도넛두 개에 음료 하나 시켰을 것을 아메리카노 한잔만 먹고 끝내는 걸 보면 그래도 조금씩 예전의 입맛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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