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제로음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한창 웬만한 모든 음료가 제로음료로 나오기 전에
생소한 브랜드의 낯선 이름의 제로 탄산음료를 지인이 추천해 줬었다.
톡 쏘는 맛과 함께 들어오는 청량한 맛은 내가 아는 그 탄산음료와 다를 게 없는데 0칼로리라니,
신세계였다. 어쩌다 한두 캔 씩 먹다가, 나중에는 인터넷으로 박스채 시켜 먹기도 했었다.
어차피 칼로리가 없으니 먹어도 크게 부담이 안되고, 출출할 때 간식 대신으로 먹으면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될 듯싶었다.
그래도 물을 대신할 수 없는 건 알고 있었기에 물 마시는 양을 줄이지는 않으려고 나름 현명하게(?) 제로 칼로리 음료를 잘 마시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출출할 때도 마시고 뭔가 입이 궁금할 때도 마셨다.
운동을 끝내고 시원하게 냉장고에서 꺼내먹는 제로탄산음료는 정말 맛있었다. 가끔은 더 시원하게 먹으려고 얼음도 넣어서 먹었으니, 하루의 마무리는 제로탄산음료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한참 후에야 내 입맛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평상시에는 잘 먹지도 않는 바닐라라테와 캐러멜라테가 먹고 싶어 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쩌다 단 게
당기나 보다 하고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점점 갈수록 단음료를 찾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애초의 나는 시럽이 들어간 달달한 음료는 몇 입 먹고는 물려서 더 못 먹는 입이었는데, 나중에는 내 몫을 따로 하나 챙겨야 할 정도로 양이 늘어난 것이었다. 일례로 고깃집에서도 탄산음료 몇 모금 먹고 나면 잘 안 먹는지라 남이 먹고 남은 거 한두 모금 먹거나 아예 안 먹는 게 일상이었는데 이제는 내 거를 따로 시켜야 했다.
그렇게 단음료를 찾아 먹고 먹는 양이 늘기 시작하자 다른 부분에도 점점 영향을 끼치게 되었던 것 같다.
달달한 디저트류를 먹는 양이나 횟수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몇 입 먹고 너무 달아서 물려서 못 먹는 음식들을 더 이상 남기지 않고 먹게 되는 것이었다.
제로음료는 칼로리는 없지만 그 달달한 맛이 내 입맛도 달달한 입맛으로 바꿔놓은 것이었다.
칼로리가 없어서 마음 놓고 마셨던 음료가 입맛에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을 못한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리 주말마다 식사 사이사이마다 군것질을 하고 간식을 시켜 먹었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
처음에는 그냥 내가 살찌려고 이러나 보다. 주말에는 이렇게 퍼지면서 쉬는 거지 뭐. 하면서 연관성을 못 찾았었는데, 돌이켜보면 입은 달달한 게 당기는데 식사로 만족이 안된 것이었다.
열심히 운동을 끝내고 나서 시원한 물이 생각이 나는 게 아니라 체육관 근처에 있는 프랜차이즈의 딸기스무디였다. 이때까지도 내 입맛이 달게 바뀌었는지 몰랐었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시켜 먹는 치킨을 먹다가 딸려온 서비스 탄산음료를 다 마시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원래 치킨을 먹어도 탄산을 잘 먹지 않는 사람이었다.
물론 내가 원래 탄산음료를 좋아했고 자주 먹는 사람이었다면 제로 음료로 바꿔서 먹는 게 도움이 되었겠지만
평상시의 나는 그렇게 탄산음료를 잘 먹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에게 그 제로 탄산음료의 단맛이 나의 입맛에 영향을 준듯하다.
이제는 더 이상 제료음료를 먹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갑자기 살이 빠지고 단것을 일절 못 먹는 입맛으로 바뀌고 그러진 않았다. 다만 이번 주말에 예전 같았으면 점심을 먹고 분명 최소주문에 맞춰 커스터드 도넛두 개에 음료 하나 시켰을 것을 아메리카노 한잔만 먹고 끝내는 걸 보면 그래도 조금씩 예전의 입맛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