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갑작스럽게 불어난 살 10킬로는 여간해서 잘 빠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조금씩 빠졌다 찌길 반복
제자리걸음이었다.
10킬로가 찌고 난 후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바로 식후 졸음이었다. 살이 찌기 전에도 식후 식곤증이 오긴 했었지만 그저 나른한 정도였었는데 살이 찌고 나서 오는 식곤증은 차원이 달랐다. 출근해서 일을 하고 있을 때야 어느 정도의 긴장상태라 그런지 크게 영향을 받지 않다가 퇴근해서 집에 와서 저녁만 먹으면 그렇게 잠이 쏟아졌다. 처음에는 단순한 초저녁잠이거나 그냥 피곤했나 보다 하고 넘겼으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저녁을 먹고 나면 쏟아지는 잠에 30분씩은 알람을 맞추고 잘 정도였다. 그 30분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늘어나 나중에는 1시간을 꼬박 자야 정신을 차리는 경우가 종종 생겼다.
저녁을 먹고 그런 식으로 잠을 자고 나니 당연히 속은 부대끼고 막상 잘 시간에 자려고 하면 잠이 오질 않았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다음날에도 지장을 주니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잠을 안 자려고 일부로 나가서 산책도 하고 그 운동도 나가봤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는 쏟아지는 잠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나중에는 내가 이러니까 살이 찐 건지 살이 쪄서 이렇게 된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삶의 질은 당연히 떨어지고 있었다. 매끼 저녁식사 이후에 오늘 식곤증이 반갑지가 않다. 살을 빼야 했다.
나름 10년 동안 쉬지 않고 했었던 운동도 소용없었고, 저탄수화물부터 시작해서 간헐적 단식 또는 해독주스, 오메가지방산 등등 어떠한 방법을 식단에 적용해도 감량에 도움이 되질 못했다.
가끔 조급한 마음이 들 때도 있긴 했지만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지 못했을 뿐이라며 급한 마음을 달래며 칼로리를 줄인다거나 과격한 다이어트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난 3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은 것에 비해 현재 너무 싱거울 정도로 살이 빠지고 있는 상태이다. 억지로 힘들게 감량했던 몸무게까지 포함하면 현재 총 4.7킬로가 빠진 상태이다. 일부로 땀을 더 빼서 5킬로로 맞춰볼까 했지만 물 한잔 마시면 바로 원상 복구되는 수분의 무게임을 알기에 굳이 그렇게 하지는 말고 이 정도 결과에서 1차 다이어트 목표 달성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저탄수화물이 다이어트에 가장 효과적이기도 하고 널리 알려진 방법이기에 나 역시도 이 방법을 썼었다.
곡물사육이 아닌 목초사육을 하는 고기를 찾아서 먹었고, 올리브오일도 최대한 성분을 보고 좋은 것으로
선별해서 골랐다. 가끔은 해독주스를 만들어 먹기도 했고 그럴 땐 1~2킬로 빠지는 듯하다가 다시 원상복구가 되길 반복했다.
운동을 할 적엔 지방이 잘 타는 심박수로 계산하여 그게 맞춰서 운동을 하기도 했고, 공복시간에 등산도 다녀오기도 하고 타고, 고강도 타바타 운동도 해봤다가 이런저런 시도도 다 해봤는데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었다.
3~4개월 전쯤에는 달리기 어플까지 다운로드하여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까지 추가해 봤으나 식단과 운동량에 비하면 정말 미비할 정도로 살이 빠지는 속도가 더뎠다.
이쯤 되니, 이제는 운동과 식단이 문제가 아니라 내 몸 어딘가 문제가 있나라는 생각에 빠질 정도였다.
병원을 가볼지 아니면 좀 더 다른 방법을 찾아볼지 고민해 보는 중에 불현듯 어떤 단어가 떠올랐다.
다이어트 관련 영상을 보면 자주 나오는 단어 중에 하나인 '인슐린 저항성'이었다. 정확한 건 병원에 방문하여 검사를 해야겠지만 식후 식곤증을 포함하여 중간에 허기가 왔을 때 예전만큼 배고픔을 참지 못하겠는 것, 식사 이후에 다음끼니까지 얼마 못 가 금방 배고파하는 것이 왠지 나도 인슐린 저항상이 높은 상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상태를 정상화시키는데 가장 좋은 것은 공복이라는 것을 알기에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24시간 단식을 하기로 했다. 오늘 점심을 먹었다면 오늘 저녁과 다음날 아침, 이렇게 총 두 끼를 건너뛰고 다음날 점심 식사를 하면 되는 것이었다. 방법은 단순했지만 두 끼를 잘 참아낼 수 있을지 걱정도 되긴 했다. 이러다 못 참고 새벽에 라면물을 올리면 어떡하지 싶었지만 내가 아는 지식과 정보선에서 할 수 있는 운동과 식단을 다 해봤는데도 성과가 없으니 이제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 적용해야만 했다.
다행스럽게도 24시간 공복은 잘 지켜냈다.
살찐 순간을 만끽(?)하며 즐겼던 배달음식과 야식, 어느 순간 마시게 된 탄산음료들은 미리 사전에 다 끊어냈기에 가능했었을 것이다. 만약 이런 걸 없애지 않고 했다면 힘들었을 듯하다. 공복을 하고 나니 속이 어느 정도 편해짐을 느꼈다. 그 기세를 몰아 3일 뒤에 한 번 더 24시간 공복시간을 가졌다.
기분 탓인지 잠이 쏟아지던 식곤증은 나른함으로 바뀌어 있었다.
운동의 방식도 바꿔보았다. 격렬하지 않고 무리가 되지 않을 만큼 가볍게 숨이 찰 정도의 유산소 운동만 일주일에 두어 번 뛰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내가 매일매일 뛸 때는 겨우 2킬로 될까 말까 겨우 빠졌던 살이 횟수를 줄이니 바로 1킬로가 추가로 빠진 것이었다. 물론 휴식의 중요성은 잘 알고 있어서 매일매일 하는 게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무리가 가지 않고 가볍게 뛰는 거라 매일 뛰어도 된다고 생각해서 뛴 거였는데 내 몸은 생각보다 더 많은 휴식을 원하고 있었나 보다.
식단의 구성도 조금 바꿔보았다. 내가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고기 위주의 단백질 식사가 잘못된 게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육류 위주의 식사를 하면 몸이 산성화 되면 체내의 염증지수가 올라가 자체 해독력이 떨어져 다이어트하기 힘들 몸으로 바뀐다는 말을 들었다.
고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선택한 고단백고지방 저탄수화물의 식단구성이었지만 역시 무엇이 되었든 간에 과하면 좋지 않은 것이다.
매끼니는 아니더라도 구운 채소가 가득 들어간 샐러드를 주문해서 식사와 함께 곁들였었다. 하루 총 섭취 칼로리가 줄어들지 않게 총칼로리는 잘 섭취하려고 노력했다. 식단 구성을 단백질 비율을 줄이고 채소와 탄수화물을 늘려보았다. 체중계에 올라가니 또 살이 빠져있었다. 이렇게 추가적으로 살이 빠지는 데까지 몇 주도 걸리지 않았다. 힘들지도 않고 오히려 몸 컨디션이 좋아짐을 느끼고 있다.
내가 운동과 식단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었다고 자부했었지만 내 몸에 맞는 걸 찾는 걸 별개였다.
이제는 몸이 달라졌음을 느끼고 있다. 끼니 사이의 공복을 참는 게 힘들지도 않고, 식사 후에 가끔 생각나던 간식도 더 이상 생각나질 않는다. 그간 3년 동안 뭘 했나 허무했다가도 그래도 지금이라도 내 몸에 맞는 방법을 찾아서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