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감량 성공... 2차 다이어트도 조만간 시작합니다.
몇십 분 동안을 배달어플을 들여다보다가 겨우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확실히 술 먹은 다음날은 식욕이 치솟는다. 그렇단 말은 어제 내가 술을 먹었다는 소리다.
많이 마신건 아니었다. 맥주 세 잔에 하이볼 두 잔이었다. 어제의 알코올이 오늘의 나의 식욕을 자극한 것인지,
오래간만에 먹은 안주들로 위가 순간적으로 늘어나서 평소보다 먹는 양이 더 당기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또 술을 멀리하게 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긴다.
즐거운 유흥 중에 하나였던 음주가 나이가 들고 체력이 떨어지니, 살기 위한 생존본능 모드를 자극하여 자연스럽게 술을 멀리하게 된다.
어쨌든 방금 전 최근에서야 겨우 끊어냈던 야식을 다시 먹을 뻔했다. 나쁜 습관은 고치기 힘든데 다시 그 존재는 언제든지 나타난다. 야식을 주문하면 먹는 순간 꽤나 즐겁지만 다음날 기분이 굉장히 저조하다. 출근 후 최소 1~2시간은 지나야 원래의 컨디션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제는 어느 시간 때에 식사를 마치냐에 따라 다음날 기분에 영향을 주는 몸과 나이가 된 것이다.
최근 살이 빠진 것 같아 작아져서 못 입는 블라우스를 입어보았다. 팔뚝살이 빈틈없이 꽉 채우는 걸 보고 한숨이 폭 나왔다가 그래도 아예 안 들어갔었던 시절이 떠오르니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날이 더 추워져서 야외 달리기 하기가 힘들어지기 전까지 2kg만 더 감량하는 게 목표인데 잘 될지 모르겠다.
요즘은 4분 뛰고 2분 걷는 걸 총 5번 반복하고 있다. 처음에 30초였나? 1분이었나? 그 정도만 뛰었던 걸 생각하면 지금은 장족의 발전이다. 어제 먹은 술과 안주가 내심 마음에 걸려 오늘 달리기를 하려고 봤더니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뛰는 도중 내리는 비는 반갑고 시원하지만, 뛰기 전부터 내리는 비는 달리지 말고 쉬라는 하늘의 뜻으로 느껴진다. 그렇다 할지라도 일요일 저녁에는 달리기를 하면서 그 주를 마무리했었는데 뭔가 찜찜하다. 운동화로 갈아 신고 문을 열고 나선다. 나에게는 계단이 있다. 갑작스러운 계단 타기에 심장이 놀랬는지 숨 가쁘게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이내 제 페이스를 찾아내고 처음보다는 평온해진다.
처음 계단을 탈 때 50층을 겨우겨우 애써가며 올랐던 적이 불과 몇 달 전인데 이제는 수월하게 100층을 타고 있다. 내 체력이 많이 오른 것도 느껴지지만 그만큼 내 체력이 떨어졌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내일 아침에는 비가 오지 않길 바라며 운동화를 챙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