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잘 자라고 있단다.
안녕?
어느덧 어른을 부정하기엔 어색해진 네가 내 눈에 보여. 부쩍 늘어난 눈가의 웃음 자국, 집중할 때면 찌푸려지는 미간은 적당히 자리를 잡았어. 그뿐이게? 통통 튀던 생각들은 너라는 조미료가 덧대지면서, 네가 가진 성형틀에 콕 찍혀 재 출력되지. 영원히 가까울 줄 알았던 사람들은 멀리 달아난 데 비해, 몰랐던 인연들이 불쑥 네 곁을 범람하기도 하는. 어른이 된 너에게 나는 할 말이 있어.
내가 볼 때 말야. 너는 스스로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시간은 언제고 흐르지만 너는 결단코 흐르지 않았다고, 변하지 않았다고 여기더라. 그런데 그거 알아? 너는 이제 어색한 사이에 침묵이 흐른다고 섣부르게 두서없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 예전만큼 공백을 못 참고 동동거리는 일이 줄었어. 가벼운 말이 주는 위험을 알게 된 게지. 때론 침묵을 즐기기 시작한 게 아닐까 싶어.
너는 건강한 음식들을 찾아 먹기 시작했어. 청경채니 브로콜리니 하는 것들 말이야. 초록색 이파리는 싫다며 '무조건 고기'를 외치던 너였는데, 이제는 초록잎들을 매끼 식사에 넣으려고 하나 봐. 소화도 잘 되고 가볍다나 뭐라나. 달달구리도 좋아하지만 예전만큼 즐겨 찾진 않지? 스트레스에 짓눌린 날에는 초콜릿 과자와 아이스크림으로 범벅이 되긴 하지만, 그때뿐이잖아.
한 발 뒤에서 생각하는 법을 배운 것도 같아. 예전 같았으면 문제 상황에 흠뻑 빠져들어 엉엉 울고, 아쉽다며 화를 내고, 분에 못 이겨 씩씩거리는 너였을텐데 이제는 큰 파도가 된 감정이 밀려들어와도 담담해 보여. 잠깐 모래사장으로 대피해서 한 숨을 고르고, 조금 차분해진 마음으로 파도를 관망하고 있는 네 모습이 보여.
너는말야. 참 많이 어른이 되었어.
너는 스스로 어른이 아닌 철부지라고 부정하고 있지만, 내가 볼 땐 말야. 너는 오늘도 한 뼘 자란 어른이 됐어. 과거의 네가 만들어 낸 모든 경험이 너를 단단히 뿌리내리게 하고, 물을 줬어. 그래서 오늘도 눈에 띄지 않지만 슬며시 자라고 있어.
음, 언제까지 자라느냐고?
네가 자라나길 원한다면 아마 계속 자라날 거야.
네가 변화하는 모든 과정이 너를 자라게 할 테니, 너를 믿고 오늘 하루도 활기차게 시작해 봐.
너는 날로 반짝이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