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21. 20분, 그리고 4년이 지났다, 힘들어도.
그러니까 연락이 끊겼지만 끊기지 않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예술적, 그리고 엘리트적 성공 소식이 들려오고 사실은 내가 그들을 시퍼렇게 날을 세워 부러워했다는 걸 이십 년 만에 간신히 말할 수 있게 된 이 즈음에 심보선 시 한 자락을 떠올리는 거지. 애인은 딴짓하지 말고 얼른 일을 끝내고 자라고 했지만 졸리니까 딴생각을 한다. 지금 제일 강렬하게 드는 생각을. 그들은 그들이 꿈꿨던 걸 모두 이뤘고 이뤄가고 있지. 나도 한때 거들었던 좀 우울하고 축축한 꿈들인데 꽤 빛나는 머리의 관이거든 그게.
한 자락 거들면서 그 때도 알기는 했어. 나는 먹고 사는 문제에 달려들어야 한다는 걸. 내가 그 꿈도 먹고 사는 문제에도 완전히 몰입하지 못하고 흔해 빠진 실패나 거듭하면서 빚을 지고 있을 때... 나한테는 내 인생이 있다고 내 인생은 내 속도로 간다고 얘기하기가 힘들어지는 거지. 지금도 사실은. 그런 말 안 하고 지금 당장 여기서 여전히 그들과 같은 언어로 묶여 있고 싶은 거지. 아니지만. 그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지만. 앞으로 20분 후엔 대략 마치고 자도록 하자.
사랑한다는 것과 완전히 무너진다는 것이 같은 말이었을 때 솔직히 말하자면 아프지 않고 멀쩡한 생을 남몰래 흠모했을 때 그러니까 말하자면 너무너무 살고 싶어서 그냥 콱 죽어버리고 싶었을 때 그때 꽃피는 푸르른 봄... (심보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