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댕강나무, 주홍서나물, 붉은서나물, 개여뀌, 바보여뀌
코로나때문에 봄에 갔던 후각이 가을에 돌아왔나.
숲길을 걸으며 은은한 향기에 걸음을 멈춘다.
작은 가루가 모여 덩어리가 되듯이
미세한 향기 가루들이 모여 그윽한 향기를 뿜어낸다.
꽃댕강나무는 익히 보아오던 흔한 나무인데
가을 아침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여린 줄기와
그 끝에 매달린 꽃이 참 사랑스럽다.
모여 핀 꽃이 합심해서 곤충을 유혹하고 있다.
이름에 왜 '댕강'이 들어갈까 궁금하다.
댕강댕강 줄기가 잘 부러진다 해서 댕강나무라 이름 붙은 나무가 있는데,
꽃댕강나무는 꽃이 예쁜 댕강나무란 뜻이란다.
잘 부러지는 까닭은 줄기 가운데가 비어있기 때문이다.
주홍서나물은 피다 만 것 같은 작은 꽃 윗부분이 주홍색이다.
꽃은 꼭 고개를 아래로 숙이는데,
왜 그러는 걸까? 머리가 무거워서 그러는 걸까?
속명이 크라소세팔룸(Crassocephalum)
'두터운 머리'라는 의미의 라틴어에서 유래하고
꽃 모양에서 비롯된 것이란다.
붉은서나물은 주홍서나물과 닮았지만
꽃차례가 위를 향하고, 꽃 윗부분이 엷은 노란색에 가까운 초록빛이다.
그런데 왜 '붉은'이 들어갈까
줄기에 붉은빛이 있어서 그런가 보다.
주홍서나물, 붉은서나물, 둘 다
씨앗에 하얀 솜털이 달려 보송보송 둥글게 부푼다.
한해살이풀이 목표 달성했구나.
날아갈 일만 남았다. 기특해.
여뀌 (엿긔)는 꽃차례에 작은 열매가 엮어져 있는 모습에서 비롯하는 이름으로 추정된다.
잎을 씹으면 매운맛이 난다.
잎과 줄기를 짓찧어서 개울물에 풀면 물고기들이 떠오른다.
마디가 발달한 마디풀과, 가장자리에 털이 있고 얇은 종이처럼
반투명한 턱잎이 마디를 둘러싸고 있다.
여뀌는 종류가 30가지가 넘어 구분하기가 힘들다.
그중 여뀌는 의외로 보기가 쉽지 않는데,
꽃이 듬성듬성 달리며, 연한 녹색에 끝이 약간 분홍색이다.
잎 표면에는 반점이 없다.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개여뀌다.
개여뀌는 이삭이 짧고 작은 꽃이 빽빽이 핀다.
잎은 버드나무 잎처럼 길쭉하고 끝이 표족하고 표면에 반점이 있다.
바보여뀌, 줄기는 곧게 서거나 비스듬히 자란다. 온몸에 약간의 털이 있다.
꽃은 드문드문 달리고, 줄기는 붉은빛을 띤다.
잎 표면에는 여덟 팔자 같은 모양의 검은 무늬가 있다.
다른 여뀌는 잎을 씹어보면 매운맛이 나는데
이 풀은 맵지 않아 바보여뀌라고 한다.
여뀌를 부르는 지역방언 중에 맵쟁이가 있는데,
(북부지방과 만주지역 방언)
맵쟁이란 방언이 귀엽다.
맵지 않아 바보가 붙은 여뀌도 정이 간다.
바보여뀌와 장대여뀌 구분이 헷갈리는데,
다음엔 맛을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