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즌정 Dec 05. 2022

지나가버린 소년 시절에 바치는 헌사

<보이후드(Boyhood)>, 2014





♬ Look at the stars, Look how they shine for you.

(저 별들을 봐, 널 위해서 얼마나 반짝거리는지.)

https://youtu.be/i-n75KVcGsw

♬ Yellow - Coldplay


아주 예쁘장한 어린 소년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무언가를 응시한다. 발길 닿는 곳, 시선 닿는 곳마다 눈이 반짝인다. 어떤 말보다도 총기 어린 눈빛이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와 경이로 가득 있는 게 보인다. 그때 Coldplay의 Yellow가 귓가에 어리면서 참 사랑스러움이 극대화되었던 것 같다.


 어느 외국인 소녀가 Coldplay의 Yellow가 자신이 태어난 날에 라디오에서 울려 퍼져서 부모님이 자장가로 불러주는 '자신의 노래'가 되었다고 하길래, 가사가 더할 나위 없이 좋고, 타이밍 한 번 적절하다는 생각에 너무 부러운 나머지, 나 또한 아이를 낳으면 꼭 이 노래를 들려줘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 I held onto my pride and let her go.

(난 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그녀를 보내주었지.)

https://youtu.be/GRK5-X_xATQ

♬ I held onto my pride and let her go - Dale Watson

한창 남의 시선에 예민할 나이에 머리카락을 강제로 잘리는 것만큼 곤란할 일은 또 없을 것이다.

주위의 환경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보호와 애정의 대상이 아닌, 통제와 규제의 대상이 되면서 또 소년은 나이를 먹는다.



Well, I can just get off of this L.A. freeway.

(그래, 이 L.A. 자유로를 달려 떠나는 거야.)

https://youtu.be/sa7EkXpy8jE

♬ L.A. Freeway - Guy Clark

어린 소년에게 있어 아버지와의 둘만의 시간은 좀 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 I make them good girls go bad.

(내가 그 착한 소녀들을 나쁘게 만들었지.)

https://youtu.be/Ix5z1bRz4Sc

♬Good Girls Go Bad - Cobra Starship(feat. Leighton Meester)

여자와 성을 깨달아가는 소년. 참 희한한 건, 어릴 때 그렇게 알게 될 때는 열이면 열,

건전하지 않은 경로로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  Let's go for a drive, see the town tonight.

(드라이브나 가서 오늘 밤 시내를 구경하자.)

https://youtu.be/cNdqoQWz34E

♬Suburban War - Arcade Fire

소년은 사춘기를 겪고 여자를 알게 되고, 미래를 꿈꾸기도 한다.

몸은 어른처럼 자라났지만, 아직 생각은 조금 어린 티가 남은 모습이 보인다.



take off all the thoughts of what we've been

(우리가 우리였던 모든 생각들을 벗어버리곤)

https://youtu.be/Sd2yr12abg8

♬Trojans - Atlas Genius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이라는 곳에 들어가게 된다. 본격적인 '젊은 어른'으로서의 삶.

소년이 자라는 만큼 세상도 자라고, 주변 인물들도 자라난다.



♬ Let me go, I don't  wanna be your hero.

(나를 보내주세요, 난 당신들만의 영웅이 되기는 싫어요.)

https://youtu.be/iMVc0vG4K_k

♬Hero - Family Of The Year

떠나기 위해,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며 엄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같이 보았던 친구는(의외로 너와 함께한 일이 많구나) 영화 속 엄마의 장면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는데,

난 이 노래가 나오자마자 펑펑 울다.

(이땐 아직 내가 대학생이던 시절.)


그 애는 벌써 다 자라나서 엄마에 대해 연민을 느꼈더라면

나는 아직 다 자라지 못해 내 변명처럼 들리는 이 노래를 들으며 펑펑 울었던 것 같다.

참 내가 못됐구나 싶었던 부분이다.


이 노래는 한동안 계속해서 나의 재생 1순위가 되었었다.

('괜찮아, 사랑이야'라는 드라마에서도 이 노래가 나왔다고, 꽤 인기가 많았는지 이 밴드는 내한공연도 했다.)




'The moment seizes us, 순간이 우리를 붙잡는다.'

생에서 우리는 많은 순간들을 맞이하고 또 헤어진다.

그렇게 맞이하는 순간, 순간들의 너무도 강렬한 느낌과, 또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찰나의 엄청난 힘이 우리를 그 순간 속에 살게 하고, 우리를 '그 순간의 우리'로 붙잡아두는 무언가가 있다.

마치, 그 순간이 되어서야만 비로소 깨닫는 어떤 사실, 혹은 될 수 있는 모습들이 너무도 강력해서

실은 변화하고 있지만 어쩌면 변하지 않는다 느끼게  원래 모습을 꼭 붙잡고 우리를 우리로서 무르게 해주는 것이 아닐는지.


그리고 때때로 그 힘이 강력해서 마치 그 순간이 영원할 것만 같은 착각을 하기도 한다.


영화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큰 굴곡이나 엄청난 반전, 충격적인 사건들이 전혀 없다,

그저 평범하다면 평범할 한 소년의 성장 기록이고 직선적 시간 구조로 자극적인 장면 하나 없었지만

나는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아마, 이 소년의 삶에 자신을 이입한다면 1초도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랬듯이.

 또한 12년 동안의 같은 캐스팅이 정말 정성스럽게 느껴졌고, 그 제작기간에 걸맞은 아주 몰입 가능한

가상의 현실 속에 나는 충분히 빠져들었고, 한동안은 이렇게 '수작이다' 싶은 영화를 잘 생각해내지 못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피, 땀, 눈물 그리고 뼈와 살을 모두 가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