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다 Dec 08. 2024

나를 일으킬 사람은 나.

눈요일에 나를 다독이는 글

    

너는 무작정 노트북을 열고 한글 파일을 열어. 마음에서 무언가 차올라서 어떻게든 쏟아내 버리고 싶어 견딜 수 없어서야. 너는 오늘 자기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보고 싶어서 ‘나’를 ‘너’로 쓰기로 했어.(사실, 한강 작가님 작품을 읽고 난 뒤라서 따라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음을 고백할게.)           



너는 막상 키보드 앞에선 깜빡이는 커서가 흐릿하게 번질 때까지 멍하니 앉아만 있어. 마음의 소리를 그대로 적기가 두렵기 때문이야. 이런 글을 쓰면 누군가 이렇게 생각하겠지 하는 걱정에 머릿속에서 그 문장에 줄을 좍좍 긋는 거야. 또 다른 문장에도 어딘가 나의 치부가 드러나는 거 같아 삭제해. 너는 한 글자를 적기도 전에 머릿속에서 점검하고 걸러내느라 쓰려던 마음이 쪼그라드는 걸 느껴. 작가들은 어쩜 그토록 솔직할 수 있는지 너는 또 그 용기가 부러워져.            


   

스스로 자존감이 높고 누군가의 어떤 말에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자부했는데 무엇이 너를 작게 만들었는지 곰곰 생각해. 너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부분에선 누가 뭐라든 괘념치 않던 너인데 그 말은 어떻게 네 마음에 구멍을 냈을까? 네가 원래 눈물이 잘 나는 부류의 사람이긴 하지만, 그런 장난 섞인 말에 눈물이 난다니. 넌 당혹스러웠어. 옆에 아이들도 있었거든. 긴 머리가 그럴 땐 특히 유용해. 고개를 푹 숙이면 감출 수 있거든.            



    

너도 고민하고 있던 부분, 너도 아직 확신하지 못하는 부분을 누군가 지적했어. 그럴 때 너는 “날 마셔요”라는 병에 든 액체를 마시고 작아진 앨리스가 되어 버리는 거야. 그 말이 마음에 구멍을 냈고 그 구멍으로 너를 지켜주던 긍정적인 말들이 모조리 빠져나가 버렸거든. 너는 서둘러 구멍을 막아야 했어. 더 작아지기 전에 다시 커지는 케이크를 찾아야 했지. 여긴 이상한 나라가 아니라 현실이니까 당장 고민이 해결되거나 확신이 설 리는 없잖아. 그래서 너는 지금 글을 쓰는 거야. 너는 이전에도 글을 쓰면서 생각과 마음을 정돈하곤 했거든.



                

너는 이제 케이크를 찾아야 해. 돈을 주고 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건 타인이 너에게 줄 수 있는 게 아니야. 인지행동치료에서는 어떤 상황에 대한 나의 사고를 객관적으로 따져보고 그게 타당한지 분석해 본다고 해. 예를 들어 ‘너는 그 일에서 존재감이 없어’라는 자동적 사고가 일어날 때, 그렇지 않음을 증명해주는 사실들을 찾아보는 거야.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은 인지적 오류에 빠지잖아? “너는 그 일에서 이런 일을 해냈어.”, “동료들이 다들 수고했다, 잘했다 좋은 피드백을 해줬어.” 등이 증거가 되겠지. 그렇게 해서 자기의 잘못된 중간믿음에 오류를 발견하고 대안적인 믿음을 발견하도록 돕는 거야.                




너에게도 지금 그런 과정이 필요한 게 아닐까 싶어. 네가 이뤄온 것들과 성장한 과정들을 평가 절하하고 너무 성급하게 엄청난 발전을 해야 한다는 중간믿음에 갇혀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는 거지. 글쓰기의 힘은 늘 상상한 것 이상이야. 너는 글을 쓰면서 대안적인 믿음을 찾았어.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을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               



너는 이제 다시 커지는 중이야.

그래, 넌 곧 원래대로 돌아올 거야.

너는 지금 잘하고 있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