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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꽃 바람 Nov 26. 2023

구름, 구름, 구름.

웬만해선 휴대폰 카메라를 잘 꺼내지 않지만 마음에 드는 구름을 만나면 분주하게 휴대폰을 꺼내게 된다.


누군가는 나이가 들면 그렇게 꽃 사진을 찍게 된다고 하던데 나는 꽃이 아니라 자꾸 하늘을 올려다보게 된다.  올 가을엔 유난히 멋진 구름이 자주 생기는 것 같다. 가을 하늘을 맑고 푸르다고 했는데 이상하게 더 멋진 구름들이 많이 생기는 것을 보고 좋으면서도 이상 기후 현상인가 싶어 아주 잠시 걱정을 하게 되기도 한다.

구름은 그저 바라만 보도 재미있다. 모였다 흩어지는 모양도 재미있고 어떤 날에 어찌나 빨리 흘러가는지 신기하기도 하다. 땅에서 보았을 때 저 정도의 빠르기라면 구름 속은 지금 얼마나 분주한 것일까 상상해보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어릴 때 구름을 그리라고 하면 그저 뭉실뭉실 몇 개의 선으로 동글동글 같은 모양으로만 그렸던 것이 바보 같이 느껴진다. 구름은 이렇게 같은 때가 없는데 내가 그린 구름 그림은 늘 같았다.



나에게 다시 구름을 그리라고 해도 하늘의 구름처럼은 그리지 못할 것 같다. 하늘은 구름은 엉뚱하게 연결되니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떻게 저런 구름 옆에 이런 구름이 생기지?' 하는 궁금증을 자아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자연이 하는 일은 부자연스러울 것 같은 조합도 과감하고 자연스럽게 나타나니 놀랍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종종종 놓여있을 때는 그 모습이 참으로 귀엽다. 그저 '파랗다'는 표현 말고는 달리 떠오르는 것이 없는 나의 언어가 미안해질 만큼 뭔가 늘 새롭고 다른 파랑 위에 종종종 구름이 놓여 있다. 구름은 어떤 하늘을 보고 있을까? 구름이 만나는 파랑은 어떤 파랑일까?



만약에 사람이 아닌 다른 것으로 태어난다면 '새'로 태어나고 싶다. 새의 속도로 하늘을 가르며 바람을 느껴보고 싶고, 파랑과 구름에 가까이 가고 싶다. 나무와 건물에 가려 보이지 않는 구름의 이쪽저쪽을 보고 싶다. 구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새가 되어 그 풍경의 일부가 되어 보고 싶다. 


과학 시간에 배웠던 구름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분명 하나였는데 하늘에 보이는 구름은 어떻게 저렇게 다양한 것일까? 누가 저런 구름을 상상할 수 있을까?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것 같은 구름이 대칭과 변화의 모습으로 하늘에 떠오를 때, 곧 사라질 저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고 포착했다는 뿌듯함이 나를 의기양양하게 만든다.



구름과 계절이 만날 때, 구름과 시간이 만날 때, 그때마다 구름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순간에 마주친 구름과 헤어지는 것이 못내 아쉬울 때가 있다. 출근길에 마주한 환한 구름을 눈앞에 두고 굽은 길을 따라 운전을 하며 마음은 구름의 꽁무니를 좇는다. 



해가 지는 잠깐의 순간에 빛과 구름이 만나 만들어 내는 하늘의 빛과 구름의 그림자는 또 다른 기쁨을 준다. 이제 곧 어둠이 찾아오면 하늘에 구름은 있지만 나는 그 구름을 보지 못할 것이다. 있지만 보지 못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괜히 낯선 생각에 낯선 내가 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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