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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수ONSU May 29. 2023

말 많은 인어공주 후기_아름다운 재해석

다양한 문화와 성장하는 콘텐츠시장

캐스팅이 공개된 시점부터 미디어를 요란스럽게 한 '인어공주' 실사화가 드디어 개봉했다. 개봉하기 전부터 '흑인인어공주'만으로 영화 내용과는 상관없이 호기심과 사회적 이슈가 될만한 인어공주는 애니메이션과 달리 주인공 에리얼이 유색인종이기에, 애니메이션 속 환한 피부와 붉은 머릿결을 가진 에리얼과 다른 캐릭터처럼 느껴졌다. 때문에 영화초반부엔 흑인에리얼이 어색했다. 아무리 현대적으로 재해색했다지만 원작을 연상하게 하는 연출들이 원작 애니메이션과 비교를 하게 만들어서 시각적으로 혼란스러운 건 사실이었다. 그래서 영화와 바닷속 생물들의 신나는 연주에도 몰입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후반부에 갈수록 긴박한 전개와 주변 배우들의 연기력에 압도당해(특히 바다마녀 울슐라) 넋을 놓고 빠져들었다. 그렇게 뒤늦게 호흡하고 보니 영화가 끝났을 때, 왜 이 매력을 일찍 느끼지 못했을까 아쉬움이 남으면서, 무엇이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온갖 상념에 빠져있다가 한 방송에서 어느 전문가가 한 말이 뇌리에 스쳤다.

"각 시대마다 있는 콘텐츠엔 당대의 소비문화가 있다"라고.


시대 변화에 따라 관객들은 새로운 콘텐츠를 원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패션과 음악도 유행에 따라 흘러가는데 미디어가 시대적 범위에 따른 유행의 흐름을 배제할 순 없기 때문이다.


과거의 1950년대 이전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수동적인 여성 주인공으로 시작했다. 여성의 외모는 항상 아름답게 표현되었으며, 이야기의 결말은 남성의 사랑을 받아 행복한 결혼을 하게 되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그러던 중 사회적 분위기가 변화하면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이에 따라 대중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디즈니는 다양한 인종을 담은 진취적인 여성의 영웅적인 역할을 강조한 '알라딘' '포카혼타스'와 '뮬란'을 등장시키게 된다. 이후로도 디즈니는 적극적인 여성 캐릭터를 지속적으로 늘려가면서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가 변화면서 점점 진화해 갔다. 유행은 문화와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개인의 일상적인 생활양식이 지속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지만 이것이 확장될수록 다수의 문화로 인지되고, 사회 전반에서 문화현상으로 발현된다. 그리고 이것이 소비의 주요한 매개체가 된다.


참 재밌다. 디즈니 캐릭터들에 변천사를 보면 아름다움의 기준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그 기준도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유행이기 때문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이런 장면들을 보면 그냥 웃겼지만, 지금보면 전형적인 블랙페이스다. 이런 장면들은 편집, 삭제되었다.
디즈니 고전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에서도 인종차별적으로 표현한 모습이 등장해 논란이 되었었다.

이외에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고전 만화영화들도 인종차별, 성차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현재의 가치관으로는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이지만, 50년 전만 해도 피부색으로 정의를 가리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가 소비하고 이용하는 콘텐츠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국가의 경계선을 초월한다. 지금은 미국을 비롯한 한국도 흑인과 다양한 소수인종 공동체를 인정하고, 사람들이 소비하는 콘텐츠도 평균을 벗어나 다양해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이 된 영화 '인어공주'뿐만 아니라, 여러 콘텐츠들은 이전보다 다양하고 폭넓은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화가 다양해지고 있는 시대이다. 그만큼 소비자가 경험할 문화를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진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의 장애인 주인공이라던가, '인어공주'의 흑인 주인공처럼 앞으로는 콘텐츠 창작 과정에서 젠더, 인종, 민족성, 성 소수자, 장애 등 더욱 다양성 문제에 점점 더 귀를 기울일 것이다.


이 현상은 더욱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작품이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업들도 전 세계는 모두를 위한 콘텐츠를 위해 인종 간 다양성과 포용력을 높이는 일에 계속해서 투자를 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는 이런 대사가 기억에 남았다.

'80년 전만 해도 자폐는 살 가치가 없는 병이었습니다. 지금도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라는 글에 수백 명이 좋아요를 누릅니다. 그게 우리가 짊어진 무게입니다.'


이처럼 더 많은 소수 인종이 사회에 진출하고 능력을 발휘하는 시대이기에 흑인 인어공주도 다양성의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을 한다.


획일화에서 벗어난 이 영화가 주는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묘한 불편감을 느낄 수도 있다. 정상이다. 왜냐면 당연했던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하게 여겨져서는 안 되니까. 못생긴 얼굴을 못생겼다고 하고, 뚱뚱한 체형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까만 분장을 그저 넘어갈 수 없으니까. 


자연스럽게 해왔던 것들이 이슈화되기 때문에 피곤해지는건 사실이다. 영화와 콘텐츠들이 성소수자와 흑인을 영화 안에 무조건 넣어서, 소비자들은 어울리지 않은 배역을 보고 만족스럽지 못한 소비를 해야하는 불편함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인간 스스로가 더 나은 가치를 만들어가기 위해 의문을 제기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갈등이라고 생각하면 거쳐야하는 과도기같다. 

그래, 이왕이면 디즈니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겠다고 생각했다.


'인어공주'영화에선 디즈니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나의 주변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우리가 위치한 것들에 대한 삶의 태도를 보게 만들었다. 인어공주 주인공 할리 베일리에 대한 인종적 정의와 형평성으로부터 벗어나, 1989년대 원작은 원작 느낌대로, 2023년에 리메이크된 인어공주는 다른 작품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생각이다.


(유명한 '언더더씨' 외 다른 각색된 음악이 나와서 재밌기도 했다)

영화관에서 관람을 한 관객으로서, 리메이크된 '인어공주'의 영상미가 너무 아름답고 원작을 뛰어넘는 감동을 느꼈고, 두 작품이 가진 개별적 매력이 존재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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