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넷. 우리 집에 사는 남편이 아닌 남자(4)
나를 배신한 그 사람
3주 전 현지 시장을 지다가, 정말 통통하고 신선해 보이는 고구마를 샀다. 그런데 난 이것을 먹은 기억이 없다. 대신 그 녀석들이 온통 썩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C 아저씨를 불렀다.
“혹시 까먹으셨나요?”
“아닙니다. 맨날 봤습니다.”
“그런데 왜 이걸 요리를 안 하시고 썩어 있죠?”
“아..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물어보려고 했는데… 근데 이거 썩지 않았습니다!”
“그럼 잘라 볼까요?”
고구마 한 덩이 한 덩이 자를 때마다 검은 점이 피어 썩은 살이 보인다. 내 마음도 함께 썩어 들어갔다.
싱크대에 한쪽 팔을 기대고 다리를 꼬고 삐딱하게 서서 웃으면서 말한다.
“쏘리, 나도 이거 사 봤는데 2-3주 놔두어도 안 썩던데 이상하네…"
실실 쪼개면서 마치 놀리듯이 하는 말과 그의 태도에 어이가 없었지만, 긴장하면 웃음이 나올 수도 있으니 이해하려고 했다. 그렇게 웃으면서 말하는 태도가 불편하다고 하니, 자기 습관이란다. 난 아직 할 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몸을 돌려 싱크대에 물을 틀고 자기 할 일을 하기 시작한다. 아직 내가 옆에 서 있는데 말이다.
아... 내 잘못이구나.
GAME OVER.
머릿속 전광판에서 크게 글자가 떠올랐다. 그리고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감사합니다. 제가 드디어 이 사람을 보낼 수 있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저씨를 다정하게 부른다.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간 감사했어요. 행주 내려놓고 나가세요.”
갑자기 삐딱했던 몸이 바르게 서며 얼굴에 있던 웃음기가 싹 가신다.
“마담!! 아임 쏘리!!!”
본인 습관이라고 했던 비딱한 자세와 웃음 섞인 얼굴은 어디 가고 정 자세로 손을 앞으로 모으고 머리를 숙인다.
“나가주세요. 월급은 정산해서 드릴게요.”
“마담, 지금 화가 나서 그런 것 같은데.. 일단 나가서 화를 좀 진정하세요. 제가 없으면 이 일을 마담 혼자 다 어떻게 합니까?!”
어이없어 웃음이 났다. 내 핸드폰에 저장된 가사도우미만 20명이 넘는다. 주변 몇 명에게 얘기하면 10명이 넘는 사람을 소개해 줄 터였다.
“이미 사람 불렀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나가세요. 경비 부르겠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했는지 심지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제발 한 번만 더 제 가족을 생각해 주세요. 그동안 많이 참아주신 것 압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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