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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프리카부자언니 Sep 17. 2022

열여섯. 아프리카의 시장에 가면(1)

나이지리아 수산 시장 방문기 

토요일 아침 8시, 친구들이 모여 신나게 어디론가 출발했다. 현지 친구 요미, 인도 친구 샨티와 남편, 그리고 한국인 셀리나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현지 수산시장에 가는 날이다. 오랜만에 싱싱한 생선과 팔뚝만 한 왕새우를 먹을 생각에 잔뜩 신이 났다! 


두근두근. 

현지 시장에 갈 때면 내 심장은 항상 기쁘게 폴짝폴짝 뛴다. 보통의 외국인들이 아예 가 볼 상상도 못 하는 무섭고 꺼려하는 곳이다. 더러운 바닥에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단 돈 100원으로 잡아먹을 듯이 싸우는 곳. 한편, 내게는 진정한 이 나라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20대 후반에 아프리카로 와서 겁 없이 돌아다닌 경험이 있다 보니, 무섭다기보다는 살아 있는 에너지를 즐긴다. 호랑이 굴에 잡혀가도 정신만 똑띠 차리면 되듯이 내가 어느 곳에 있든 당당한 태도로 웃으면서 걸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시장은 강자 생존의 법칙이 통하는 정글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기를 가까이 느낄 수 있다.  


와!!! 

정말 엄~~~~청나게 큰 생선들이 즐비하게 늘어진 광경에 난 이미 싱글벙글이다. 바닥이 더럽고 길이 좁아서 사람들이랑 계속 몸을 부딪히며 걸어야 하지만, 이미 싱싱한 생선과 판매하는 아줌마들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하늘에서 비까지 부슬부슬 내려도 난 그저 너무 신났다. 요미도 신나 하는 우리를 보며 즐거워했다. 본인은 직접 사지 않아도 우리에게 시장을 소개해 주고 가격을 흥정하러 같이 와 준 것이다. 


재래시장은 어느 나라나 정가가 없겠지만 아프리카 대부분 시장의 바가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냥 모르면 당하는 것이다. 거기다 나 같은 외국인은 그들에게 오늘 하루 혹은 며칠 수입을 한 번에 벌 수 있는 좋은 타깃이기도 하다. 50%나 깎아서 잘 샀다고 하는 관광객들을 보면서, 12년 차 아프리카인인 나는 속으로 혀를 끌끌 찬다. 저걸 10도 안 되는 가격이 사는 것을 그 사람들은 상상도 못 할 테니까. 


즐거운 마음도 잠시, 어디선가 갑자기 한 남자가 나타나 친구 요미 앞에서 뭐라 뭐라 한다. 요미는 키가 180에 몸무게가 80kg가 넘는 건강 미인이다. 나이지리아 사람들은 골격이 크고 근육 양이 많고 가슴과 골반이 굉장히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그냥 보면 66 사이즈의 모델 같다. 갑자기 요미 얼굴이 울그락 푸르락 해지더니 급기야 그 남자 어깨를 강하게 밀치며 소리를 지른다. 언성을 높여 가며 정말 무섭게 싸우는 그 둘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무슨 일이지? 왠지 우리 때문 인 것 같은데... 

영어가 아닌 현지 언어로 대화를 해도 감이라는 게 있다. 분명 우리 때문에 생긴 일이다. 


그 남자는 시장의 양아치 같은 존재인데, 현지 시장에 외국을 데리고 왔으니 돈을 내라고 했다는 것이다. 어불성설 논리에 개빡!친 요미는 완전 열받아서 미친 거 아니냐며 몸 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괜히 나 때문에 생긴 일인 것 같아 어쩔 줄 몰라하는데 요미는 정말 씩씩하게 우리를 지켜줬다. 너무 고마웠다. 


똑똑하게 싸우는 요미 덕분에 생선을 파는 아줌마들이 떼거지로 양아치 욕을 하며 쫓아내 버렸다. 


"He does not know who I am!!! (저 ㅅㄲ는 내가 누군지 모르지!!!)"


아직도 분을 못 이기고 씩씩 거리는 요미. 그랬다. 우리 요미는 귀족 집안에서 영재 교육을 받고 19살에 대학을 졸업한 천재다. 이후 런던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26살에 이미 대기업 5년 차 임원이었다. 지금은 HR 관련 사업을 하는데 이 커플은 우리 컴파운드에 월세를 내고 산다. (참고로 월세가 5백 정도 한다.)  시장의 사람들과는 완전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인 것이다. 


착잡한 마음은 살아 움직이는 싱싱한 게와 한국 사람들은 구경도 못 해 봤을 엄청난 사이즈의 왕새우를 보며 행복해졌다. 잔뜩 시장을 봐서 집으로 돌아가는데 누군가가 우리의 차를 막아섰다. 


#책과강연 #백백7기 #최지영작가 #아프리카부자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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