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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프리카부자언니 Sep 21. 2022

열여덟. 아프리카에 사는 주부들의 스트레스는

왜 한국인 마담은 가사도우미가 있어도 본인이 계속 일 할까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이든 모든 한국인 가정에서 가사도우미가 있다. 저렴한 임금으로 나의 생활을 편하게 도와주는 그분들의 존재는 이미 필수불가결이다. 아마 한국에 사는 주부들이 정말 부러워할만하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 아줌마들이 만나면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주제가 1. 자식 얘기 2. 가사도우미의 만행이니 말이다. 이곳에 사는 주부들의 가사도우미와의 갈등 혹은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끝이 없다. 오늘은 이유를 정리해 보려고 한다. (나를 위해서) 



1. 도난의 위험 

물건이 사라지거나 음식, 양념재료, 화장품 일부 등이 사라지는 일이 빈번하다. 가장 심각한 사건은, 단독 주택에 살던 지인이 3주간 휴가를 다녀왔다. 돌아와 보니 집 전체가 텅텅 비어 있었다. 가사도우미와 경비가 합작하여 그 사이에 모든 물건을 다 훔쳐가고 도주한 것이다. 경찰? 경찰은 현지인들 돈 뜯는 직업이다. 누구도 경찰을 신뢰하지 않음. 거기다 상대적으로 돈이 많은 외국인을 위해 무언가를 공짜로 해 줄 경찰은 1도 없다. 

이 과정에서 돈만 더 뜯기면 뜯겼지. 


희한하게 도난에 대한 이중잣대가 있다. 자기네들 동네에 도둑질하다 걸리면 정말 태형 (진상은 죽을 때까지 때림)을 하거나, 불에 태우기도 함. 경찰? 법? 그런 게 어딨나. 

그런데 외국인들 물건을 훔치는 것에 대해서는 경각심이 없다. 넌 많으니까 나한테 좀 줘도 되지 않니? 너 그리고 이 돈 우리나라에서 번 거잖아? 그 돈이 너한테 가서 내가 더 가난해. 그러니까 내가 좀 가져도 돼.라는 식인 거다. 


마지막으로 그냥 정말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그렇다. 어쩌겠나. 



2. 위생 개념이 없음

우리 엄마가 여기서 설거지하는 장면을 보시면 우리 집에서 절대 식사 못 하실 것임. 비누 거품이 둥둥 뜬 물에 대충 헹구거나 (이건 아마 영국, 호주도 이랬던 듯) 기름기 대충 닦아 놓음. 마른 설거지에 음식물 묻는 건 다반사임. 과거 한국의 위생 안 좋은 식당 생각하면 될 듯. 


바닥 청소를 하면 세제를 풀어서 닦고, 끝이다. 무슨 얘기냐 하면, 설거지를 할 때 퐁퐁으로 닦고 그대로 말리는 것과 같은 내용임. 


우리가 생각하기에 버리는 음식도 그들은 먹는 음식이다. 우리가 접시에 먹고 남긴 음식을 먹는 경우도 많음. 이러다 보니 유통기한이나 상한 음식에 대한 개념이 없음. 


보도 못한 식재료를 다루는 경우 어떻게 손질하거나 저장해야 하는지 모름. 그러니 그냥 자기 맘대로 대충대충 한다.  


농약의 위험이나 깨끗하게 뭔가를 씻는다는 개념이 없음. 그냥 물에 휘휘 헹구면 끝. 


 

3. 대다수 기억력이 좋지 않음

한 번 가르쳐 주면 100번 반복해야 함. 농담이 아니라 절대 기억 못 하고 똑같은 실수 계속 반복한다. 어린아이 대하듯이 천천히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같은 이야기를 해야 함. 우리 C 아저씨, 내가 휴가 다녀온 두 달만에 가르쳐준 모든 요리, 청소 방법, 순서 다 까먹음.  


4. 의사소통의 문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면서 'ok'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음. 그래 놓고 정말 다르게 함. 미친다 정말.  


무엇보다 상식 센스가 없음. 자기 일이 아니면 거들떠도 안 봄. 


5. 내일이 없이 오늘은 산다

그들에게 내일은 없다. 당장 먹을 것도 먹는 상황에서 오늘 굶어 죽으면 내일이 무슨 소용인가? 그러니까 이 사람이 나한테 다시 오든 말든 어떻게든 사기 쳐서 돈을 받는 거다. 그러니 시장에서 바가지가 그렇게 심하지. 외국인뿐 아니라 자기네 끼리 그러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니 도덕심? 잘 없음. 이건 생존 게임임. 



이제 2주째 접어드는 새로운 가사 도우미 루씨가 설거지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거품이 그대로 떠 있는 물에 수도에서 물도 틀어 놓지 않은 채로 그릇을 휘휘 대중 저어 건조대에 올려놓는 것이다. C 아저씨가 일부 요리를 가르치러 오셨는데, 칼을 씻어서 건네주는 모습이 가관이다. 음식물이 그대로 담겨 있는 더러운 물에 칼도 휘휘 저어 고기를 썰라고 건네준다. 


빠릿빠릿하게 일하는 장점은 이제 단점으로 둔갑해 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대충대충 일을 하는 성향이 발견되고 자기가 하지 않은 일은 아예 관심이 없거나, 혹은 물어보지도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한다. 


아침에 차를 마시려고 전기 주전자에 물을 올려놓고 잊어버렸다. 이 주전자는 뚜껑이 열려 있으면 물이 끓어도 자동으로 전원이 꺼지지 않는다.  나중에 가보니 물이 반이나 졸아있었고, 부엌에는 루씨와 C 아저씨가 있었다. 위험한 상황에 한숨을 돌리고, 끄든지 혹은 나를 부르든지 해야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는지 물어봤다.

 

"아. 마담이 한 거라 뭘 할지 몰라서 놔뒀다" 


같은 날 저녁에 삼계탕을 먹고 끓여 놓으려고 가스불에 올려놓고 나갔다. 뒤늦게 가보니 냄비는 미친 듯이 펄펄 끓고 있고 사방으로 물이 튀어 가스레인지 주변이 엉망이다. 그러나 그 옆에서 태연하게 그릇 정리를 하고 있는 루시. 혹시 못 본거냐고 물어봤더니, 


"아, 알고 있었는데, 마담이 이거 물 조리는 줄 알았다. 알아서 할 것 같아서 놔뒀다" 


하... 이러다 진짜 집에 불나겠다. 


지금까지 우리 집에서 일하신 분들 중에 이렇게 설거지하시는 분은 없었는데 이건 진짜 생존의 위협이다. 

그래서인지 지금껏 만난 한국인 가정 중 단 한 가정도 요리사를 고용하는 집이 없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위의 부분이 상당수 포함된다고 생각된다. 


이래도, 아프리카에서 가사도우미 있는 게 부러우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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