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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프리카부자언니 Sep 25. 2022

스물둘. 몬스터라 불리는 내 아이 (2)

“나 할 말 있는데 잠깐 볼 수 있어?”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친구 요미에게 늦은 오후에 메시지가 왔다. 오늘 몸이 안 좋다고 했는데 무슨 일 일까. 내려가 보니 아픈 모습이 역력한 요미가 힘없이 계단에 앉아 있다. 


“초이랑 부미에 대해 할 말이 있어….”


그녀의 첫 아이는 발달 장애가 있다. 내 첫 아이보다 한 살 어린 부미를 처음 만났을 때 난 매우 놀랐다. 한국 나이 8살임에도 훌쩍 큰 키의 남자애가 갑자기 우리 집에 들어와서는 정신없이 물건을 만지며 뛰어다니는데 아이 눈동자에 초점이 없는 느낌이랄까. 말을 시켜도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고 웅얼웅얼거리면서 이리저리 도망 다닌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항상 유모가 따라다닌다. 그러고 보면 그의 두 살 어린 동생보다는 항상 유모가 첫 아이를 더 챙기는 것 같았다. 


요미는 힘겹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후에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부미를 따돌리고 급기야 몬스터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얼굴을 감싸 안았다. 눈물이 쏟아졌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난 요미를 부둥켜안았다. 


그의 동생은 남편에게 매까지 맞으며 혼났고, 부미는 집에 들어와서도 계속 울었다고 했다. 그걸 본 아픈 요미의 마음은 찢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상습적으로 부미를 놀렸고, 같이 놀아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 가운데 초이는 몇 번 부미를 때린 적도 있다고 한다. 머리가 아찔했다. 생각해보면 초이랑 루이는 부미가 우리 집에 들어오는 것을 싫어했고 소리를 지르며 나가라고 했었다. 


그 얘기를 듣는 동안 난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내 아이가 괴물이라고 놀림을 당하는 모습을 직접 본 엄마의 심정은 어떨까... 그저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었다. 


평소에도 너무 태연하게 아이를 일반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게 하고, 사람들이 많은 파티에도 동행하며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요미가 항상 대단하게 보였다. 그르면서 늘 눈으로 아이를 예의 주시하면서 혹여나 잘못된 행동을 하면 바로 잡아 주곤 했었다.  만약 내 아이가 발달 장애가 있다면 난 아이를 과연 그렇게 키울 수 있을까, 요미를 보면서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어떻게 난 그의 아들의 존엄성을 지켜주면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 부미를 혹여나 자신들보다 못 하다거나 이상하다거나 모자라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되었다. 또한 다시는 아이들이 그런 행동을 하지 못 하도록 주의를 주어야 했다. 어떻게 아이들에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마음이 무겁다. 


#책과강연 #백백7기 #발달장애 #따돌림 #최지영작가 #아프리카부자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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