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프리카부자언니 Feb 10. 2024

설날이 Chinese New year?

중국남자 부인 10년 차, 해외살이 하며 바라본 구수한 중국과 사람들

Happy Chinese New year! 


웃으면서 Lunar new year이라고 알려 주지만, 

이미 쪽 수와 빨간 데코에 밀린 나는 힘이 없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친한 친구 가족들과 중국 식당에서 저녁을 함께 하며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다. 

다섯 가족이 모인 자리의 밥 값을 초대한 사람이 내고, 그게 당연한 문화. 

마치 우리 아버지 세대를 보는 듯하다. 


오늘은 아이들 학교에서 인터내셔널 데이 행사를 했고, 우연히 구정과 겹쳤다. 

학교는 온통 중국을 나타내는 빨강 등 장식으로 덮여 있었다. 


와... 대단하다. 

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누가 나서서 저걸 하는 것도 대단하지만, 

누가 한다고 모두가 나와서 다 같이 등을 달고 참여하는 모습은 더 인상 깊다. 



중국 남자의 부인으로 산 지 10년 차 - 

60%는 한국, 40%는 중국에 걸쳐 있는 나는

가끔 이런 <함께>의 힘이 놀랍기만 하다. 


학교에 새로운 가족이 오면 

누구라 할 것 없이 모두가 환영하고 진심으로 도와준다. 하루빨리 중국 커뮤니티에 흡수되어 편안히 생활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준다. 


반면, 한국인의 모든 정 반대다. 

일단 본다. 다가오지 않는 한 굳이 나서서 도와주지 않는다. 철저한 개인플레이. 

그 와 중에 회사를 가르고,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왕따를 시키고, 같이 다니면서 그 안에서 또 편을 나누고 뒤돌아 서서 험담하고... 


막상 모아 놓으면 정말 잘하는데, 왜 튀는 꼴을 못 보는지 모르겠다. 

사람 숫자도 손에 꼽을 만큼 적은데 그 안에서 뭘 또 가르긴 갈라.... 



우리 남편은 아직도 설이 되면, 일찍 퇴근해서 유튜브 실시간 라이브로 중국에서 하는 쇼를 본다. 

가수, 서커스, 무용 등 다양한 중국의 문화가 담긴 쇼를 몇 시간이나 본다. 

하루종일 이 것을 보면서 먹고 자고 하는 중국의 문화를 

아직도 여기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친한 친구들과 느긋하게 저녁을 먹고 와인을 마시며 몇 시간을 보낸다. 


음... 내가 어디 소속이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국 사람들이 모여서 떡국을 먹고 한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 본 것 같다. 

(일단 누가 떡국을 할 것인가.. 누군 집에 모일 것인가... 다같이 만드는 것도 귀찮고.. 우리 가족 먹을만큼 하는 것도 힘든데 굳이..?)



배추의 영어 이름은 Napa cabbage 다. 그러나 난 조만간 이 정식 이름이 Chinese cabbage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람들이 김밥을 보고 스시 라고 하듯, 

보이는 것을 믿는 대 다수의 사람들의 눈에는 

수많은 아시아 중 무언인가를 그룹 지어하는 중국밖에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아마 지금의 어린 친구들은 우리 세대와는 다른 시대를 살 것이다. 


한국의 어린이들은 커서 지금보다 더 철저히 개인주의로 살아가게 될 것이고, 

중국의 어린이들 역시 부모세대와는 다른, 

어쩌면 지금 한국의 우리 나이대의 중간쯤의 개인주인-단체주의의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시골에서 자라 품앗이하듯 육아를 하고 

(어릴 때 우리 동네는 문을 잠그는 집이 하나도 없었다. 동네에서 유일한 양옥집에 살던 나는 겨울이면 내 친구네 집에 가서 아무도 없는 친구 할머니 방에 들어가서 온돌이었던 그 집 아랫목에 누워 등을 지지곤 했으니까. 그 때 내 나이 5살? 7살?) 


그리고 아버지는 무조건 친구들에서 밥이든 술이든 쏘셨다. (이제 거의 70이 다 되셔서 자금이 빠듯해진 최근에야 이 습관을 고치셨다...) 


또한 나 때는 보증 빚을 얹는 아빠들이 수두룩했다. 그만큼 친구 아이가... 중요했던 거겠지. 


가끔은 그런 풍경들이 정겹게 느껴지고 그립기도 하다. 

그리고 그 애틋함을 남편과 남편의 친구들 관계에서 찾는다. 진심이 느껴지는 관계. 


여기서 만난 한국인과의 관계가 인스턴트 라면이라면

중국 사람들과의 관계는 손으로 반죽해서 먹는 수제비 느낌이랄까. 

여기서 죽고 못 살 것처럼 같이 다녀도, 한국 가면 쌩 하는 걸 너무 많이 봐서. 

반면, 한 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중국 친구들이 너무 많아서 고맙고 부러울 때가 많다. 


음..


저는 자랑스러운 한국인 입니다만, 

가끔은 이런 구수한 중국인들이 부럽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세상에서 가장 멋진 10살이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