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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프리카부자언니 Feb 13. 2024

아프리카에는 왜 도서관이 없을까?

경제 식민지와 계급을 만드는 방법 

오랜만에 유쾌한 저녁식사를 했다.

스마트하다.라는 말로 표현이 안 되는 두 명의 나이지리아 여자 사람들을 만났다.

내 주변에는 명품을 휘감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초특급 부자 현지 친구들이 너무 많지만 

고급 유머와 해박한 지식 그리고 소탈한 성격을 지닌 두 분을 보니, 진정한 이 나라의 리더를 만난 기분이다.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동안 갖고 있었던 궁금증이 많이 해소됐다.



아프리카(나이지리아)는 어떻게 경제적 계급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가? 



2019년- 처음 나이지리아로 이주했을 때의 환율을 기억한다.

신문에서 매일 고환율이라고 떠들어 대며 스트라이크가 예상된다며 사회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을 때

그때 환율은 1달러 당 360 나이라.


그리고

5년 만인, 2024년 현재,

구글에서 확인한 환율은 1달러 당 1449.7 나이라.


(아니, 어떻게 지난주 블랙마켓 환율이 일주일 만에 공식 환율이 되었지?)


그런데 말이다.

보이는가?


2008년 5월에는 1 나이라 VS 달러가 0.0086

2024년 2월에는 1 나이라 VS 달러 0.00069


즉,

2008년 5월에는 1달러당 116.2 나이라

2024년 2월 현재 1달러당 1449.7 나이라???


13배???!!!  이게 말이 되나?


지금 바로 자료로 찾을 수 없지만, 오늘 만난 친구들 말로는

1980년 대 본인이 유학 당시, 1 나이라 대  달러가 1:1이었다고 한다. 헐!!!



현재 나이지리아 인구의 대 다수를 차지하는 경제 소외 계층 사람들은,

시장의 당근 가격을 모를 정도다. 

비싸서 야채를 사 먹지 않은지 오래다. 미친 인플레이션에 고기는커녕 야채도 먹지 못하고, 옥수수나 곡물을  간 음료를 섭취하여 허기를 때울 정도다. 



반면,

달러 가치가 올라가니 상위층 사람들은 신바람이 났다.

예전 환율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부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경제 식민지 -

마스터/마담 VS 사용인으로 계급이 정해지는 순간이다.



얼마 전 우리 집에서 1년 넘게 착실하고 성실하게 일해 주시던 가사 도우미가 내 팬티를 훔치고 기타 다양한 여러 가지 물건들을 가지고 가 크게 마음의 상처를 입은 일이 있다.

남의 물건을 훔치고도 수치심을 모르는 그들(나뿐 아니라 수많은 나의 친구들에게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일이니)을 보며


목구멍이 포도청.


이라는 말로 위안을 삼았겠만, 그 게 전부가 아니었다.



옛날에 유명한 부잣집이 있었다.

그 집에서는 매일 사람들을 위해 밥을 지어 하루에 한 번 무료로 나눠 주었다.

그렇게 매일매일 밥을 퍼 줘도 그 집 곡식은 줄어들지 않고 해마다 그 부자는 점점 더 큰 부자가 되었다.

역시 나눔을 실천하면 하늘에서 복을 받는 것일까?



그 유명한 부자는 정치인이었다.

사람들에게 거두어들인 세금을 공공을 위해 쓰는 대신 빼 돌려서 자기 주머니를 채우고 있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부자를 칭송하며 따를 뿐이었다.

더 큰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매일 공짜로 한 끼씩 먹으니 일할 생각을 하지 않았고, 매일 공짜 밥만 기다렸다.

어떻게 하면 나도 저렇게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하는 대신, 

어떻게 내일도 일찍 줄을 서서 공짜밥을 얻어먹을 수 있을까 궁리를 하게 되었다.



어떻게 똑똑한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의 정신을 지배하고,

사회의 기득권을 유지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였다.


매일 눈앞에 달콤한 사탕을 공짜로 쥐어 주고 생각 따위는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Independance / Responsibility / Decision 


이 세 가지는 경제 소외 계층이 절대로 가질 수도 없고, 원하지도 않는 것들이다. 


일 자리를 제공하고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는 대신,

부자들에게 점점 더 의지하고, 가난하게 살아가도록 그들의 멘털을 지배하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제야 이 사회 구조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왜 이 나라에는 부자가 그렇게 많은데

나의 오랜 꿈이었던 공공 도서관이 없을까?



내 부자들은 본인이 이미 어린 나이부터 외국의 기숙사 학교에서 수학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돌아와 부모의 부를 이어받고 몇 배로 불리고 있었다. 그들의 자녀 역시 이미 유학 계획이 세워져 있고, 본인들이 그렇듯 그것이 당연한 코스다. 


이렇게 아주 어릴 때부터 외국 기숙사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오는데

왜 외국에서 배웠다는 사람들이 사회를 위해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을까?


왜 그들은 점점 더 부자가 되고

일반 사람들은 점점 더 가난해 질까?



단순하다.


부를 나눠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만,

내 가족만,

가까운 친지들만,

소유하고 싶은 거다.


일반 국민들의 머리가 커서 기득권을 위협하는 상황을 차단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을 멍청하고 미개하고 자신들에게 의존하는 상태로 철저히 유지하는 것이다.



양심을 모르는 도둑을 키우는 사회.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어찌 도덕과 윤리를 따질 수 있을까)

상위 1% 사람들이 99%의 가난 사람들을 돈으로 지배하는 사회.


그것이 오늘의 환율을 이 지경까지 오게 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왜 나의 직원들을 하나 같이 그리 뻔뻔한지 

왜 책임이나 주인의식 따위는 절대 찾아 볼 수 없고 시키는 것도 간신히 못 하는지

왜 본인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것을 어려워 하는지 

이제야 더 깊이 이해가 된다.

왜 하나를 주면 고맙다는 말 대신 반대쪽 손을 내미는지도.


웃픈 현실에 쓴웃음만 짓는다. 


#나이지리아 #아프리카가난한 이유 #아프리카 #부정부패 #경제식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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