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편
이 책을 읽는 경험은 진공 상태에 갇혀 있던 내가 책장을 덮는 순간, 갑작스레 세상의 소음이 파도처럼 온몸으로 몰려드는 것과 같았다. 세상과 나 사이를 가로막던 얇은 막이 ‘팍’하고 터지며, 세계가 새로운 모습으로 스며드는 듯한 기분이었다.
⠀
⠀
지난 10년간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하 지대넓얕) 시리즈는 인문학에 대한 기존의 편견을 허물며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선 ‘인문학의 지도’였다. 1권과 2권에서 세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0권에서는 인간과 관계의 본질을 다루었다면, 이번 무한 편은 지식을 넘어선 ‘실천’의 영역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이 책은 지식을 채우면 채울수록 공허함이 깊어지는 이유를 실천의 부재에서 찾으며, 실천이야말로 지식을 지혜로 승화시키는 중요한 과정임을 강조한다.
⠀
⠀
이 책이 말하는 ‘실천’은 단순히 행동을 취하는 것을 넘어, 삶을 바라보는 태도 그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는 세상의 중심을 자신으로부터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나와 세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조명하는 과정이다. 이 여정을 위해 작가는 일곱 가지 단계를 제시하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견성’이다. 자아와 의식의 본질을 설명하며, 깨달음의 핵심과 관련된 이 단계는 책의 중심 개념을 이루는 동시에, 실천과 지혜의 동행이 깨달음에 필수적임을 일깨운다.
⠀
⠀
⠀
지금 뭐라고 횡설수설 쓰지만, 책을 읽으며 떠오른 감상을 몇 줄로 요약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이 책은 직접 읽고 해석해 봐야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알게 될 것이다. 단편적으로 문장을 발췌하거나, 요약하는 것은 이 책을 이해하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 전체적인 서사를 통해 각 요소를 조합하며 독자가 스스로 해석해야 비로소 작가의 메시지에 다가갈 수 있다.
⠀
⠀
“하지만 어떤 면에서 이러한 깨달음은 미완성의 깨달음일 수 있다. 더 온전한 깨달음은 실천과 지혜에 삶이 더해지는 것이다. 가정과 직장과 사회와 공동체가 나에게 부여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어른이 되고 좋은 사람이 될 때, 우리는 비로소 깨달음의 완성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_책 중에서
⠀
⠀
나는 이 메시지를 ‘깨달음은 삶의 한가운데에서 경험하고, 갈고닦아야 비로소 온전해진다’고 이해했다. 깨달음과 현실을 분리하지 않고, 삶의 과정에서 깨달음을 완성해야 한다고.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인문학 서적을 넘어선, 한 차원 높은 자기계발서로 다가왔다.
⠀
⠀
자기 계발이라는 표현이 다소 세속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인간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모든 시도는 결국 자기 계발의 범주 안에 들어간다. 삶의 방향을 고민하고, 내 앞에 놓인 인생에 대해 한층 너그러워지고 싶다면, 작가의 시선을 빌려 세상을 다시 바라보는 것도 뜻깊은 일이 될 것이다. 그가 말하듯, 우리는 모두 각자의 생을 둘러보는 여행자니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