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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타 Dec 15. 2024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무한 편



이 책을 읽는 경험은 진공 상태에 갇혀 있던 내가 책장을 덮는 순간, 갑작스레 세상의 소음이 파도처럼 온몸으로 몰려드는 것과 같았다. 세상과 나 사이를 가로막던 얇은 막이 ‘팍’하고 터지며, 세계가 새로운 모습으로 스며드는 듯한 기분이었다.

지난 10년간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하 지대넓얕) 시리즈는 인문학에 대한 기존의 편견을 허물며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선 ‘인문학의 지도’였다. 1권과 2권에서 세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0권에서는 인간과 관계의 본질을 다루었다면, 이번 무한 편은 지식을 넘어선 ‘실천’의 영역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이 책은 지식을 채우면 채울수록 공허함이 깊어지는 이유를 실천의 부재에서 찾으며, 실천이야말로 지식을 지혜로 승화시키는 중요한 과정임을 강조한다.

이 책이 말하는 ‘실천’은 단순히 행동을 취하는 것을 넘어, 삶을 바라보는 태도 그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는 세상의 중심을 자신으로부터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나와 세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조명하는 과정이다. 이 여정을 위해 작가는 일곱 가지 단계를 제시하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견성’이다. 자아와 의식의 본질을 설명하며, 깨달음의 핵심과 관련된 이 단계는 책의 중심 개념을 이루는 동시에, 실천과 지혜의 동행이 깨달음에 필수적임을 일깨운다.


지금 뭐라고 횡설수설 쓰지만, 책을 읽으며 떠오른 감상을 몇 줄로 요약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이 책은 직접 읽고 해석해 봐야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알게 될 것이다. 단편적으로 문장을 발췌하거나, 요약하는 것은 이 책을 이해하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 전체적인 서사를 통해 각 요소를 조합하며 독자가 스스로 해석해야 비로소 작가의 메시지에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이러한 깨달음은 미완성의 깨달음일 수 있다. 더 온전한 깨달음은 실천과 지혜에 삶이 더해지는 것이다. 가정과 직장과 사회와 공동체가 나에게 부여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어른이 되고 좋은 사람이 될 때, 우리는 비로소 깨달음의 완성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_책 중에서

나는 이 메시지를 ‘깨달음은 삶의 한가운데에서 경험하고, 갈고닦아야 비로소 온전해진다’고 이해했다. 깨달음과 현실을 분리하지 않고, 삶의 과정에서 깨달음을 완성해야 한다고.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인문학 서적을 넘어선, 한 차원 높은 자기계발서로 다가왔다.

자기 계발이라는 표현이 다소 세속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인간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모든 시도는 결국 자기 계발의 범주 안에 들어간다. 삶의 방향을 고민하고, 내 앞에 놓인 인생에 대해 한층 너그러워지고 싶다면, 작가의 시선을 빌려 세상을 다시 바라보는 것도 뜻깊은 일이 될 것이다. 그가 말하듯, 우리는 모두 각자의 생을 둘러보는 여행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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