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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레나 Feb 23. 2022

라스베이거스 호텔리어 신입사원 1일 차

두근두근 설렘 가득했던 그날의 기록

많은 사람들이 물어본다. 라스베이거스에 살면 무슨 느낌이냐고 이러한 화려한 도시에 살면서 항상 기대되고 좋은 기억과 화려한 삶을 살 거 같다면서. 내가 스트립을 자주 나가는 건 아니지만 나갈 때마다 드는 생각은 자동차 창문을 열고 창 밖을 내다보면서 '이렇게 호텔이 많고 일하는 사람도 많은데 내가 일 할 곳 하나가 없을까.' 나는 즐기러 온 여행객도 아니고 실제 이 도시 안에 살아가야 하는 사람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는 유흥과 휴양지 이겠지만 나에게는 실전이고 현실이다. 매일 호텔을 바라보며 이러한 생각을 하고 도전을 하고 실패를 맛보고 좌절도 하고 요즘 언어로 많이 쓰는 '현타'도 많이 왔는데 드디어 이 거리 호텔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다니 나는 아직도 그 느낌 설렜던 그 감정을 잊을 수가 없다. 



나에게 처음 접해본 이 미국 회사는 굉장히 체계적이고 많은 베네핏을 주는구나 하고 첫날부터 느꼈다. 인터뷰가 통과되면 내 부서의 최고 부서장으로부터 승인을 받고 이제 HR 부서로 전달이 되는데 나는 그다음 날 HR 부서로부터 이메일로 Offer Letter를 받았다. Offer Letter에는 축하한다는 문구와 나의 직급, 연봉이 적혀있고 언제부터 일을 시작할 예정인지도 간략하게 정리가 되어있다. 그다음에 이 레터를 받고 네가 accept을 할지 decline을 할지 결정하라고 적혀있다. 


나는 꼼꼼하게 읽어본 후 accept을 한다고 연락을 보냈고 그 후에는 이제 내 background check을 하기 시작한다. 한국 회사도 background check을 하긴 하지만 미국 회사는 내 과거의 범죄기록, 일한 경력 등 더 꼼꼼하게 따지는 것 같다. HR 부서에서는 나에게 주소를 하나 보내주고 여기로 가서 체크를 받으라고 했다. 


회사마다 직원들이 많기 때문에 background check을 하기 위한 연결된 곳이 하나씩 있는데 나는 아침부터 도착해서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그 후 내 이름을 부르고 나의 머리카락 한 움큼, 가장 밑 부분과 중간 부분을 가위로 싹둑 잘라서 비닐팩에 넣어서 검사실에 보냈다.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너무 놀랐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절차를 이것저것 듣기는 했지만 머리카락을 몇 가닥도 아니고 한 움큼을 가위로 티 나게 잘라가다니 말이다. 그렇게 빈 머리카락을 만지며 그곳에 나왔고 나에게 '네가 과거에 약물을 복용했는지, 범죄기록이 있는지 확인하는데 3-4일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해줬다. 


나는 과거에 약물을 복용한 적도 범죄를 저지른 적도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괜스레 걱정이 되고 혹시나 나도 모르는 다른 사실이 나올까 불안하기도 했었다. 다행히 4일 뒤에 HR에서 background check을 끝냈다는 연락이 왔고 내 Employee ID를 보내주면서 내 신분증과 이것저것 사인이 필요한 서류를 가지고 방문하라고 연락이 왔다. 



그렇게 첫날, HR로 가서 내 Employee ID에 나올 사진을 찍고 사원증을 만들고 서류에 사인을 하고 내 개인 서류를 최종으로 내고 나왔다. 이 과정만 해도 2주 정도의 시간이 걸렸는데 그 뒤에는 또 있었다. 


바로 오. 리. 엔. 테. 이. 션 내가 들어가는 그 시기는 코로나로 호텔이 다시 re-open 한 지 몇 달이 안 지난 상태라서 오리엔테이션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보내준 사이트로 들어가서 밤에 비디오와 오리엔테이션을 들었고 거의 2시간이 소요된 거 같다. 그 후 실제로 몇 팀씩 나누어서 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는데 이 과정을 보고 굉장히 체계적이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온라인으로 본 오리엔테이션은 우리 회사가 호텔뿐만 아니가 Bubba Gump 등 유명한 리테일 스토어도 가지고 있다는 내용과 회사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했다면 실제로 한 오리엔테이션에서는 비상시에 발생하는 상황과 HR과 경영팀 등 이사급 높은 사람들이 와서 직접 이야기를 하고 질문을 받고 내가 있는 Property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첫날 긴장감을 가지고 나는 내 부서 오피스로 갔다. 나랑 같이 일하게 될 매니저와 사수와 인사를 나누고 내가 일을 하게 되면서 앞으로 연락을 많이 하게 될 부서에 가서 인사를 했다. 내 매니저는 이태리계 미국인인데 너무 유쾌하고 모든 순간마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었다. 나는 내 매니저를 인터뷰 때 처음 보고 이야기를 한 마디 하는 순간 같이 일해보고 일을 많이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인사를 하면서 느낀 건 역시 내 매니저는 어디에서든지 인기스타였다. 다들 밝게 맞이를 해주고 나에게 '너 행운아야. 이 매니저랑 일하게 되었다니 축하해'라며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다. 첫날 일을 오기 전에 긴장했던 나의 모습과 다르게 평온하고 밝은 분위기로 긴장감이 풀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인사만 2시간을 다니면서 했던 기억이 있다. 


내 매니저와 사수와 호텔 동선을 다니면서 느꼈던 점은 직급이 Director 이사임에도 불구하고 내 Property를 사랑해야 한다는 마음을 강조했으며 카지노와 호텔 안을 지나가면서 눈에 보이는 작은 쓰레기라도 직접 주워서 버리기도 하고 매의 눈으로 전구 등 하나하나 고쳐야 하는 점을 감지하여 바로 부서에 말을 해주는 걸 보고 '아 나도 여기서 많이 성장하고 배워서 저렇게 멋진 매니저 그 위로 성장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미국 오고나서부터 처음으로 내 위에 사람에게 느껴본 감정이었다. 




나의 직함은 Hotel Operation Admin으로 경영지원 업무를 맡아서 하고 있다. 경영지원팀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나는 Guest Service Team을 담당하고 있다. 손님들에게 다가가서 도와주는 직원들의 Payroll과 Tip 들을 매 Payday마다 계산하고 결제를 하고 호텔로 들어오는 서비스 Charge들을 다시 재검토 후에 환불을 해주는 일이 주 업무이다. 그 외에 Shift 마다 마감을 하고 업무지원을 하는 일도 있지만 난 입사 후 거의 한 달은 Payroll을 담당하는 회계팀에서 트레이닝을 시스템과 미국 월급 주는 기준에 대해서 트레이닝을 받고 돈을 돌려주고 부과를 하는 시스템을 사용하기 위해서 3주 동안 훈련을 했다. 처음에는 시스템도 너무 많고 다양해서 배우고 조금 지나면 깜빡하고 해서 동영상을 찍어서 자기 전에 3번씩을 돌려봤다. 


나는 미국 회사에 들어갔지만 이방인으로써 영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그들과는 다르다. 그렇기에 그들을 따라가고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2배 3배로 더 노력하고 열심히 해야만 했다. 그렇게 나의 트레이닝이 한 달뒤 끝이 나고 실전으로 들어갔다. 너무 떨리기도 하고 무서웠지만 내 옆에 나를 위해 응원해주고 든든한 버팀목인 매니저와 사수가 있어서 더 열심히 적응을 할 수도 있었고 그만큼 더 많이 배울 수도 있었다. 이제는 나 혼자 Shift를 지키는 시간도 생겼는데 차근차근 잘 해내가고 있다. 나는 밤 11시에 끝나는 Shift 마감을 해야 하기 때문에 늦게 끝나는데 오늘 하루도 열심히 일을 하고 주차장을 가면서 뒤돌아보면 딱 이렇게 보이는 내 호텔이 아늑하고 뿌듯해 보인다. 




이렇게 내가 일하는 사람들과 공간을 사랑하게 될 수 있을까 느낄 정도로 나는 내 Property에 대해서 애착이 크다. 그렇기에 나에게 주어진 일하는 하루 그 순간마저도 감사하고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남들이 잘하고 있다고 해도 아직 나는 나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생각을 한다. 내가 몇 년 뒤 다가올 나 자신을 위해서 더 책임감 있고 어떠한 사건이 생겨도 나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키우려고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나의 팀이 있고 그렇게 할 수 있는 내 무대가 있기 때문에. 오늘도 라스베이거스의 호텔은 24시간 반짝반짝 빛이 나고 나는 그렇게 일을 하는 내 팀들과 직원들을 위해 더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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