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1차 대전의 뫼즈 강
홀로코스트
20세기 첫 세계 대전에는 갖가지 신무기가 선을 보였다. 탱크와 잠수함, 전투기, 독가스 등 대량 살상무기들이 쏟아졌다. 그 중에도 참호와 철조망, 기관총은 악마의 3형제로 불리며 군인들을 괴롭혔다.
군인들은 쥐와 악취로 가득 찬 참호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가 공격 명령이 떨어지면 적의 참호를 향해 달려 나갔다. 하지만 목적지에 이르기 전 대부분의 군인들은 기관총에 막혀 더 이상 전진을 할 수 없었다. 그로인해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했다.
운 좋게 상대의 참호까지 도달한다 해도 철조망 앞에서 우물쭈물하는 사이 죽긴 마찬가지였다. 그런 무모한 전투가 되풀이 되는 사이 ‘노 맨스 랜드’에는 점점 희생자만 쌓여갔다.
독가스 역시 많은 사상자를 만들어냈다. 독가스를 처음으로 개발한 사람은 유대인 과학자 프리츠 하버다. 그의 삶은 20세기의 아이러니 중 하나다. 하버는 질소를 정제해 비료를 만들어냈다. 인류의 식량문제 해결에 크게 공을 세워 1918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조국 독일을 사랑했다. 기꺼이 자신의 이론을 응용해 살상무기 독가스를 제조했다. 그것이 자신과 인류에게 가져다 줄 비극에 대해선 전혀 짐작하지 못한 채. 자신이 만든 독가스는 곧 이어 벌어진 2차 대전서 600만 유대인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다름 아닌 하버의 동족들이었다.
2차 대전 유대인 학살은 홀로코스트(Holocaust)로 불린다. 어원은 그리스어 번제에서 나왔다. 희생 제물을 불에 태워 그 향기로 제사를 드리는 의식을 말한다. 유대인 학살을 번제라고 부르기엔 끔찍하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재앙’을 의미하는 히브리어 쇼아(Shoah)라고 표현한다. 그 쪽이 나은 것 같다.
하버는 2차 대전 유대인 박해를 피해 영국으로 망명했다. 그곳에서도 하버는 환영받지 못했다. 그는 가는 곳마다 손가락 짓을 받았고 결국 스위스에서 쓸쓸히 죽었다.
그의 비극은 단두대의 발명가 조세프 기요틴과 자신이 만든 법에 의해 사형 당한 진나라 재상 상앙을 연상시킨다. 기요틴은 단두대의 희생자로 알려졌고, 이목지신(移木之信)의 상앙은 스스로 그 법의 피해자가 됐다.
법을 만들어 봤자 백성들이 지키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상앙은 성의 남문 앞에 나무기둥 하나를 세워 놓고 “이것을 북문으로 옮기는 자에게 상금을 주겠다”고 공고했다.
하지만 아무도 이 터무니없는 지시를 믿지 않았다. 그처럼 쉬운 일에 돈을 주다니. 하지만 상금을 대폭 올리자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을 한 사람이 이를 시행했다. 상앙은 공고대로 그에게 상금을 내렸다.
이후 사람들은 너도 나도 법을 따르게 됐다. 10년이 지나자 길에 돈이 떨어져 있어도 아무도 줍지 않게 됐고, 도둑들이 사라졌다고 한다. 나무 옮기는 일(移木)을 믿게 만들었다 하여 이목지신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