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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름 Apr 23. 2024

생각

3주 만에 병원에 와서 비상약을 받았다. 나아지기를 기다리며 햇볕을 쬔다. 괜찮아진다고 생각했던 건 그저 나의 허상이었을까, 하루를 망치고 먹었던 것들도 게워내고 지하철 속의 백색소음들이 귓속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하면서 사는 시간 속에서도 이렇게 고통스러운 게 인생이라면, 사실은 진작에 조용히 멈췄어야 하는 인생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나아지고 싶어 몸뚱이를 질질 끌며 병원에 오고 나아지고 싶어 눈물을 쏟았다. 내 옆의 누구도 떠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감당할 자신이 없어 떠나 주길 바란다. 혼자되기가 죽기보다 싫었지만 그것조차 내 이기심으로 만들어 낸 형체에 불과하다는 마음이 들어 나에게 벌주는 마음으로 다시 혼자되기를 바란다.


다시 괜찮아질 것을 안다. 한두 시간 지나면 잠이 쏟아질 테고 일어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가라앉을 것을 안다.


잘 알아서 더 괴로워진다.


이 모든 고통과 놓아버리고 싶은 충동들이 결국은 약 몇 알에 멈출 수 있는 별 것 아닌 것 들이라는 걸 인정하기가 괴로워진다.


삶은 죽음으로 걸어 들어가는 과정이라는데,


이제는 이 길이 어쩌면 남들과 같은 모래와 같은 자갈로 덮여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저 내가 걸어서는 안 될 사람이어서 이토록 힘든가 보다-하며 오늘도 그냥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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