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더의 역할과 골프의 유사성
경영환경이 복잡해지고,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기술발전이나 변화의 속도가 아주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Chief Executive Office가 회사의 전반적인 업무를 혼자서 파악하고 직접적으로 수행하기가 어려워져 전문분야별 C레벨 임원을 두고 권한을 위임하고 도움을 받는 지배구조 사례가 많아졌다.
일반적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 Chief Financial Officer, 최고운영책임자COO: Chief Operation Officer, 최고마케팅책임자CMO: Chief Marketing Officer, 최고기술책임자CTO: Chief Technology Officer를 두는 경우가 많으며,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등 기업 내 정보시스템 관리를 위한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 Chief Information Officer를 두거나, 2022년 1월에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법 시행 관련 최고안전책임자CSO: Chief Safety Officer 자리를 신설하는 등 기업의 업종과 전략방향에 따라 여러 유형의 C레벨 임원을 두고 있다.
C레벨 임원들 중 일부는 이사회 멤버나 경영위원회 위원 활동을 겸하고 있어, 이러한 경영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향후 CEO 승계 계획에 의거 최고경영자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승계 계획succession planning은 조직의 핵심적인 직책에 있어서 리더십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후임자를 사전에 선정하고 필요한 자질을 육성하는 체계적인 활동을 의미하는데, 이를 통하여 경영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리더십 공백을 줄일 수 있다.
토인비A. J. Toynbee가 “모든 행복한 가족들은 서로 닮아 가는데 불행한 가족들은 각자의 방식을 고집하기 때문에 불행해진다.”라고 한 말은 C레벨 임원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워렌 베니스 외 1인, 리더와 리더십, 황금부엉이 2007, p.270.) 지배구조상으로 조직의 기본 목적, 존재의 이유, 전략적인 방향, 가치체계에 일치되게 모두를 관련시킴으로써 한 방향 정렬이 가능하도록 만들고 사업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즉, C레벨 임원은 CEO와 동일한 경영활동을 하는 것으로 CEO처럼 생각하고 CEO 역할을 수행해야 조직이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CEO의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필자는 CEO 역할을 영문자 머리글자를 따서 대안을 선택Choice하고, 선택된 대안을 실행Execution하고, 실행결과 성과Output를 내는 세 가지로 정의한 적이 있다.(박세연, 리더들이여 CEO처럼 생각하라, 북랩 2019, pp.8-9.)
CEO의 이러한 역할은 경영관리 기본이론에서 나오는 PDS사이클과 맥락을 같이한다. PDS사이클은 Plan(계획), Do(실행), See(통제)의 순환과정으로, 계획 수립단계에서 필수적으로 여러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Plan=Choice, 실행은 두 단어의 의미가 유사한 것으로 Do=Execution, 통제는 성과에 대한 피드백을 의미하는 것으로 See=Output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CEO 역할 수행에 대한 의미는 PDS사이클과 같은 뜻으로, 조직의 리더는 CEO가 하는 경영관리활동PDS을 잘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CEO의 역할은 골프 경기를 하는 골퍼와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다는 생각이 든다. 골퍼들은 경기에 임하여서 매번 하는 샷을 어떤 클럽으로 칠 것인가를 선택Choice하고, 코스나 날씨 등의 변수를 고려하여 스윙을 실행Execution하고, 그에 따라 파 혹은 보기 등의 스코어 결과Output를 낸다.
■ CHOICE: 무엇을 선택한다는 것인가
우리 인생에서 자고 일어나면 매 순간 선택을 해야 한다. 밥이나 빵 중 뭘 먹을까 아니면 굶을 것인지, 무슨 옷을 입을 것인지, 지하철이나 버스 중에 무엇을 탈것인지 등 다시 잠드는 순간까지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한다. 골프도 마찬가지로 티오프를 해서 경기가 종료될 때까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매 순간 선택을 해야 한다.
티잉 구역 어느 지점이 스탠스가 평평하고 코스에 적합한지 선택, 티샷을 드라이버로 할 것인지 아니면 우드로 할 것인지 선택, 세컨드 샷을 그린보다 길게 혹은 짧게 보내기 위한 아이언 클럽 선택, 그린을 놓쳤을 때 띄울 것인가 굴릴 것인가에 따른 클럽 선택, 퍼팅에서 경사나 라이에 따라 스트로크 강도 선택 등 모든 샷에는 플레이어의 선택이 따른다.
어떤 유형의 경기를 하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기도 한다. 스트로크 게임에서는 비록 샷 실수를 했더라도 더 이상 타수가 늘어나지 않도록 안전한 차선의 클럽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매치플레이에서는 샷 실수로 이왕 그 홀을 내어주는 경우에는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3번 우드를 쥐고 온 그린을 노려볼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서 모든 선택이 달라지는 것이다.
경영에 있어서도 모든 것의 시작은 선택이다. 어떤 계획이나 전략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경영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 선택이 잘못되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가 없다. 선택은 다른 말로 하면 최고경영자CEO의 의사결정이다. 경영자나 조직의 리더는 결과에 책임을 지는 모든 선택을 혼자서 결정해야 하는 외로운 자리이다. 필자 역시 수년 동안 조직생활을 해왔지만 문제가 되지 않을 일들의 대부분은 C레벨 임원 수준에서 전결 처리되고 권한이 위임인 된 일이라도 향후 문제가 발생할 것 같은 일은 어떠한 형태이던 CEO에게 의사결정을 받으려고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다.
골프 역시 CEO와 같이 플레이어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감당하는 외로운 경기이다. 물론 캐디나 거리측정기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마지막 의사결정은 골퍼의 몫이다. 그래서 골프에서 간혹 잘못된 선택은 화를 부른다. 코스 중간에 해저드hazard나 크리크creek가 있으면 다소 아쉬움이 있더라도 끊어서 가면 쉽게 보기를 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파를 하지만, 3번 우드와 같은 무리한 선택을 하는 순간 트리플보기라는 아찔한 결과가 기다리게 된다. 물론 성공을 하면 확실한 버디 내지 이글이라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하지만 그럴 확률이 낮을 뿐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사실은 경영관리나 투자에서만 사용하는 용어가 아니라 골프 경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 EXECUTION: 스윙은 어떻게 할 것인가
스윙을 실행하는 방법 즉 어드레스, 백스윙, 다운스윙, 팔로우 스윙, 피니시 등 어떻게 스윙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은 필자가 ‘프로 레슨러’가 아니어서 여기서 언급하지 않겠다. 그러나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스윙에 대한 책임은 골퍼 자신에게 있으므로 매번 실행하는 스윙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스윙을 해야 한다.
골퍼는 클럽 선택도 본인이 하지만 스윙의 결과에 대한 책임도 본인이 져야 한다. 마찬가지로 조직의 리더도 책임감을 가지고 경영을 해야 한다. 이슈가 발생을 하였을 때 리더가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라며 책임을 여러 사람에게 돌리는 것은 리더로서 자질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 책임은 의사결정자가 지는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상황을 통제하여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자신의 처한 상황이나 문제를 인식하는 것도 절반의 성공이다. 스윙의 실행에서 실수가 발생하면 무엇이 원인인지를 빨리 인식해야 한다. 스윙 리듬이 빠른 것인지, 몸이 경직되어 회전이 덜된 것인지, 아니면 공을 끝까지 보지 못한 것인지, 문제점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여유시간에 동반자들과 담화를 나눌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템포tempo나 스윙궤도를 찾기 위해 연습 스윙을 어느 정도 계속해야 한다. 필자의 지인 중 항상 싱글 스코어를 내는 한 분은 라운드 도중에 약간의 시간이 나면 혼자서 가벼운 연습 스윙을 자주 하면서 경기 리듬을 계속 유지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완성(完成)의 반은 반성이다. 스윙이 잘못 실행되었을 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반성’하고 나서 시작을 하면 ‘시작이 반’이니 ‘완성’할 수 있다. 자신의 스윙을 실행함에 있어 모든 샷에 대한 냉철한 성찰 없이 좋은 스코어를 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OUTPUT: 성과란 무엇인가
기업차원에서 성과는 매출액, 영업이익률, 당기순이익, 투자수익률 등 주로 재무적인 수치로 나타나며, 업종에 따라서 시장점유율, 고객만족도, 이직률 등의 지표도 ‘성과관리performance management’에 활용된다. 성과관리란 조직의 비전과 전략을 달성하기 위한 경영 목표와 활동계획을 수립·시행하고, 그 결과를 평가해 경영 및 조직 관리에 피드백시킴으로써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의미한다.(네이버 지식백과 2014. 4. 15.)
이는 조직 차원의 성과관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조직에 속한 구성원 개인이 이룬 성과는 이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 골프의 경우 개인 경기를 하는 것으로 성과는 개인이 이룩하는 결과 치를 의미하는 것이다. 연구에 의하면 조직에서 개인의 성과는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된다.(스티븐 로빈슨 외 5인, 조직행동론, 피어슨에듀케이션코리아 2014, p.596.)
⑴ 직무성과task performance: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거나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데 부과되는 의무사항의 완수 정도로, 직무기술서 상에 부여된 과업을 잘 수행한 결과를 의미한다.
골프에서는 18홀 스트로크 게임에서 개인별로 몇 타를 쳤는지, 홀 매치 경기에서 몇 홀을 이겼는지를 의미한다. 프로골퍼의 경우 상금, 톱 텐 피니시, 컷 통과 횟수가 중요한 성과이며, 평균타수, 드라이브 비거리, 페어웨이 안착률, 그린 적중률, 평균 퍼팅수가 개인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성과지표이다.
⑵ 시민행동citizenship: 조직의 심리적 환경에 공헌하는 행동이다. 자발적으로 타인을 도와주거나, 동료를 존중하는 태도로 대하거나, 건설적인 의견을 제시하거나, 직장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하는 등의 행위를 의미한다.
라운딩 중 분위기를 띄우려고 ‘나이스 샷’을 외치거나 분실된 공을 찾으러 산비탈을 같이 다니는 행위 등은 골프에 있어서 시민행동에 해당된다. 또한 그린 보수, 디봇 메우기, 방카 정리 등 골퍼로서 매너 있는 행동의 대부분은 여기에 해당된다.
⑶ 생산성저하행위counterproductive: 조직에 의도적으로 손해를 입히는 행위이다. 절도, 기업재산 파손, 동료들에게 적대적으로 행동하기, 고의적인 결근 및 태업 등을 말한다. 음(-)의 성과를 의미한다.
골프에서는 경기를 지연시키는 행위, 전화 벨소리 등 타인의 샷을 방해하는 행위, 캐디와의 언쟁 등으로 동반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행위 등 매너없는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들의 정상적인 플레이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