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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연 Jul 27. 2022

경케한 골프 "에필로그"

   2019년 아홉 번째 책을 출간할 때 나에게 항상 즐거움을 선사하는 첫 손자 ‘민재’ 이름을 헌정사에 넣었다. 그런데 그 이후에 둘째 손자 ‘민호’가 태어났다. 먼 훗날에 ‘민호’가 할아버지 책에 자기 이름이 없다면 얼마나 섭섭하게 여길까 마음에 다소 부담이 있었는데, 이번에 이 책을 출간하게 되면서 헌정사에 '민호' 이름을 넣게 되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골프에 대해 나름대로 알고 있는 지식과 모아논 자료를 정리해서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목표를 정하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주간에는 개별 약속, 소소한 집안일과 쇼핑, 가족모임과 대화, 전화와 SNS, 일상 소통 등 집중력을 저하시키는 요소가 많아 상대적으로 방해가 적은 늦은 밤 시간에 생각을 모아 글 쓰는 작업을 계속한 결과, 신체균형이 약간 무너지면서 체력적으로 힘이 들었다.

  이에 더하여 2022년 2월 정기 건강진단에서 오른쪽 눈의 시력이 전년 측정치보다 현저히 떨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런지 돋보기안경을 쓰고 원고를 작성하면 눈이 쉬이 피로해지고 컴퓨터를 오랫동안 보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참고문헌에 나오는 작은 글씨를 읽으면 독서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눈물이 났다. 조물주가 사람의 장기를 대략 60년 정도 사용하라고 내용연수를 정해준 것인데 이를 초과해서 혹사하여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 생각하며 세월의 무상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항상 이야기 하지만 ‘노력의 끝’이란 자신이 그린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다. 누구나 나름대로 노력하지만 끝을 볼 수 있어야 노력다운 노력인 것이다. 나는 내가 그린 그림인 '열 번째 책'을 출간하는 이 순간에 무척 행복함을 느낀다.

  미국의 천문학자로서 우주과학자이자 작가인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은 “책을 통해 천 년 전의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책을 읽는 것은 시간을 여행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책은 당대의 지식이나 정보 등을 작가의 의지를 담아 체계적으로 모아놓은 기록이지만 상당한 기간 동안 후대에게 전달되어 읽힘으로써 시간의 유한함을 극복할 수 있게 해 준다.

  서재 책장 몇 칸을 차지하고 있는 내가 이미 출간한 책들을 가끔 펼쳐보면 행간마다 그동안 치열하게 살아온 나의 인생 전체가 주마간산(走馬看山:달리는 말 위에서 산천을 구경함)처럼 스쳐 지나간다. 지나간 날들의 추억과 함께 잊고 살았던 기억들 모두가 내 인생의 일부분을 구성하는 조각들이었다. 어떻게 보면 내가 출간한 책은 나의 인생을 2~3년 단위 기록으로 일단락하고 다음으로 나아가는 과정의 결과물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책을 출간하면 몇 년 동안 쌓아온 머릿속 지식을 기록으로 정리해 복잡한 머리를 리셋할 수 있어서 좋다. 언젠가는 정리해야 하는데 라면서 묵혀 놓았던 짐을 정리한 후련한 기분이 드는 기쁨이 있다. 비워야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듯이 앞으로 몇 년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시 새로운 무언가를 모색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새로운 주제가 무엇이 될지는 몰라도 말이다.


  친구에게 받은 글 중 공감이 가는 내용이 있다.

“칠십을 산 노인이 중얼거렸다. 춤출 일 있으면 내일로 미뤄 두고, 노래할 일 있으면 모레로 미뤄 두고, 여행하고 친구들 만나는 모든 좋은 일은 좋은 날 오면 하마 하고 미뤘더니 이제 가쁜 숨만 남았다.”

  여건이 되면 하겠다는 것은 결코 이룰 수 없다는 교훈이 담긴 말이다. 골프도 여건이 되면 하겠다고 생각하면 결국에는 ‘가쁜 숨’만 남을 수 있다.  2019년 겨울에 아이언을 치다가 뒤땅을 한번 친 일이 있는 데, 그날 이후 그것이 원인이 되어 가끔 왼 손목에 통증이 오는 경우가 있다. 몸의 한 부분이라도 아프면 공을 제대로 칠 수가 없다. 앞으로 1~2혹은 그 이상 언제까지 골프라는 운동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그때 가서 후회하지 않기 위해 기회가 있을 때 열심히 골프모임에 참석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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