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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ie Nov 14. 2022

애정하는 문구 브랜드의 알바생으로

소소문구 팝업 스토어 아르바이트 체험기

퇴사를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둘씩 해보고 싶었다. 내가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와 연결되는 것이었다. 연결이라는 것이 광범위하고 막연하지만, 쉽게 말하면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말이다. 당장은 내가 원하는 직무가 아니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일을 해보고, 좋아하는 브랜드를 안에서 직접 경험해 볼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차에, 마침 좋아하는 문구 브랜드인 소소문구 인스타그램에서 팝업스토어 단기 아르바이트를 모집하는 글이 올라왔다. '그래 이거야!' 모집 글을 보자마자 이건 나를 위한 공고라고 생각했다.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몇 안 되는 브랜드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좋아하는 브랜드에 지원하니 이 브랜드에 대해 잘 아는 척, 좋아하는 척 애써 꾸며 쓰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 다행히 브랜드 담당자 분들도 애정이 담긴 지원서를 좋게 봐주셨고, 함께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아르바이트 지원서 내용 중 일부 :) 찐팬이라 쓸 수 있는 내용들




아르바이트는 일주일 동안 진행되는 팝업이었는데, 매장 정리, 고객 응대, 캐셔 업무만 하면 되어서 어려운 일은 없었다. 직장을 다니다가 아르바이트를 하니 꽤나 어색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서서 일을 하다 보니 다리도 아파서 집에 돌아오면 바로 뻗어버렸지만!


일을 할 때는 팝업 매대 앞에서 이야기 나누는 고객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고, 질문들을 기억하면서 고객분들이 어떤 말을 하고 어떤 것을 궁금해하는지 어느 정도 파악을 했다. 그리고 일을 하면서 할 일을 다 해도 손님이 없을 경우 잠깐씩 여유가 있는 시간들에는 제품을 정리하면서 제품을 구석구석 살펴보기도 하고,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제품의 상세페이지나 브랜드 스토리들을 읽고, 구매 고객의 후기들도 읽어봤다. 이렇게 하루 이틀 지나다보니 고객들의 페인 포인트를 제품의 장점과 연결해볼 수 있는 작은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팝업 진열대에 안내 문구를 추가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글씨를 잘 쓰시는 아르바이트 동료분이 예쁘게 손글씨를 써주셔서 몇 개 만들어봤다.

- 하프 다이어리 제품 이름에 담긴 의미와 제작 의도에 대해 잘 모르거나 오해하는 고객들이 있었다.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설명이 상세히 되어있었는데, 오프라인 팝업에는 공간의 제약이 있기도 해서 상세 설명은 없었다. 그래서 웹사이트 상세 페이지의 문구를 디벨롭해서 작은 손글씨 설명 팝업을 만들어 세워놓았다. 제작 의도와 의미가 좋은 다이어리인데 고객들이 그 가치를 모르고 넘어가는 게 안타까웠는데 만들어 놓으니 정말 만족스러웠다.

- 아직 시기가 10월말~11월 초이다 보니, 벌써 2023년이냐고 놀라는 고객들도 있고, 2023년꺼만 있는거냐고 묻는 고객들도 있었다. 소소문구는 한 달씩 쓸 수 있는 데일리로그라는 다이어리 제품도 있었다. '남은 2022년의 기록도 소중하니까!' 라고 이야기 하면서, 남은 두 달의 기록을 이 다이어리 두권으로 끝내보라고 설득하는 문구를 다이어리 앞에 적어 붙여놓았다.


담당자님께 보여드리니 다행히 좋아해 주셔서 남은 기간 동안 잘 사용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 기간 동안 고객들의 질문, 대화 중 참고할만한 것들을 추려서 엑셀 파일로 정리하여 전달도 드렸다. 그냥 아르바이트생이지만, 계속 마케팅 관점에서 도움이 될 만한 게 어떤 게 있을까 생각하면서 일하니 이런 것들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르바이트 할 때 입은 귀여운 앞치마 ㅎㅎ
실용성 높은 하프 다이어리, 지금 나의 다이어리이기도 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디깅 노트 5권 넘게 있음 :)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좋았던 점!


고객을 직접 만나고 대화할 수 있어 좋았다.

오프라인에서 구매 고객의 실체를 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나는 마케팅에서 계속 온라인 마케팅 쪽을 했다 보니, 고객 서베이를 하지 않는 이상 실제로 고객을 대면으로 만나는 게 어려웠다. 그런데 팝업에서 고객들을 만나니 고객들이 어떤 제품을 좋아하는지, 어떤 말을 하는지 직접 보고 들을 수 있었다. 고객들의 구매 경향이나 페인 포인트를 들을 수 있다 보니,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일하는 경험은 역시나 즐거웠다.

좋아하는 브랜드이다 보니 제품에 대해 공부하고 판매하는 것도 재밌었다. 상품의 장점을 억지로 쥐어 짜내지 않아도 돼서 제품의 장점들을 고객들에게 소개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애정 하는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너무 궁금했는데, 팝업 기간 동안 대표님, 브랜드 매니저님, 마케터님을 만날 기회가 있어 좋았다. 내가 감동받았던, 좋았던 제품, 전시를 기획한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즐겁고 좋은 경험이었다. (역시 내가 관심있고, 좋아하는 곳에서 일을 해야 해!!)




추가로.. 일했던 시간들도 기억에 남지만, 첫날 브랜드 매니저님과의 대화 시간이 특히 기억에 많이 남는다. 매니저님이 내 앞으로의 커리어에 대한 질문을 개인적으로 몇 가지 하셨는데, 그 질문들과 내가 했던 대답들을 곱씹을수록 내 마음에 묵직하게 남는 것이다.


내가 지원서에 퇴사를 하고, 퍼포먼스 마케터에서 브랜드 마케터로 커리어를 바꾸려고 한다는 내용을 썼는데, 왜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해하셨다. 기존에 내가 오랫동안 해왔던, 그리고 잘하는 광고 운영보다 지금은 기획하는 일이 더 즐겁게 느껴진다고. 그리고 브랜딩에 관심이 많아서 브랜드 마케터가 하는 일들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과거에 내가 방송일이 하고 싶어서 했다가 생각보다 맞지 않아서 마케팅으로 커리어를 바꿨던 이야기도 들려드렸던 터라, 매니저님은 그럼 막상 해봤는데, 예전처럼 생각했던 것과 다르면 어떻게 할 거냐고도 질문 주셨다. 이 질문이 너무 좋았다. 맞는 말이었다. 막상 해봤을 때 생각했던 것만큼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솔직하게 맞다고. 그럴 수도 있을 거라고 말씀드렸다. 그래서 지금처럼 계속 경험을 쌓아가면서 정말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지, 잘할 수 있는지 계속 알아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던 것 같다. 이전에 내가 퍼포먼스 마케터로 일할 때도 계속 마케터로서 기획이나, 고객, 브랜딩 측면에서 생각하며 기획했던 프로젝트들도 있기 때문에 아예 해보지 않은 곳은 아니라 예전에 방송 때처럼 아예 안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은 덜 하고 있다.


그럼 퍼포먼스 마케팅을 이제부터 아예 안 할 거냐는 질문을 또 주셨는데, 그건 또 아닌 것 같아서 그렇게 말씀드렸다. 최종적으로 나는 마케터로서 하나의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을 전체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러기에는 내가 브랜드 마케팅의 커리어가 아직 부족하기도 하고, 그쪽 분야에 지금 관심과 애정이 많기 때문에 그쪽을 더 하고 싶은 거라고.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것들, 기존의 것들을 다 부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퍼포먼스 마케팅이든 브랜드 마케팅이든 본질은 같으니까. 그리고 퍼포먼스 마케팅 광고 운영을 할 수 있다는 건 나에게 큰 무기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단순히 '브랜드 마케팅을 하고 싶어요'라기 보다는 전체적인 그로스 마케팅 관점에서, 프로덕트 마케팅 관점에서 내가 지금까지 해온 일들과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어떻게 잘 연결해서 가지고 갈지 잘 정리해 봐야겠다.


매니저님 질문 덕분에 지금 내가 하려고 하는 것들,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내가 다시 한번 정리하고, 생각해볼 수 있어서 그 대화 시간이 기억에 남고 참 좋았던 것 같다.


지금처럼, 나에게 주어진 이 시간을 잘 사용해서 많이 경험하고, 내 앞으로 할 일, 하고 싶은 일들을 잘 만들어 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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