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퍼블리셔스 테이블 2022 영감 기록
독립 출판의 꿈을 꾸게 된 게 언제일까. 정확한 시점은 생각나지 않는다. 책과 글쓰기를 좋아하다 보니 언젠간 책을 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고, 독립 출판으로 책을 낸 주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받고 하다 보니 그 열망이 점점 더 커져갔던 것 같다.
이전에는 독립 출판 페어가 있다는 것도 몰랐는데, 언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독립 출판 페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르바이트하느라 시간이 안 돼서 못 가서 아쉬웠는데, 퍼블리셔스 테이블이 열린다고 해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티켓을 예매했다.
독립 출판을 한 사람들을, 그 책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니.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어떻게 쓰고 만들어서 세상에 내놓았을지 너무 궁금했다.
# 이렇게도 책을 만들 수 있어?
다양한 모양의 책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귀여운 미니북도 있고, 집에서 수작업으로 프린트하고 묶어서 만든 책들도 있었다. 이렇게도 책을 만들 수 있구나. 이렇게 사람들마다 다 다르게 책을 만들고 있구나. 어렵게 생각하면 정말 어렵고, 쉽게 생각하면 또 쉬울 수 있는 게 독립 출판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모양에, 구성에 작가님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센스가 담겨있는데 감탄이 절로 나오고 얼마나 신기했는지 모른다!
#어떤 내용이든 책이 될 수 있어
페어에서 만난 여러 책들로 어떤 이야기로든 책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옥상에 대해 쓴 책도 있고, 매일 그린 그림을 엮어서 만든 책, 자신의 신앙생활에 대해 쓴 책 등. 내가 관심 있는 주제라면, 내가 쓸 수 만 있다면 어떤 것이든 책의 주제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글쓰기 리추얼을 하면서도 깨달았던 건데, 이렇게 실제로 책으로 만들어져서 나온 걸 보니 더 실감이 났던 것 같다. 어떤 주제든 책이 될 수 있다!
나도 내 신앙 고백을 첫 책으로 가볍게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결은 조금 다르지만 이렇게 책이 만들어진 것을 보니까 나도 빨리 만들어 봐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여행, 특히 해외여행 에세이나 사진집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나도 저기 갔었는데! 누구는 사진 찍고 그림 그리고 글을 써서 출판을 하는데 나는 그냥 여행만 다녀왔구나 살짝 씁쓸하기도 했다. 뉴욕에서 수집한 영감과 그림일기로 책을 만들기도 하고, 뉴욕에서 만난 표지판만 모아서 만든 책도 있고, 단 6일 동안 뉴욕 박물관을 돌아보고 만들어진 책까지. 여행지에서의 영감과 기록들이 책을 만드는 데에 아주 좋은 소스가 되겠구나 싶었다.
나도 내년 봄 해외여행을 가서 그 기록들을 가지고 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러다가 또 꼭 해외가 아니더라도 사진 찍고 영감 수집하는 건 한국에서 지금도 가능하니 해볼 수 있는 노력들을 먼저 해보자는 생각도 들었다. 보고 경험해도 그냥 좋았던 추억으로만 내 속에 남겨놓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결과물로 무언가를 내놓고 싶은 열망을 품고 있는다면, 나도 콘텐츠를, 그리고 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페어를 세 바퀴나 돌았는데, 돌 때마다 계속 또 새로운 게 보였다. 어떤 책들이 있는지 보고, 어떻게 그 책들을 눈에 띄게 소개하는지도 살펴보고 하다 보니 시간이 정말 훌쩍 가버렸다. 페어에 한 번 다녀오면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나게 많은 영감과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페어가 열리면 되도록 많이 다녀봐야겠다.
다음 날 찍은 사진들을 다시 보고, 페어에서 산 책들도 조금씩 읽어보았다. 그러다 생각한 것. 아무리 방식이 쉬워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어찌 됐든 써야 된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들려줄 나의 이야기가 정리되고 완성되어야 책으로 만들어지고 세상에 내보낼 수 있다. 그래서 결론은, 얼른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