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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ie Mar 18. 2022

에이전시 퍼포먼스 마케터로 일하면서 배운 것

나는 지금 퍼포먼스 마케팅이라는 일을, 퍼포먼스 마케터라는 이름으로 하고 있다. 요즘에는 전문성에 따라 마케터를 세분화한 이름들이 쉽게 보인다. 콘텐츠 마케터, 브랜드 마케터, 그로스 마케터, 퍼포먼스 마케터, CRM 마케터.. 종류는 또 뭐가 이렇게 많은지. 전문성에 따른 마케터의 역할 구분이 명확한 회사도 있겠지만, 회사에 따라, 개인에 따라 각 직무가 하는 일을 규정하는 데에는 차이가 있다. 시장에도 이렇게 여러 이름의 마케터들이 튀어나와 혼란스럽기도 하고, 요즘 인하우스 마케터로 일하면서 나를 퍼포먼스 마케터라는 이름에 가둬놓는 건 좀 안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내 안에 폭발하는 생각들을 정리할 필요를 느꼈다.


처음부터 마케터가 되겠다는 부푼 꿈을 가지고 일을 시작했던 건 아니다. 선택의 순간에서 조금 더 관심이 갔던 일들, 조금 더 재밌었던 일들을 선택해서 하다 보니 퍼포먼스 마케터라는 이름을 가장 오래 쓰며 일하게 됐고, 지금도 그 포지션으로 일하고 있다. 지금의 나를 만든 경험들은 어떤 게 있었나? 현재에 매몰되어 살다 보니 과거의 기억이 흐릿하다. 그래서 꺼내본다.




나는 3년 동안 에이전시에서 일했다. 처음 1년은 그냥 내가 직접 카카오 광고를, 네이버 구좌 부킹을, 페이스북 광고를, 유튜브 광고를 운영할 수 있는 게 너무 신기하고 재밌어서 매체 운영 스킬을 배우고 경험해보는 데에만 정신이 팔렸던 것 같다. 에이전시에 있었기 때문에 다양한 브랜드의 온라인 광고를 직접 운영하면서 이런저런 경험을 많이 했고, 힘들었지만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났다. (경험성애자라서 경험하는 거 엄청 좋아함)


1년 동안 에이전시에서 빡세게 굴려진(?) 덕분에 기본적인 온라인 광고 매체에 대한 이해, 기본 스킬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배우고 나니 그제야 '내가 지금 하는 일은 뭘까?' 하는 질문이 내 안에 샘솟았다. 그때 나는 나 자신을 미디어 플래너라고도 할 수도 있고, AE라고도 부를 수 있었고, 퍼포먼스 마케터로도 부를 수 있겠구나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처럼 하나의 답을 내리기는 어려웠을 거고.


2년 차에는 브랜드 런칭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에이전시 퍼포먼스 마케터가 할 수 있는 일들의 한계를 넘어서는 경험들을 할 수 있었다. 나는 BTL 광고를 전문적으로 했지만, 이 캠페인을 통해 ATL 광고와 협업하며 ATL 광고도 어깨너머로 배울 수 있었다. BTL 광고를 진행하면서도 브랜딩과 퍼포먼스 한 곳에 매몰되지 않고 두 영역을 융합한 통합 마케팅의 관점을 이해하게 됐다. 콘텐츠 마케팅의 중요성도 알게 되었고. 내 시야를 넓혀준, 마케팅이란 것에 어렴풋이 감을 잡게 해 준 캠페인이라고 생각한다. 브랜드 런칭부터 1년 넘게 이 브랜드를 담당하고, 브랜드의 크고 작은 이슈를 함께 하면서 정말 해볼 건 다 해봤다는 생각을 했었다.


유일하게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앱 마케팅 쪽이었는데, 3년 차에 게임 앱 광고 마케팅을 전문적으로 할 기회가 생겼다. 게임 앱 마케팅이라는 영역은 완전 다른, 배워야 할 게 넘쳐나는 또 다른 새로운 영역이었다. 앱 광고 상품들을 이해하고, 트래킹 툴을 이해하고, 더 많은 데이터를 이해하고 활용해야 했다. 거기다 IOS14 업데이트까지 겹치면서 머리 터지는 줄 알았다... :) 앱 쪽은 웹보다도 기술적으로 더 빠르게 변화하고, 외부적으로 영향을 주는 요인들도 많아서 만만한 영역이 아니었다. 이때 공부도 많이 했다. 쉽지 않았지만 1년 동안 여러 개의 게임 앱 런칭, 퍼포먼스 캠페인을 하면서 아 그래도 '앱 마케팅해 봤다!'라는 말은 할 수 있을 정도는 된 것 같다.


써놓고 보니 에이전시의 생활이 이런저런 경험하기는 참 좋은데 기억 미화가 좀 된 것 같기도 하네. 그래도 마음 맞는 좋은 동료들을 만났고, 폭풍 성장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상 기억 미화 전문가였습니다...)





지난 시간 동안 차곡차곡 경험을 쌓아왔던 것처럼,  새로운 경험을 쌓을 시간이 왔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조금 다른 길을 가보고 싶어졌다. 여러 고민들을 하다가 브랜드에 조금 , 그리고 고객에게 조금  가까이 다가가 보기로 했다. 광고 말고도 마케팅으로   영역에서   있는 것들을 배우고 경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인하우스 퍼포먼스 마케터로 이직을 했다. 인하우스 마케터의 생활은 다음에 기회되면 또 적어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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