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현재 인류세라든지, 제 5차 대멸종이라든지 인류의 종말에 대해 스스로에게 가장 많은 책임을 묻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류의 박학한 무지로 무장한 근대적 욕망은 환경오염이라는 소박한 차원을 넘어 아예 기후위기를 일으켜 자연재해를 일으키는 비극을 불러왔다. 모두가 환경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이 어떤 관점이든지 간에. 더 이상 정부의 비공식문서로 덮어버릴 수 없을 만큼 자연의 반작용이 볼드체로 우리 눈에 선명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았다. 무엇이든지 시작은 있기 마련이고, 그들 가운데 오늘날 환경주의의 토대가 되는 고전 중의 하나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들 수 있다.
이 책의 서문에서 환경사학자 린다 리어가 설명한 바에 의하면 『침묵의 봄』이 출간될 당시는 새로운 부가 등장하고 사회적 순종이 강조되던 위압적인 시기였다. 냉전으로 인해 의심과 불관용이 극도에 이른 시대였고 화학 산업은 전후 기술 산업의 최대 수혜자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화학약품 혹은 살충제인 DDT가 자연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고 고발한 『침묵의 봄』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총 17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그 광범위한 내용을 일관된 과학적 정확도와 풍부한 사례를 가지고 뒷받침하고 있다. 본문의 시작을 보면 이 책의 근본적인 주제의식을 알 수 있다:
“지구 생명의 역사는 생명체와 그 환경의 상호 작용의 역사라고 헐 수 있다. 지구에 서식하는 동식물의 물리적 형태와 특성은 환경에 의해 규정된다. 지구 탄생이후 전체적인 시간을 고려할 때, 그 반대 영향, 즉 주변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20세기에 들어서 인간만이 자신이 속한 세계의 본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위력을 획득했다.”
P.63, 『02. 참아야 하는 의무』
여기서 레이첼 카슨의 입장은 그 ‘위력’이 본성적으로 자연에 해악적이며 이는 인간에게도 필연적으로 작용한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DDT를 소개한다.
DDT(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는 1874년 독일 화학자가 처음 합성했지만 살충제로서 효능을 발견한 것은 1939년이었다. 그 즉시 DDT는 질병을 옮기고 한밤충에 식량을 축내는 해충들에 대항에 승리를 안겨다 줄 수 있는 수단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DDT와 같은 살충제는 유해물질로부터 신체를 보호해주는 효소를 파괴하고, 에너지를 얻는 산화 과정을 방해하며 각종 기관에 불치병을 일으키는 등 각종 건강상의 피해를 인간을 포함, 동식물들에게 미친다. (아이러니하게도, 해충은 이에 적응하는 진화를 하여 살아남는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DDT개발의 배경은 2차 세계 대전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화학전에 사용할 ‘무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몇 종류의 물질은 곤충에게 해로운 것으로 나타났고, 이것이 DDT의 시조이다. 그리고 DDT의 사용은 자연에서마저도 ‘전쟁’을 일으켰다. 해충이라는 적을 절멸시키기 위해 약재에 대항하는 진화를 거듭하는 상대에 맞서 군비경쟁을 하기 위해 더 강한 독성의, DDT보다 훨씬 더 해악적인 살충제를 개발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인간은 마치 베트남전에서 미군이 네이팜탄을 난사했듯이, 살충제 또한 무차별적으로 뿌렸다. 더군다나 살충제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자연에 누적되어 환경을 오염시키고 식생을 파괴하며 인명피해까지 일으키게 된다.
한편, 정부는 DDT는 위험하지 않다면서 무관심하게 상황을 방치했는데 이는 마치 2차 세계대전의 오래된 잔재를 흩날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니, 꼭 특정 전쟁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근대적인 사고관에서 비롯된 권위주의와 유사하다. 단순히 자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인간만이 그 어떠한 것이든 통치하고 다스려야 한다고 판단하는 패권적 자의식 과잉 말이다. 실제 1,2차 세계대전의 원인에 관해서도 이러한 세계관의 충돌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인간들 중에서도 오직 ‘특별히’ 우월한 인간이 세상을 다스려야 한다는 식의….) 사실 침묵의 봄에 나타난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이보다도 심각하다. 그나마 전쟁은 인간끼리의 싸움이지만 지구의 환경적 본성을 바꾸려는 시도는 자기 자신의 기원이자 유일한 터전을 해치려는 시도와 다름이 없으며 궁극적으로는 인간 자신을 해치는 일이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결국 미국에서 DDT를 불법으로 만드는 데에 주된 기여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레이첼 카슨을 당대의 환경운동 및 사업 지도자로 만들었던 역사적인 명저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환경주의 이념에 중요한 토대가 되는 공헌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생전 레이첼 카슨이 기울인 환경에 대한 헌신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더욱 비참한 환경 파괴가 일어나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가뭄, 홍수, 대지진과 같은 재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구 온난화로 터전이 물에 잠겨 기후난민이 되는 사람들도 생겼고, 부유한 나라와 빈곤한 나라 사이의 환경오염으로 인한 불평등 또한 심화되고 있다. 그녀의 예상대로 인간의 자연에 대한 영향력은 불길한 미래만을 후세에 축적시키고 있다. 자연이라는 억겁에 걸쳐 생긴 위대한 어머니를 해친 대가는 인간 자신에게 밀린 부채처럼 다가오고 있다. 남아있는 ‘침묵의 봄’마저 빼앗길 날이 오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