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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소리 Jan 25. 2024

열 두 달 학급 이야기

서 문

서 문1


늘 학교는 불편했기에 교사 아닌 새로운 진로를 선택하고 싶어 했다. 상담대학원이 온전한 쉼을 제대로 도와주었다. 상담대학원은 대지의 모성신처럼 포근히 품어주었다.아동청소년상담사 2급 필기, 실기 시험에 합격했지만 상담사로 전향하지 않았다.  


‘상담이론을 교육 현장에 창의적으로 적용하며 제 2의 교사 인생을 시작해보겠다. 마이 웨이로 걸어가자.’ 

그러나 IT에 서투른 내가 애프터 코로나 시점에서 복직을 하니 고민, 걱정들이 밀려왔다. 비대면 수업을 감당할 수 있을지, 7년 만에 고학년 학급경영을 어떻게 해야 하나... 유투브 세상에서 날고 긴다는 콘텐츠, 교사들의 노하우들이 무료로 배포되어 정보는 폭발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내 노하우는 작게만 느껴지고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긴장될 뿐이었다.       


‘견뎌내고 버텨내는 거야. 내 자리에서 뿌리를 더 깊이 내려. 태양을 향해 위로 뻗어 보자. 두렵다 도망치지 말고 내가 있는 이 자리에서 잘 살아내자.’

단단히 마음먹었다. 


우선 교사로 하고 싶은 하나를 정하기로 했다. ‘나와 아이들이 그냥 존중받고 사랑스럽다는 존재가 되는 것’에 도전하고 싶었다. 상담대학원이 내게 해 준 것처럼 교실이 포근하고 안전한 둥우리가 되기를 바랐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와 아이들 욕구를 전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먼 거리에서 사랑스런 시선을 갖자’는 마음 실천 과제를 정했다. 학급교육과정의 목표는 ‘아이들의 주도성과 자율성으로 이끌어지는 창의적 교실 만들기’이었다. 


학급경영 1년의 기록을 세상에 내보낼 용기를 냈다. 완벽하게 잘 갖춰진 학급경영 전문가의 이야기라서가 결코 아니다. 울분, 답답함, 막막함의 안개 속을 걸었다. 외로워서 학교 밖 친구 교사 네 명을 묶어 다섯명의 수다 모임인 ‘오수다’를 결성했다. 수다를 떨기 위한 참고자료를 위해 매달 교육활동을 기록해서 이야기 씨앗을 제공했다. 오수다에서 서로 아이디어를 얻었고 위로도 나누면서 이야기 꽃이 피어났다. 오수다가 끝나면 기록을 수정하고 다듬었다. 실수하고 생채기내며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텨나가는 보통 선생님으로 아이들의 성장을 일궈내고, 내면에서 들리는 나의 목소리를 그대로를 적었다. 단박에 읽혀지도록 이야기체로 적었다.   아이들 이름은 가명이다. 


이 책은 3월부터 12월까지의 매월 학급경영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1학기, 2부는 2학기 학급경영이야기다. 1장 교육활동은 매달 이루어진 교육 활동을 하며 생겨난 부침들, 엉킴들은 무엇이고 이것을 풀어내는 노력, 의지 그리고 배움들을 기록하고 있다. “2장 그럼 나는?”에서는 교육활동으로 짙어져 가는 나의 감정을 찾고 잠시 머물며 이 곳에서의 감정과 생각을 성찰하는 속마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고학년 학급경영을 잘 해내고자 의욕을 가진 선생님이 바쁜 와중에 잠시 짬을 내어 책 속 동료에게 학급 이야기를 듣고 ‘이건 해보고 싶다’ 힘이 솟게 해주며, 지쳐있는 선생님에게는 지금의 위기를 이해하는 지도가 되고, 붙잡고 올라 올 수 있는 한 줌 지푸라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의 초등학교 생활의 장면을 생생하게 바라보면서 교실 속 우리 아이들을 이해하고 싶은 학부모님들께 위로와 안심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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