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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밥 Apr 07. 2022

이 시국에 동유럽을?!

[강작가는 여행 중] 04.05.21. 체코행 비행기 안에서

계속되는 변이로

아직 끝나지 않은 팬데믹 상황에

금방 끝날 줄 알았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꽤 길어지고 있다.   

  

이런 시국에 동유럽에 간다는 계획을 밝히자

말리는 사람도 있고,

열띤 응원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실 내 입장에서는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2년 전에 실행에 옮겼을

아주 오래된 계획이다.


4년 전, 해외지사장으로 발령이 나

체코에서 살고 있는

동생네 집을 방문한다는 핑계로

유럽 곳곳을 헤집고 다니겠다는 바로 그 계획을

지금 이 시국에 실행에 옮겼다.     


사실 코로나 이전만 하더라도

어디에 얽매이지 않은 프리랜서라는 점을 내세워

1년에 2~3번씩,

짧게는 3일, 길게는 1~2달씩 다녀올 짐을 쌌다.

     

코로나 이후에도 그 버릇 못 고치고

서울로, 여수로, 거제로 며칠씩 다녀왔지만

비행기 타고 해외로 나가

말이 안 통하는 곳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배우는

그 기분을 느낄 수는 없었다.     


방송작가라는 직업적 특성상

매일같이 글을 쓰고 있지만

그 글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고     

숙고의 산물인 내 글이 세상에 나와

목소리로 사라지고 흩어지는 데 대한 소모감이 꽤 큰 편이다.     


이런 이유로 여행을 통해

내 안의 것을 채우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나름 합리적인 이유를 만들어봤지만

사실 방랑병이 또 도졌기 때문 아닐까...     


그리고 내 사주에

‘외국에 나가야 잘된다’는...

좋은 것만 믿고 나쁜 건 믿지 않는

사주팔자에 대한 선택적 믿음에 따라

이 얘기를 아주 굳건하게 믿고

열심히 비행기에 몸을 실어보는 것도

이유라면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이 이런지라

계획부터 비행기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

여행에 대한 설렘보다는

걱정과 우려가 큰 것은 당연하고

몸이 고된 것도 사실이다.     


우선, 3차까지 백신을 맞은 덕분에

일주일이 넘는 자가격리는 피할 수 있지만

외국을 오가는 사람이 적어

창원에서 인천공항까지 는 길이

엄청 멀고도 험했다는 것,     


그리고 그렇지 않아도 답답한 비행기 내에서

마스크까지 쓰고 오랜 시간,

앉아 버티는 것도 힘들고     


러시아가 자기네 영공을 통과하지 못하게 해서

평소 11시간이면 닿을 곳을 13시간 10분이나 걸려

돌아가야 하는 것도

몸이 고된 이유 중 하나다.      


그럼에도 너무나도 한산한

인천공항 출국장과 라운지를 경험한 건

이후에 다시 겪어보기 힘든

색다른 여행의 시작이기도 했다.     


아무튼 지금 이 시국에

특별한 계획 없이

체코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내게

앞으로 한 달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나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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