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불행은 한 방향으로만 오는 게 아니었다

암 진단

by 애이

상의를 완전히 탈의하고

검사 베드에 누웠어요


아무 가림막 없이 그대로 드러난 제 가슴이

민망하게 느껴질 법한 상황이었지만

그 순간 머릿속을 채운건 부끄러움이 아니라

검사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었어요


어두컴컴하고 적막한 그 공간에 누워있으니

깊고 어두운 바다에 혼자 가라앉아 있는 것처럼

외롭게 느껴졌고요

얼른 이 불확실성이 해결되면 좋겠다 생각하며

검사가 시작되었어요


그런데

가슴에 멍울이 만져진다고 말하는 제게

별거 아닐 거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던

의사 선생님이 머뭇거리는 게 느껴졌어요


'어..'

'음..'


문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짧은 탄식만 이어졌고 봤던 부위를 반복해서 확인하고

점점 말라가는 부위에 초음파겔을 더해가며

검사시간이 길어져갔고

제 몸은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기 시작했어요


옆에 서있던 간호사분이 저의 불안을 느꼈는지

손을 잡아주었지만 진정할 수 없었고


의사 선생님의 목소리는 제 귀에 분명히 와닿았지만 이런 일은 내게 일어날 수 없다고 부정하며

현실과의 경계가 흐릿해져 갔고

머릿속은 멍하게 비어갔어요


꿈이길 그토록 바랐지만

조직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서를 받아 들고

병원을 나오며 남편에게 전화를 했어요


당시 주말부부였던 남편은 장시간을 운전해

바로 와 주었고 저를 꽉 안아주며 괜찮을 거라고

너무 걱정하지는 말자고 토닥여 주었어요




그렇게 이틀이 지나

대학병원 첫 진료를 보게 되었는데

1차 병원 초음파 영상을 본 교수님이


'이런 경우 10명 중 한 명만 악성으로 진단된다

괜찮을 가능성이 90%라는 얘기다

조직검사는 암이라서 하는 게 아니라

확인차 하는 거다'라는 말로


날뛰고 있던 제 불안을 아주 쉽게 잠재워주었어요


매일 암환자만 보는 전문가의 말이니

믿음이 갔고 또 그렇게 믿고 싶었어요

그렇게 며칠 만에 평온을 찾았고

정말 괜찮을 줄로만 알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열흘이 지난 어느 토요일 낮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잠깐 품었던 희망마저 사라지게 됐어요


'조직검사 결과가 좀 안 좋게 나왔어요

내원하시면 교수님이 설명해 주실 거예요'


그렇게 저는 암이라는 단어 없이 암을 진단받았어요




제 나이 30살이었고

결혼 3년 차의 신혼이었던 그 해

예측할 수 없고 피할 수도 없는 교통사고처럼

어느 날 갑자기 암환자가 되었어요


그렇게 제 평범했던 세상이 무너져내리는 듯했지만 곁에 있던 남편의 한마디가 저를 붙잡아주었어요


'내가 너 꼭 지킬 거야'


그 말은 절망 속에서 의지할 수 있는 희망이었고,

그 사람의 존재를 불행 중 다행이라 여기게 했으며, 세상이 무너져도 내 손을 잡고 있을 한 사람이 있다고 믿게 했어요


적어도 그때만큼은

분명하게 그런 믿음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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