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
상의를 완전히 탈의하고
검사 베드에 누웠어요
아무 가림막 없이 그대로 드러난 제 가슴이
민망하게 느껴질 법한 상황이었지만
그 순간 머릿속을 채운건 부끄러움이 아니라
검사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었어요
어두컴컴하고 적막한 그 공간에 누워있으니
깊고 어두운 바다에 혼자 가라앉아 있는 것처럼
외롭게 느껴졌고요
얼른 이 불확실성이 해결되면 좋겠다 생각하며
검사가 시작되었어요
그런데
가슴에 멍울이 만져진다고 말하는 제게
별거 아닐 거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던
의사 선생님이 머뭇거리는 게 느껴졌어요
'어..'
'음..'
문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짧은 탄식만 이어졌고 봤던 부위를 반복해서 확인하고
점점 말라가는 부위에 초음파겔을 더해가며
검사시간이 길어져갔고
제 몸은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기 시작했어요
옆에 서있던 간호사분이 저의 불안을 느꼈는지
손을 잡아주었지만 진정할 수 없었고
의사 선생님의 목소리는 제 귀에 분명히 와닿았지만 이런 일은 내게 일어날 수 없다고 부정하며
현실과의 경계가 흐릿해져 갔고
머릿속은 멍하게 비어갔어요
꿈이길 그토록 바랐지만
조직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서를 받아 들고
병원을 나오며 남편에게 전화를 했어요
당시 주말부부였던 남편은 장시간을 운전해
바로 와 주었고 저를 꽉 안아주며 괜찮을 거라고
너무 걱정하지는 말자고 토닥여 주었어요
그렇게 이틀이 지나
대학병원 첫 진료를 보게 되었는데
1차 병원 초음파 영상을 본 교수님이
'이런 경우 10명 중 한 명만 악성으로 진단된다
괜찮을 가능성이 90%라는 얘기다
조직검사는 암이라서 하는 게 아니라
확인차 하는 거다'라는 말로
날뛰고 있던 제 불안을 아주 쉽게 잠재워주었어요
매일 암환자만 보는 전문가의 말이니
믿음이 갔고 또 그렇게 믿고 싶었어요
그렇게 며칠 만에 평온을 찾았고
정말 괜찮을 줄로만 알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열흘이 지난 어느 토요일 낮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잠깐 품었던 희망마저 사라지게 됐어요
'조직검사 결과가 좀 안 좋게 나왔어요
내원하시면 교수님이 설명해 주실 거예요'
그렇게 저는 암이라는 단어 없이 암을 진단받았어요
제 나이 30살이었고
결혼 3년 차의 신혼이었던 그 해
예측할 수 없고 피할 수도 없는 교통사고처럼
어느 날 갑자기 암환자가 되었어요
그렇게 제 평범했던 세상이 무너져내리는 듯했지만 곁에 있던 남편의 한마디가 저를 붙잡아주었어요
'내가 너 꼭 지킬 거야'
그 말은 절망 속에서 의지할 수 있는 희망이었고,
그 사람의 존재를 불행 중 다행이라 여기게 했으며, 세상이 무너져도 내 손을 잡고 있을 한 사람이 있다고 믿게 했어요
적어도 그때만큼은
분명하게 그런 믿음이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