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시작
'초음파 상으로는 1기로 보입니다
수술 먼저 해보죠'라는
교수님의 말은 불행 중 다행이었어요
그런데 첫 예상과 달리
추가 검사가 이어질수록 심각성이 커져갔어요
이미 림프로 전이가 되었고
그 개수도 여럿이라 3기로 본다고,
바로 오늘 항암 시작하는 걸 권한다는
말과 함께 말이에요
그런데 아직 자녀가 없으니
나중에라도 건강한 아이를 가질 수 있게
난자를 동결하는 방법도 있다며,
하지만 그걸 하려면
항암이 몇 주 미뤄진다는 설명에 심란해졌어요
하지만 고민도 잠깐이었고
남편, 부모님, 시부모님의
'2세보다는 암이 퍼지는 걸 잡는 게 우선'이라는 결단 덕분에 그 당일에 바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어요
손주를 바라셨을 양가 부모님의 망설임 없는 답변에 감사함을 느꼈고,
지금 중요한 건 '너'라고 말해준 남편에게
큰 사랑을 느꼈어요
그렇게 몇 시간 후
새빨간 항암제가 혈관을 타고 제 몸으로 흘러들며 본격적인 투병생활이 시작되었죠
점심 무렵 맞은 주사는
의외로 아무런 느낌이 없었어요
소변이 붉은빛으로 물든 것 외에 별 증상 없었고
혹시 나는 부작용 없이 지나가는 건가?
잠깐 안도했지만 단단한 착각이었어요
저녁즈음이 되자 몸이 무겁게 가라앉았어요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만드는,
엄청난 숙취에 시달리는 울렁거림으로 시작해서
파도가 심한 바다 위 통통배에 탄 듯
온몸이 출렁였어요.
독소가 배출되는 건지 식은땀으로
환의와 침대시트가 흠뻑 젖었고
그 상태로 잠들면 제가 감기라도 걸릴까
친정엄마는 땀을 닦아주고
또 젖은 옷을 부지런히 갈아입혀주었어요
이미 감기보다 더 무서운 병을 앓고 있는 딸이었지만, 이제는 어떠한 작은 질병도
딸에게 찾아오지 못하게 막겠다는 듯 말이에요
제 곁을 있는 일,
그것이 당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 양
자리를 지켰고 저를 지켜주었어요.
그렇게 3일을 누워있으면서
머릿속으로 계산해 봤어요
'3주 간격으로 8회의 주사를 맞는다
총 24주 대략 6개월이다
이 상태로 반년을, 내가 보내야 하구나
잘 이겨내면 6개월 후에는
완전한 일상이 가능한 건가?
네이버에 3기 유방암 5년 생존율을 찾아보자
50% 정도..
살 확률이 절반
내가 그 절반이 될 수 있을까?
아 괜히 찾아봤다
무섭다. 많이.'
사흘이 지나고 넷째 날이 되자
몸은 조금씩 회복되었고
마음도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며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어요
'그래 해봐야지
이제 다시는 생존율 같은 건 찾아보지도 말자'
다짐하며 병원에서의 생활과
환자로서의 일상에 적응해나가고 있었어요.
가족의 배려와 사랑 속에서
따뜻함을 느끼는 시간이었고
'이래서 함께여야 하는구나'라는
그 단순한 진실을 믿었던 때였어요
그런데 그건 시간이 지나 봐야 아는 거였나 봐요
그때 우리의 마음은 그랬지만
상황은 변하고 사람의 마음도 달라지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