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대머리가 되고 남편을 마주하다

조금 많이 낯설지?

by 애이


항암을 시작하고 열흘이 지났을 무렵
머리카락 빠지는 양이 늘었어요
그래도 한눈에 알아볼 정도는 아니어서
무리 없이 일상을 이어갔죠

'이 정도면 가발은 필요 없을 수도 있겠다'
라는 단순한 안도감 속에서요

그런데 정확히 2주가 되던 날 아침
출근을 준비하며 머리를 감는데
솜뭉치에서 솜을 뜯어내듯

머리카락이 떨어져 나왔어요

배수구는 금세 막혔고
젖은 머리칼을 계속해서 건져내며
'이렇게 빠지면 티가 좀 날 것 같은데...'
당장 오늘의 출근을 걱정했죠

대충 물기를 닦아내고 드라이어기를 켰는데
간신히 붙어 있던 머리카락들도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우수수 흩날리며
빠르게 바닥을 덮어갔어요

친정엄마는 아무 말 없이 청소기를 가져왔고
드라이어기의 바람소리와
청소기의 흡입소리로 가득 찬 그 공간에서
엄마와 저, 둘 모두 처음 겪어보는
낯선 상황을 경험하고 있었어요




그 모습으로는 출근을 할 수 없었기에
친정아빠가 운전해 주시는 차를 타고
가발을 맞추러 갔어요

암 경험자가 만든 항암 가발샵이라
상황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고
안내도 체계적이었어요

'어차피 치료 진행되면 결국 다 빠져요
미리 쉐이빙 하는 게 오히려 마음이 편할 거예요'

그렇게 삭발식이 진행되었고
태어나 처음으로 민머리의 저와 마주했어요
거울 속 모습은 낯설었고

동시에 조금은 충격적이었죠
'내 두상이 이렇게 생겼구나'
그동안 알지 못했던 형체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어요

이후 직원이 긴 머리, 짧은 머리, 색깔도 조금씩 다른 여러 가발을 씌워주었어요
하지만 어느 하나 '내 것' 같은 게 없었고
누가 봐도 ‘가발 쓴 사람’처럼 보였어요

평소에도 자신감이 없던 저는
점점 더 움츠러들어갔어요




얼마 후 주말, 남편이 집에 왔어요

대머리가 된 아내의 모습에

적잖이 놀란 것 같았지만
쑥스러워하는 제게 괜찮다고 말해주었어요

그런데 제가 그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폭 안기려고 하자
그는 그의 가슴과 제 가슴이 닿지 않게
안전거리를 두려는 듯 뒤로 물러났어요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너 아플까 봐 그래..'

안겨서 포근함을 느끼고 싶었던 저는

괜찮다고 재차 말했지만,

누굴 위하는지 모르겠는 배려를 받으며

무언가 이전과는 같지 않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하게 되었죠


짙은 검정 머리칼이 완전히 사라지고

눈썹마저 옅어지며

얼굴의 선들이 흐려지던 그때,

제게 있던 여성성도 조금씩 지워져 가는 듯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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