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은 전염되지 않아
날 위한 그의 세심한 배려라고 생각했으나
내 마음이 만들어낸 셀프 위안일 뿐이었다
남편의 거리두기 포옹은 시작에 불과했으며
크고 작은 스킨십이 모두 사라져 갔고
손잡는 것 외에는 하지 않았다
내가 먼저 팔짱을 끼고
입을 맞추어 보기도 했지만
그가 멈칫하는 느낌이 드는 그 상황에서
더는 다가갈 수 없었다
불결한 무언가에
전염이라도 된다고 생각했던 걸까
신체접촉으로 옮는 질병이 아니라는 걸
똑똑한 그 사람은 잘 알았을 텐데
그래도 어쩐지 찜찜했나 보다
몸이 멀어지며 연락도 소원해져 갔다
주말부부였던 우리가 카톡이나 전화를 하는 횟수도 빠르게 줄어갔는데
전화는 이틀에 짧게 한번
카톡은 하루에 네댓 번 하게 됐다
나: 굿모닝 오늘 많이 춥다네
x: 응 오늘도 고생해
나: 오늘은 칼퇴하려고
X: 응 고생했어
나: 오늘 별일 없었어?
X: 별일 뭐?
나: 아니 그냥 뭐 회사에서 별일 없었나 해서
x: 없었어
짧고 건조한 메시지만 주고받았다
항암이 거듭될수록 체력이 악화되었다
음식을 먹을 수 없게 되었고
응급실에 수차례 들락거렸지만
그때마다 부모님과 함께였고
남편은 저 멀리서 바빴다
마음이라도 써주길 바랐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병원에 가는 게 일상이 되어갈수록
별 것 아닌 일이 되어갔고
내게 궁금한 것도 사라져 갔다
내가 푸념하지 않으니
힘들지 않다고 생각했던 걸까
생기를 잃어가는 나에게
'강한 약이니 효과가 있을 거고
그게 다 낫는 과정이니 잘 버텨야 하는 거야'라며
위로보다는 단단해지라는 듯한
그의 태도 앞에서
나는 더 이상 속마음을 내비칠 수 없었다.
덤덤한 그의 태도에 서운함을 느끼면서도, 상처받지 않기 위해
나는 내가 믿고 싶은 대로 의미를 부여했고
‘그래, 저 사람도 많이 힘들겠지.
본인마저 흔들리면 내가 더 약해질까 봐,
그래서 저렇게 덤덤함을 유지하는 거야’라며
그가 하지도 않은 말로
나 스스로를 위로하고 이해시켰다
그렇게 혼자 견디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