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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다은 변호사 Jul 16. 2024

몰래한 녹음, 재판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나?





X는 A가 부정행위를 한다고 의심하게 되어 A가 타고 다니는 차량에 녹음장치를 부착한 후, 위 차량 안에서 B가 A를 '자기'라고 지칭하면서 "B는 A를 사랑하기 때문에 잔 것이고, 우리가 단지 섹스만 하는 애인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A가 다른 사람과 잔 적이 있다는 말을 하지 않고 속인 점이 괘씸하다."는 취지의 대화내용과 다른 날 차량 안에서 두 사람이 성행위를 한 것에 대해 대화하는 내용을 각 녹음하였습니다. 


이에 X는 B를 상대로 한 상간녀 민사소송에 A와 B가 부정행위를 한 사실의 증거로 해당 녹취파일을 제출하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실 것이라 생각되는데,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그런데 몰래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해서 녹취파일과 녹취록을 증거로 제출하는 일이 적지 않지요.

그렇다면 몰래 녹음한 녹취는 재판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일까요?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여서는 안 되고, 이렇게 취득한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통신 및 대화비밀의 보호) ①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ㆍ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  



제4조(불법검열에 의한 우편물의 내용과 불법감청에 의한 전기통신내용의 증거사용 금지) 제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불법검열에 의하여 취득한 우편물이나 그 내용 및 불법감청에 의하여 지득 또는 채록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그리고 형사소송법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재판에서 증거로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기도 하지요.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위법수집증거의 배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형사소송은 피고인에게 죄를 물어 처벌을 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상당히 엄격한 절차와 증거능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피고인의 유죄를 밝히는데 사용되지 말아야 함을 명시하고 있는 것이라 이해하면 됩니다.






그런데 민사소송의 경우는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민사소송법은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몰래 녹음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많은 민사사건과 가사사건에서 통비법위반으로 채득한 증거도 증거로서 유효하게 사용되어 왔습니다.


민사소송법


제202조(자유심증주의)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피고는 갑 제2호증 녹취록은 원고가 피고의 동의없이 불법녹음한 것을 녹취하여 작성한 것이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하나,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민사소송법하에서 상대방 부지 중 비밀리에 상대방과의 대화를 녹음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녹음테이프나 이를 속기사에 의하여 녹취한 녹취록이 증거능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 그 채증 여부는 사실심 법원의 재량에 속하는 것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서울중앙지법 2016가단5072798 등 판결 참조



따라서 불법녹음을 한 내용이라 하더라도 상간소송이나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에서 증거로 사용되는 경우는 적지 않습니다.


한편 최근 대법원이 가사사건(2023므16593)에서 불법감청에 의하여 녹음된 전화통화 내용 등이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기도 하였는데, 해당 판결문은 전원합의체 판결은 아니기 때문에 해당 대법원 판례로 인해 앞으로 민사나 가사 사건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이 불법녹음한 증거는 사용하지 못한다고 판시하였고,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명시한 내용에도 형사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고 한정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앞으로는 불법녹음한 녹취가 증거로서 부정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2조에 의하면 ‘전기통신’이란 유선․무선․광선 및 기타의 전자적 방식에 의하여 모든 종류의 음향․문언․부호 또는 영상을 송신하거나 수신하는 것을 말하고(제3호), ‘감청’이란 전기통신에 대하여 당사자의 동의 없이 전자장치․기계장치 등을 사용하여 통신의 음향․문언․부호․영상을 청취․공독하여 그 내용을 지득 또는 채록하거나 전기통신의 송․수신을 방해하는 것을 말한다(제7호).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은 통신비밀보호법, 형사소송법,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한 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 대화의 녹음을 금지하고 있고, 같은 법 제4조는 제3조의 규정을 위반하여 불법감청에 의하여 지득 또는 채록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제4조의 규정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녹음에 관하여 이를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제3자가 전기통신의 당사자인 송신인과 수신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전화통화 내용을 녹음한 행위는 전기통신의 감청에 해당하여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위반이 되고, 이와 같이 불법감청에 의하여 녹음된 전화통화 내용은 제4조에 의하여 증거능력이 없다(대법원 2021. 8. 26. 선고 2021다23699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같은 법 제14조 제1항을 위반하여 일반 공중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3므16593 판결



따라서 적법한 방법으로 증거를 채집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소송을 이기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밖에 없겠습니다.


한가지 추가로 설명해야 하는 부분은,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고, 이렇게 녹음하는 경우에는 그 행위에 대한 형사법적 책임이나 민사상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전과자가 된다거나 손해배상 책임을 질 것을 각오하고 해야 하는 행위라 볼 수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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