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태우고, 누구를 남겨두었나
요즘 시내버스에서 현금 승차는 거의 사라졌다.
국토교통부와 지자체 자료를 보면
시내버스 교통카드 이용률은 95~98% 수준,
일부 광역시는 사실상
현금 승차 비율이 1% 미만이다.
운영 효율과 안전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변화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수치가 모든 시민의 이동이
보장되고 있다는 뜻일까에 대해서는
다른 질문이 필요하다.
교통카드 이용률 통계는
‘버스를 이용한 사람’만을 기준으로 집계된다.
카드가 없어 승차하지 못한 사람,
방법을 몰라 포기한 사람,
기사에게 물어보다 돌아선 사람은
이용자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즉, 교통카드 이용률이 높다는 수치는
‘탈 수 있었던 사람의 비율’이지
‘탈 수 없었던 사람의 수’는 설명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취약계층 문제가 드러난다.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층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약 80% 수준에 이른다.
겉으로 보면 고령층의 디지털 접근성은
상당 부분 확보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드러나는
실제 이용 양상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령층 다수는 통화와 문자 기능 외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교통, 공공서비스와 관련된
애플리케이션 이용률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문다.
스마트폰이 생활 속 도구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 역시 이 현실을 뒷받침한다.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전체 국민 평균을 100으로 환산했을 때
약 70 수준에 그친다.
특히 회원가입, 본인 인증,
카드 등록과 같은 절차적 단계에서
취약도가 가장 높게 나타난다.
단순한 기기 보유 여부보다,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과정에서
큰 장벽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결과는 고령층이 변화에 뒤처지거나
적응이 느리기 때문이라고
단순화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교통카드 신청, 재발급, 충전과 같은
현재의 교통 시스템 구조 자체가
고령자에게 불리하게 설계돼 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사람을 기준으로 짜인 절차는,
설명을 충분히 듣지 못하거나
반복적인 확인 과정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에게 자연스럽게 진입 장벽이 된다.
즉, 문제의 본질은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구조에 있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음에도
교통카드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은,
고령층의 선택이 아니라
시스템이 만들어낸 결과에 가깝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만 6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노인 무임교통카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제도만 놓고 보면 대상 범위는 넓고,
형식상으로는 고령층의 이동권을
충분히 보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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