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중국에서 운전 가능 합니다.
생각보다 할 일이 많았다.
주재원으로 발령이 난 다음 격리기간을 거치고 정상 출근을 하기 시작했다. 다만 지금 상태는 현지 주재원이 아닌 출장자의 신분.
회사에서 준비해 주는 비자를 받고 거류증을 받아야 정식 신분 상승(?)이 되어서 중국에서 월급을 받는 외국인노동자가 되는 것이라서 그전까지 실제 생활에 필요한 일들을 처리해야 했다.
집도 봐야 되고 애들 학교도 확인해야 하고 마음은 급하지만 절차가 있고 중국의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애써 느긋하게 천천히 하리라 마음을 먹고 회사에서 가이드해 주는 대로 따라갔다.
그중에 생활에서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운전과 관련된 부분은 국제운전면허로 되지 않아서 별도 시험을 치러야 했다. 사실 중국에서 운전은 쉽지 않다. 대도시는 그래도 사람들의 운전 습관이나 문화가 정착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일반 도시들에서 운전하는 경우는 간혹 우리의 상식을 벗어난 상상에서나 나옴직한 운전을 하는 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관광을 위해 오는 경우나 몇 개월 짧게 머무르는 경우는 운전을 하지 않는 게 맞다. 그래서 회사별로 주재원의 운전에 대한 부분을 가이드하는 게 다른데, 운전 자체를 금지하는 곳, 운전은 가능 하나 차량 지원은 알아서 구매해서 사용하는 곳, 본인 운전만 가능하고 와이프 같은 가족 운전은 금지하는 곳 정도인데 우리 회사는 본인 운전은 가능하고 가급적 가족 운전은 물론 가족은 운전면허 취득도 지양하라고 가이드하는 곳이다.
처음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제 생활을 몇 년 한 입장에서 보면 회사에서 가족의 교통사고를 지원하려면 힘이 들고 번거롭다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정말이지 본인이 업무와 연관되어 운전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특히 가족들은 그냥 디디(택시)를 사용하는 게 정답이다.
일단 사고가 너무 많다. 출퇴근하다 보면 그 짧은 시간에도 크고 작은 사고를 너무 많이 본다. 그리고 잠시 긴장을 늦추면 위험한 순간도 너무 자주 발생을 하는 편이다. 그뿐이 아니라 중국은 사고가 나면 그 자리에서 신고하고 경찰과 보험사가 올 때까지 차량을 이동을 하지 않아야 하고 사고에 대해서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않는 데다가 언어의 장벽까지 있으니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생각하고 위험성을 고려한다면 운전은 꼭 필요하지 않으면 안 하는 게 좋다.
그리고 차량으로 성간 혹은 대도시를 들어가는데 제약이 있다. 전기차인지 아닌지 혹은 대도시 번호판을 달고 있는지에 따라서 5부제 제약도 있고 상해나 북경 같은 대도시 중심부를 들어가려면 별도 신고도 해야 하고 등등 자가차량이 있어도 출퇴근이나 인근 도시는 몰라도 장거리 여행에는 마찬가지로 제약사항이 많은 편이다. 무리해서 2000km 3000km 달려서 여행을 한 것을 자랑하는 동료들도 있는데 부디 장거리는 그냥 비행기와 현지 교통을 이용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더해서 중국은 디디라고 하는 택시가 한국에 비해 많이 저렴하고 앱으로 편하게 부르고 탈 수 있어서 중국 생활에서는 그냥 디디나 빵차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불행한 건지 다행인 건지는 몰라도 업무상 차량과 관련된 연구직종이다 보니 차량 운전은 필수라서 면허증 취득부터 해야 했다.
한국 내 면허가 있는 사람은 필기시험만 보면 돼서 문제은행식의 예상문제를 공부해야 한다. 지금은 기억도 안나는 먼 옛날 일이지만 처음 운전면허 따려고 할 때마다 옆에 친구나 선배들이 필기는 공부할 필요 없다고 술이나 먹자고 꼬시는 바람에 2번이나 떨어져 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한국과 조금 다른 법규하고 헷갈리는 문제들 때문에 나름 정성 들여 시간을 투자해 공부했다.
드디어 시험일. 접수창구에서 단체로 접수를 하고 떨리는 맘으로 시험장에 입실을 했다. 시험장에서 PC를 이용해서 시험을 보게 되는데 문제답을 선택하고 넘길 때 로딩 속도가 느리면 틀린 것이다라는 확인이 안 된 카더라 통신이 생각이 나서 그런 건 다시 돌려 보기도 하고 옆에 동기들이 한둘씩 시험을 마무리하고 나갈 때도 조금 더 조금더 하다가 드디어 완료와 제출!
시험 결과는 다행히 통과. 운전면허라는 게 시험이다보니 떨어질 수도 있는데 주재원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놀림거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바짝 긴장했었는데 한숨 쉴 수 있었다.
서류 한 장 받아 보니 기본적인 정보와 함께 커닝을 방지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본인이 맞는지를 확인하려는 목적인지는 몰라도 시험을 보는 모습도 사진으로 출력이 되고 성적과 면허증에 기입이 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중국 운전 면허증. 최근에 한국은 앱으로도 지원되고, 영문명이 함께 기입되는 등 정보와 외관에서 여러 형태의 운전면허가 존재하는데 비하면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운전 면허증이다.
이력서 자격증 칸에 거의 유일하게 들어가는 흔한 운전면허 보유에서 한 줄 더 쓸수 있는 ‘중국면허도 보유’, 혹은 ‘중국에서 운전가능’ 이 되는 순간이자,
여행자 혹은 출장자에서 중국에서 생활을 하는 외노자신분의 주재원으로서의 첫걸음을 시작한 순간이었다.
이제 중국에서 운전 가능 합니다.
[중국 운전 면허 취득 정보]
- 필요 서류 : 여권 원본
- 시험 비용 : 130RMB
(필기시험 80RMB, 면허증 제작 10RMB, 신체검사 40RMB)
- 운전면허증 번역 : 120RMB
- 신체검사 내용 : 시력, 손/발 움직임, 색약검사
- 시험 과정
시험장 도착->신체검사->서류제출->비용납부->필기시험 진행 -> 중국 면허증 발급 및 수령(당일)
- 필기시험 90점 이상 합격 (90점 이하일 경우 두번째 시험 보기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