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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MK May 06. 2024

[DUGOUT 비하인드] 18. 정용검 캐스터

FROM <DUGOUT MAGAZINE> 154호 (2024년 2월호)

개인적인 욕심이 한껏 들어간

코너 : DUGOUT Inside The Park

인터뷰이 : 정용검 캐스터

일자 : 2024년 1월 17일

형식 : 대면 인터뷰

장소 : 더그아웃 매거진 스튜디오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더그아웃 매거진>에서 비(非) 야구선수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Inside The Park'는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인터뷰이로 선정된다. 그중엔 야구 중계를 맛깔나게 살리는 캐스터들도 인터뷰의 대상이 되곤 하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이분들의 출연이 그다지 자주 일어나는 편은 아니었다. 당장 2023년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마지막으로 본지에 출연했던 SPOTV 김민수 캐스터와의 인터뷰가 2021년 11월이었으니.


하지만 그로부터 정확히 2년이 지나 152호에 KBSN Sports의 권성욱 캐스터를 모신 데에 이어, 불과 두 달만에 또 한 명의 캐스터를 인터뷰하게 된다. 권성욱 캐스터만큼이나 내 야구 관람 역사에 이 분의 목소리도 진하게 남아있었던 터라, 내겐 이날의 두 번째 캐스터와의 만남이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 분은 객원 에디터 시절부터 맡아보고 싶었던 인터뷰이였기 때문에, 속으로는 '이제서야 만나게 됐네'라는 생각도 들었다. 단순히 현업자들과 대화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이쪽 분야에서 몇 안 되는 '학교 선배님'이라서...도 있었다. 나름 개인적인 욕심이 한껏 들어간 만남이었던 것.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DUGOUT Behind> 열여덟 번째 주인공,

누구보다 엔터테이너로서의 매력이 가득한 정용검 캐스터다.



사실 인사팍에서 같은 직군의 인터뷰이가 이 정도로 짧은 텀을 두고 나온 게 흔한 일은 아니다. 다양한 직군의 사람과 만나는 코너다 보니, 특정 직업을 가진 사람이 나온다면 한동안 그 직업의 인터뷰이는 논의의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사정이 겹친 결과 나는 두 달 만에 다시 '캐스터'의 직함을 단 인터뷰이로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뽑아내야 하는 상황을 마주했다.


자칫 서사의 내용과 형식이 천편일률적으로 겹칠 수도 있는 상황. 그래서 난 이 두 분이 공통적으로 가진 '캐스터'라는 직업에 집중하기보다는 '정용검'이라는 사람이 거쳐온 그만의 서사에 포인트를 맞춰보기로 했다. 다행히도 질문지를 짜는 과정에서 두 분의 색채가 상당히 다르다는 걸 발견했고, 앞선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정용검 캐스터만을 위한 이야기를 술술 준비할 수 있었다.




"스포츠의 짜릿한 순간을 기억할 땐 단순히 그 영상과 이미지뿐만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소리까지 함께 남곤 하잖아요? 누군가가 제 목소리 덕에 행복, 아쉬움, 안타까움 같은 감정이 증폭됐다고 하실 때가 뿌듯해요."


물론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정용검 캐스터가 중계 현장에 본인의 목소리가 첨가되는 순간에 대한 희열을 느끼는 건 권성욱 캐스터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얘기를 나누다 보니 두 캐스터가 각자의 목소리를 통해 지향하는 바는 다소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저 사람이 중계하면 항상 재밌었어!' 이런 느낌이었으면 좋겠어요. 스포츠를 이루는 요소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재밌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스포츠도 엔터테인먼트니까요."


미래에 어떤 캐스터로 기억되고 싶냐고 묻는 내 질문에 대한 정 캐스터님의 답변. 스포츠 현장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그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긴 덕목은 바로 '재미'였다. 두 달 전 인터뷰에서 권성욱 캐스터가 팬들로 하여금 '야구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걸 우선적인 가치로 답했다면, 정용검 캐스터는 야구 중계의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다소 다른 중계관을 확인할 수 있는 권성욱 캐스터(위)와 정용검 캐스터(아래)의 답변 /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원고 제목을 캐스터(Caster)와 엔터테이너(Entertainer)을 임의로 합친 'Caster-tainer'로 지은 것도 이러한 그의 가치관을 담아내고 싶은 욕심에서였다.  돌이켜보면 정용검 캐스터가 중계석뿐 아니라 스톡킹, 최강야구 등의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엔터테이너 그 자체다. 나 역시도 그의 중계를 들으면서 지루하다거나 하는 인상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 '재미'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그의 가치관이 성공적으로 구현된 건 맞는 듯.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최강야구는 제게 인생을 건 도박이에요. 프리랜서로 나온 직후에 최강야구 말고는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게 없는 상황인데, 없어지면 큰일이잖아요. 심지어 시청률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경기 결과 때문에 폐지되는 거니까 더 미치는 거죠."


정용검 캐스터와 대화를 나누면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 중 하나는, 그가 상상 이상으로 최강야구에 진심이라는 것이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가 오랫동안 커리어를 이어 온 엠스플에서 프리선언을 한 건 오직 최강야구에 합류하기 위해서였다. 자신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불안정하기 짝이 없는 선택이었지만, 정용감 캐스터에게 이러한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그건 바로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원초적인 본능 때문이었다.


"그 자리를 다른 사람이 하는 게 싫었어요. 아무리 봐도 무조건 성공할 거라는 믿음이 있는데, 심지어 저한테 먼저 섭외가 온 건데... 그 자리를 절대 놓칠 수가 없겠더라고요. 설령 그 선택으로 제 인생이 불확실해질지라도요."

출처 - YouTube 'JTBC Voyage'


그래서인지 높은 텐션의 중계로 정평이 난 그이지만, 유독 최강야구에선 그 텐션이 몇 배로 증폭되는 걸 볼 수 있다. 게다가 여러 은퇴선수뿐 아니라 윤준호, 류현인, 원성준 같이 젊은 몬스터즈 선수들의 서사에 공감하며 눈물짓는 등 'F'스러운 면모도 자주 보이는 편이다. 심지어는 몬스터즈 선수단에 운동 열심히 하라고 직접 잔소리까지 한다고.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인생을 걸고 시작한 도박이니, 어찌 이렇게 진심이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이토록 열정적인 그의 진심이 빛을 발한 덕인지, 최강야구는 두 시즌 연속으로 7할 승률을 올리며 무사히(?)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얼마 전 시작한 시즌 3는 니퍼트, 국해성, 윤상혁 등이 새로 합류하면서 다시금 화제를 불어일으키고 있다. 당장 오늘 밤에 본방송이 나올 텐데, 초반 기세로 봐서는 시즌 3도 이전 시즌 못지않게 흥행하리라 감히 예상해본다.


"팬분들께서도 이번 시즌에 저희가 하나가 되는 모습을 즐기신다면, 시즌 3를 넘어 그 이상으로 오래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근데 뭐... 이런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겨야죠. (웃음)"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엠마오관 2층에 있는 큰 거울 있잖아요? 그거 제가 받아온 거예요."


늘 그렇듯 무난하게 대화를 이어간 하루였지만, 이날은 괜시리 사리사욕을 채우고 싶었다. 선술한 대로 정 캐스터님이 내 모교의 선배님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뷰가 끝나기 전엔 에디터로서의 본분을 다해야 했기에, 학연을 어필하는 건 인터뷰를 마친 뒤에 하기로 마음먹었다. 온앤오프를 확실히 하는 게 프로의 미덕이지 않던가.


하지만 우연히(?) 질문지에 캐스터님의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에 관한 질문이 포함되어 있었고, 인터뷰 막판에 캐스터님의 답변에 대해 아는 척을 시전하자 "같은 학교 출신이세요?"라는 질문이 날아왔다. 이후 맞다는 내 대답에 순식간에 분위기가 가벼워졌고, 이내 학교 이야기가 꽃피기 시작했다. 조금 사적인 표현이 포함된 탓에 원고에 차마 이 이야기들을 녹여내진 못했지만, 어쨌든 사회에 나와서 처음으로 학연의 정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지금 샥(SHOCK, 서강대학교 중앙 댄스동아리) 후배들은 저한테 고마워해야죠. (장난) 안 그랬으면 아직도 다산관 벽돌에서 연습하고 있었을 거예요."

그렇게 인터뷰 막판에 학교 얘기를 나눈 뒤 대화를 마치자, 곧바로 학번과 전공을 묻는 캐스터님의 질문이 이어졌다. 사회에서 동문을 만난다면 오가는 통상적인 인사말이었지만, 이 업계에서 학교 동문을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닌 탓에 나로서는 정말 소중한 만남이었다.


언젠가 나도 학교 후배들이 만나고 싶어하는 인물이 돼야 할 텐데 쩝.




항상 초심 잃지 않고, 매 경기 일희일비하면서
진심으로 열정적인 중계 들려드리는 캐스터가 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정용검 캐스터와의 대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답변이다. 보통 일희일비는 부정적인 어감을 가진 용어로 쓰이지만, 그는 이 단어를 자신의 지향점으로 삼았다. 차분함, 평정심 등이 프로페셔널함을 설명하는 미덕 중으로 거론된다는 걸 생각한다면 정용검 캐스터의 이 답변은 다소 뜻밖이다.


하지만 그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열정과 샤우팅, 그리고 누구보다 엔터테이너로서의 정체성을 강하게 가진 캐스터이기에, 어쩌면 일희일비는 그의 중계 스타일을 완벽하게 표현하는 단어일지도 모른다.


자고로 스포츠 현장이란 '격변'이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곳이지 않나. 그 현장에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를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감정선을 극대화해야 한다. 그런 대목에서 정용검 캐스터는 최고의 매력을 가진 스포츠 캐스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일희일비로 가득한 그의 중계를 듣고 싶다면, 매주 월요일 10시 반에 JTBC를 켜면 된다. 하필 오늘이 월요일이라 글 쓰는 시점에서 4시간 반 정도 남았네. 빨리 저녁 먹고 본방사수하러 가야겠다.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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