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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MK May 23. 2024

[DUGOUT 비하인드] 19. LG 트윈스 이재원-1

FROM <DUGOUT MAGAZINE> 130호 (2022년 2월호)

코너 : DUGOUT Futures

인터뷰이 : LG 트윈스 이재원

일자 : 2022년 1월 14일

형식 : 대면 인터뷰

장소 : 더그아웃 매거진 스튜디오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2021년 12월 16일. 이날은 내 스물다섯 번째 생일이자, <더그아웃 매거진> 객원 에디터 면접이 있던 날이었다. 사무실이 지금의 위치로 자리를 옮기기 전 암사역 근처에 있던 시절, 난 살면서 처음으로 '야구를 통해' 돈을 벌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회사로 향했던 기억이 난다.


"에디터가 된다면, 가장 인터뷰하고 싶은 선수는 누구예요?" 면접 당시 답변에 가장 신경을 쓴 질문 중 하나다. 사실 전형적이면서도 나올 가능성이 꽤 높은 유형의 질문인지라, 난 이 질문을 받자마자 큰 고민 없이 (...라고 썼지만 그래도 살짝 고민하는 시늉을 한 끝에) "LG 트윈스의 이재원입니다."라고 답했다. 예전 같았으면 양현종, 박병호 같은 스타 플레이어의 이름을 댔겠지만, 이때만 하더라도 미완의 선수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던 까닭이었다.


이 답변이 당락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때 감격스러운 합격 소식을 받아들고, 바로 그다음 주에 첫 기획회의에 참석하면서 에디터로서의 첫 활동이 시작됐다. 다소 긴장감을 안고 임한 첫 기획회의가 끝나고, 난 어안이 벙벙한 채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내 이름이 들어갈 첫 번째 잡지에, 면접 당시 워너비로 밝힌 그 이름과의 만남이 성사됐기 때문이다.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DUGOUT Behind> 열아홉 번째 주인공,

에디터로서의 시작을 함께한 LG 트윈스 이재원다.




지금이야 많이 무뎌졌지만, 이날 난 쉽사리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큰 설렘과 긴장감을 안고 회사로 향했다. 처음으로 프로야구 선수와 단둘이 대화를 나눈다는 점부터, 내가 평소에 정말 만나고 싶은 선수였다는 점, 마지막으로 사적인 영역이 아닌 '일'로서 해내야 한다는 점까지. 그 모든 것이 단련되기 전의 내 멘탈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그래서인지 회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까지 머릿속이 새하얀 상태였다. 공들인 질문지를 읽으며 마음을 진정시켰지만, 한 번 달아오른 가슴을 가라앉히는 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거기다 에디터로서 해야하는 것들도 머릿속에 새롭게 입력해야 했으니... 이때 무슨 정신으로 사무실에 앉아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중 이재원이 회사에 도착했고, 그가 사무실에 들어왔을 때도 적극적으로 인사를 하지 못하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내가 감히 먼저 나서도 되나?'하는 생각도 들었고. 하지만 당시 상주 에디터분을 포함한 직원 분들이 리드를 해주신 덕에 간신히 인사를 나누고, 조금씩 내가 해야 할 것들을 하나씩 해치워나갔다.


"인기라기보다는 관심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지금까지 그렇게 잘하진 못했는데도 관심을 기울여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중략) 제가 잘하든 못하든 늘 응원해주셔서 고마운 마음이에요."


인터뷰 당시 이재원은 본격적으로 처음으로 1군에서 시간을 보냈던 2021시즌을 막 마친 시점으로, 많은 이로부터 곧 알을 깨고 나올 거라 기대를 받던 24살의 어린 선수였다. 슬슬 미디어로부터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시점이니만큼, 그 역시 새로운 상황에 긴장감을 느낄 법도 했을 듯하다.


이날 <더그아웃 매거진>과의 인터뷰를 진행한 이재원의 심정이 어땠을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아마 그 역시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나온 표현을 빌려서) 폴짝폴짝한 기분으로 왔을 거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그의 첫 인터뷰를 진행한 에디터 역시 초짜였으니, 긴장한 두 사람이 이끌어나가는 대화의 현장은 얼마나 뚝딱거림의 연속이었을까.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그럼에도, 난 이재원에게서 참 말을 잘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연차가 쌓인 선수 중에서도 언변이 아쉬운 경우가 적지 않은데, 원고에서 알 수 있듯이 이재원은 자신의 이야기를 정리해서 전달하는 능력치가 상당했다. 질문을 '하기'보다는 질문지를 '읽기'에 급급했던 내가 긴장을 풀 수 있었던 건, 긴장한 와중에도 답변을 잘 이어나간 이재원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야구란) 폭풍 같다고 해야 할까요. 폭풍이 불면 그 주변에 크게 난리가 나잖아요. 심하면 집이 날아가기도 하고요. 그러다가도 폭풍이 멎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잔잔하고 고요해져요. 제게 야구는 그런 느낌이에요."


지금까지 "본인에게 야구란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참신한 답변을 남긴 인터뷰이는 없었다. 대개 '야구는 인생이다'라는 전형적(이긴 하지만 가장 무난한 레퍼토리)인 대답이 돌아오기에, 이재원의 대답이 특별하게 남을 수밖에. 하지만 이렇게 답변을 잘해놓고 막상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저 조금 절었죠?"라고 물어보던 그. 이에 난 손사래 치며 정말 인터뷰를 잘했다고 답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재원 선수. 답변 하나하나가 명대사였답니다.



"나름대로 되게 대범하게 행동하려고 해요. 조금 섹시(?)하게 하려고 하는데. (당당)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네요. 많은 분이 귀엽게 봐주시는데 전 멋있어 보이고 싶어요."


이재원을 응원하는 사람이라면 공통적으로 '그가 귀엽다'라는 감상을 느끼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190cm를 넘는 거구임에도 홍창기 등의 선배들을 졸졸 쫒아다니는 앙증맞은 행동부터, 순수 그 자체로 표현할 수 있는 그의 표정까지. 그에게 다소 미안한 말이지만, 아무래도 귀엽다는 느낌을 주는 요소가 너무나도 다분했다.


그리고 직접 대화를 나누고 나서 느낀 내 감상은... 역시나 그는 앙증맞다는 거였다. 심지어 본인에게 귀엽다고 하는 팬들의 반응을 알고 난 뒤에, 본인은 '귀엽기보다는 멋있어보이고 싶다'라고 강조하는 항변조차도. 덩치가 이렇게 큰데 어찌나 이렇게 행동이 귀여울 수가 있는 건가 싶었다.  당장 아래에 사진만 보더라도, 웃으면 실눈캐가 되어버리는 순진무구한 그에 표정에 어떻게 입덕하지 않을 수 있겠나.

저 해맑고 순수한 웃음을 보라 /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명성을 쌓은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그것이 무너지는 데는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라는 구절이 있어요. 제가 인생을 살면서 오랜 시간 동안 무언가를 쌓아 올렸어도, 순간의 판단으로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말이잖아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항상 경각심을 갖고 살아오고 있어요."


하지만 멋있어보이고 싶은 그의 마음이 단순히 '바람'에 그치진 않았던 모양이다. 평소에 이재원은 명언들을 마음 속에 새기며, 자신의 인생에 대해 상당히 진지한 고찰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재원은 마냥 귀여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던 내가, 그를 다시 보게 된 것도 이 대목에서였다. 야구에 대한 진심 말고도, 스스로의 인생을 설계함에 있어 그 어떤 것도 허투루하지 않는 모습이 성숙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원고의 맺음말에 썼던 것처럼, 이재원은 자신을 귀엽게만 보는 시선이 진심으로 억울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 멋짐의 배경에 귀여움이 기저에 깔려있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긴 시간이 흘러서 드디어 이 사진이 비하인드로 쓰이는 날이 왔네. 조금 아득할 정도로 시간이 지났지만, 2년이 넘게 흘렀음에도 이날의 반짝반짝했던 시간만큼은 정말 선명하게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다만 당시 현장을 영상으로 찍었음에도 내부 사정상 공식 계정에 편집 영상이 올라오지 않았다는 게 아쉬운 부분이다.


그렇기에 위 사진이 남아있다는 게 더욱 다행이다. 내겐 큰 의미가 있는 첫 인터뷰였던 지라 당시 상주 에디터분께서 이재원과의 투샷을 사진으로 남겨주셨는데, 덕분에 난 이 사진을 보면서 초심을 다잡을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있다. 요새도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남긴 투샷을 제일 선호하는 편인데, 그 사진을 자주 제공해주시는 YJ 에디터님께 늘 감사함을 안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이재원과의 대화를 되새기면서 마쳐야할 시점이지만, 아직 그와의 인터뷰 비하인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첫 인터뷰를 마치고 약 10달의 시간이 지난 뒤, 우리는 다시 한 번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로서 만났기 때문이다.

[더그아웃 Behind] 6화. 한화 이글스 윤대경 中

아직 최장기록으로 남아있는 윤대경과의 인터뷰의 뒤를 잇는 '레전드 인터뷰'가 바로 이때다. [더그아웃 Behind]에서 (현재까지는) 유일하게 2부작으로 마련하게 된 이유를 제공한 그날의 전화 한 통. 아직도 그 녹취본을 들으면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가곤 한다. 그 이야기는 다음 회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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