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20160926의 기록
지하철 칸과 칸 사이를 잇는 이 공간을 나는 쭈글이 공간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쭈글이(나)가 초딩적 자질을 충분히 발휘했을 때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하고 요로코롬 쭈글이들이 만날 끔뻑대니까.
쭈글이 공간에 들어와 양쪽 문을 닫는게 좋다. 나의 변태성인지 이렇게 폐쇄적이면 맴이 놓인다. 쭈글이 공간의 양문을 닫으면 아늑하다. 이곳에 서 있는 일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니까 앉는다. 앉아서 쭈글이들을 관찰한다.
쭈글이들은 기차의 호흡을 관장한다. 아코디언처럼 접었다 폈다 하면서 숨소리를 내고 그 소리를 동력으로 지하철은 달린다. 시끄럽다고 느낄 수 있지만 당신의 심장소리처럼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꽤 잊고 살아지는 소리다. 열차가 오른쪽으로 달릴 땐 오른쪽 쭈글이들이 쭈그러지고 왼쪽으로 달릴 땐 왼쪽 쭈글이들이 쭈그러진다. 자꾸 여기 저기 치이는 당신들처럼.
오늘은 꽤 찢어진 친구를 만났다. 그 틈새로 바깥 풍경을, 아니 아침햇살을 구경하듯이 목적지로 향했다. 찢어진 시야 사이로 올곧게 들어오는 햇빛, 지금도 지하철은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