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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neSangSu Jeong Sep 18. 2016

Prologue

노가다 일기

 아버지는 건설업에 종사하신다.
청소년기에는 아버지께서 하시는 사업이 막연하게 싫었는데

성인이 되고 나서 직접 겪어보니 아버지의 사업이 구체적으로 싫다.


 그 흔한 운전면허증조차 없는 내게 유일한 Certificate가 있는데, 이른바 노가다 자격증이다.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가진 이 녀석이 없으면 NGD 현장에서 일할 수 없다. 오랜 수험생활을 마치고 2015년 2월 아버지 현장에 반장으로 이름만 올리기 위해서 땄으나 실제로 이름만 올린 적은 없고 현장에 가서 진짜로 일을 했다.


 상기했듯 나는 어떤 종류의 면허도 없다. 내가 건설현장에서 할 수 있는 건 잔심부름을 비롯한 힘을 쓰는 일, 말 그대로 잡부 오리지널 NGD 뿐이다. 나는 행동보다는 말이 말보다는 생각이 빠른 피곤한 st의 닝겐이기 때문에 몸을 쓰는 일을 할 거라고는 생각을 안 했다. 물론 태어났을 때도 몰랐는데 크고 나니 이런 환경이 주어져있다.


 나는 '감수성'의 사전적 정의를 믿는다. '외부 세계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성질'이 감수성이라면 좋든 실든 내게 주어진 'NGD 세계의 자극'으로부터 온 느낀 점을 적는 연작이 될 듯싶다.


 주로 작업을 하는 장소는 '수원, 작은 아버지의 작업장'이지만 이따금씩 철교 다리 공사나 페인트 같은 잡일을 하러 알 수 없는 곳에 떨어지기도 한다. 지방에 출장까지 갈 뻔했으나 완강히 거부했으므로 대개의 일들은 수원에서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본편과 부록으로 나눠 쓸 예정인데 사실 본편이 아닌 것들을 부록으로 정의하지만 이 연재에서는 부록이 아닌 것들을 본편으로 명명할 것이고 부록에는 NGD판에서 만나는 물건들의 신기한 이름과 용도에 대해 적을 것이다.


 NGD는 NoGaDa 의 약자이며 잉글리시로 적으면 뭔가 더 고급 져 보이기에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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