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eneSangSu Jeong Sep 18. 2016

Prologue

노가다 일기

 아버지는 건설업에 종사하신다.
청소년기에는 아버지께서 하시는 사업이 막연하게 싫었는데

성인이 되고 나서 직접 겪어보니 아버지의 사업이 구체적으로 싫다.


 그 흔한 운전면허증조차 없는 내게 유일한 Certificate가 있는데, 이른바 노가다 자격증이다.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가진 이 녀석이 없으면 NGD 현장에서 일할 수 없다. 오랜 수험생활을 마치고 2015년 2월 아버지 현장에 반장으로 이름만 올리기 위해서 땄으나 실제로 이름만 올린 적은 없고 현장에 가서 진짜로 일을 했다.


 상기했듯 나는 어떤 종류의 면허도 없다. 내가 건설현장에서 할 수 있는 건 잔심부름을 비롯한 힘을 쓰는 일, 말 그대로 잡부 오리지널 NGD 뿐이다. 나는 행동보다는 말이 말보다는 생각이 빠른 피곤한 st의 닝겐이기 때문에 몸을 쓰는 일을 할 거라고는 생각을 안 했다. 물론 태어났을 때도 몰랐는데 크고 나니 이런 환경이 주어져있다.


 나는 '감수성'의 사전적 정의를 믿는다. '외부 세계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성질'이 감수성이라면 좋든 실든 내게 주어진 'NGD 세계의 자극'으로부터 온 느낀 점을 적는 연작이 될 듯싶다.


 주로 작업을 하는 장소는 '수원, 작은 아버지의 작업장'이지만 이따금씩 철교 다리 공사나 페인트 같은 잡일을 하러 알 수 없는 곳에 떨어지기도 한다. 지방에 출장까지 갈 뻔했으나 완강히 거부했으므로 대개의 일들은 수원에서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본편과 부록으로 나눠 쓸 예정인데 사실 본편이 아닌 것들을 부록으로 정의하지만 이 연재에서는 부록이 아닌 것들을 본편으로 명명할 것이고 부록에는 NGD판에서 만나는 물건들의 신기한 이름과 용도에 대해 적을 것이다.


 NGD는 NoGaDa 의 약자이며 잉글리시로 적으면 뭔가 더 고급 져 보이기에 채택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