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eneSangSu Jeong Oct 17. 2016

배 아픈 후회

월세 20161017의 기록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황지우 - 뼈 아픈 후회, 부분

정갈한 음식이 나왔다.

먹지 않아도 배부를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손이 움직이고 있었다. 손은 머리보다 빠르다. 젓가락으로 고기 한 입 숟가락으로 밥 한 입 다시 젓가락으로...

동작그만 돼지 될거냐?


방금 고기 한 입 더 먹으려고 했지? 손이 부교감신경으로 보이냐 이XX야?


그렇다. 음식 앞에서 손은 부교감신경이다. 심장에게 멈추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결국 후식 포도 몇 알까지  앙칼지게 잡쉈다.

내 앞에는 처참히 죽은 차슈동의 소스가 낭자하고 뼈만 남은 포도송이가 앙상히 누워 있었다. 끝내 다 긁어 먹지 못한 달걀찜이 현장의 참혹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다시 한 번 슬프다
내가 먹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뼈 아픈 후회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게 끝난다.


그 누구도 나를 믿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다


뼈가 아프지 않게 살로 잘 덮어주었다. 오늘도 나는 나를 믿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늘 듣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