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발 끝은 어디로 향하는가
이직을 한지 1달차. 인생 가장 높은 연봉, 인생 가장 높은 자유도, 인생 가장 높은 예상성취도를 가지고도 정작 지금 잠깐 야근을 하는게 야마가 돈다. 직원들을 야근시키고 내가 퇴근하기에는 그들에 비해 내가 받는게 너무 많다. 사실은 야근조차 좋은 일이다. 좋은 일이지, 전부 내 경험이- 자산이 될거고. 이렇게나 좋은 일이고, 뺏기고 싶지 않고 도전하는 나 자신 너무 멋져, 정말 멋지고. 가끔 미친 통찰력이 나올 때, 뿜어져나오는 인사이트, 증권사와 로펌, 대학교수도 생각하지 못했지만 너무 간단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던 순간, 진짜 해결사가 된 것만 같고. 실현만 되면 샴페인을 터트려야 하지 않을까. 이런 나, 훌륭하고 훌륭해. 가장 원하던 일이 직업이 되었고, 가장 잘하는 무기가 나를 설명해주고. 경력에서 그럭저럭 멋져보이게 escalate되는 것, 분명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일일텐데.
그런데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정작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내가 진정 바래왔던 건 무엇이고 놓쳐서 안되는 무언가가 있지는 않을까. 내가 알지도 못하는 제3자에게 멋져보이는 삶이 도대체 어떤 의미가, 가치가 있는가. 삶에 여유가 남으니 자아실현이라는 망령이 꿈틀거리는 것일까. 오늘은 책을 읽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