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오르는 희소재화의 가치
2014년에 프라그먼트x조던을 사려던 적이 있었다. 당시 내로라하는 조던들의 값은 70, 80 정도였고 사려고 고민하던 그 파란색의 프라그먼트x조던은 무려 무려 110만원 쯤이였다. 당시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한 나는 아주 큰 마음을 먹고 거래를 잡았다가, 전재산이 탈탈 털리는 게 무서워서 그만두었더랬다. 당시 그 신발은 조던 중에서도 단연 초고가였고, 누가 신발을 그 가격에 사냐는 말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2000년대 중반, 덩크SB가 초유의 인기를 구가하던 때에도 최고였던 대니수파니, 멀더니 하던 1st모델들 역시 100만원의 벽을 허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그 프라그먼트x조던의 가격은 500만원을 훌쩍 넘었다. 심지어 280정도 되는 사이즈는 훨씬 더 비싼 것 같다. 오프화이트와 콜라보한 조던1 시카고의 가격은 무려 최저가가 700만원 정도이다. 이해할 수 없는 영역까지 이른 디올조던의 경우에는 1,200만원이 넘어간다. 그게 아니라도 이제 좀 치는 슈즈의 가격은 당연히 몇 백을 넘겨야 한다. 거기다 애초에 희귀한 콜라보레이션만 그런 것도 아니고 OG컬러 대장인 시카고는 이미 수백만원을 돌파했다. 여기서 자랑을 좀 섞자면 얼마 전 나는 바로 그 조던1 시카고를 5년 전 파리에서 단돈 300유로에 산 적이 있는데, 재작년 초에 크림에서 350만원에 처분했다. 이처럼 아무튼 간에 자산의 가격이 한도 끝도 없이 올라간다.
부는 집적된다. 공정하지만 공정하지 않은 사회의 틀 안에서. 지식과 정보는 마치 봉건시대의 특권계층의 성벽마냥 쉽게 허물 수 없는 장벽이 된다. 우연히 들어온 이 공간에서는 의식적으로도 무의식적으로도 다양한 연으로 이어진 사람들끼리 룸을 만든다. 기꺼이 십수년을 공부하고 경험하고도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기 어렵다. 만들어지고 가공되어지고 때로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일까지 벌어진다. 아는 사람은 알아서 모르는 것조차 아는 게 되고, 모르는 사람은 몰라서 아는 것조차 모르게 된다. 재밌다 싶기도 하고, 혼돈이 오기도 한다. 정말로 금융은 자원의 재분배를 통해 모두를 윤택하게 해주는 도구일까? 아님 첫맛만 그럴싸한 요새의 편린일까.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 -마태복음 25장 29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