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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코치 Mar 26. 2022

I have a dream

'나 홀로 뉴욕에' 12박 14일 뮤지컬 여행

2006년 6월, 대학교 전공필수 시간에 교수님께서 갑자기 뮤지컬 이야기를 꺼내셨다. 외국에서는 뮤지컬을 저렴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이 많다며, 여러 편을 보고 오면 비행기 값 정도는 아끼는 거라고 하셨다. 300만 원 들고 가서 공부해! 란 말이 마음에 콕 박혔는데 300만 원은커녕 30만 원도 없었다. 방학을 앞둔 우리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라고 해주신 이야기가 내겐 너무 멀게만 느껴져 마음이 아려왔다. 그래도 언젠가 갈 수 있겠지란 생각에 콕 박힌 그 말씀을 빼내지 않고 잘 저장해두었다.   


2016년 12월, TV에서 ' 나 홀로 집에'를 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케빈이 그렇게 좋아 보일 수가 없었다. 뉴욕을 제 집처럼 돌아다니는 저 용기와 배짱에 나는 박수를 치며 함께 웃었다. 동시에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은 시집 온 시골의 우리 집 안방이라는 현실을 깨달았다. 뉴욕~ 내 인생에 한 번쯤은 꼭 가고 싶은 곳! 나는 남편의 기분이 괜찮은 날을 기다려 은근슬쩍 말했다.


"나 뉴욕에 좀 다녀올게."


뉴욕이 옆집도 아니고, 갑작스러운 내 발언에 남편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꿈꾸던 일이라며 회유하고, 이곳으로 시집와서 답답하다고 협박하여 뉴욕으로 가겠다고 선언한 지 몇 주 만에 승낙을 받아냈다. 여전히 마지못한 남편을 향해 비행기 값이 비싸니까 좀 오래 다녀오겠다고 통보했다. 승낙과 통보 그리고 바로 발권과 출국, 10년 동안 저장해두었던 일이 단 3일 만에 잽싸게 이루어졌다.




당시, 미국에 대통령이 바뀌어서 입국심사가 엄격해졌다는 소식이 들렸다. 비행기를 타고 도착했다가 잘못 말하는 바람에 다시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던 터라 출입국심사대에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출입국심사관이 우락바락한 모습으로 여권과 내 얼굴을 훑어보더니 왜 왔냐고 물어보았다. 난 영어를 잘하지 못했지만 내 꿈을 당당하게 말할 수는 있었다.


"I like musical. l came to see a musical."


3초의 침묵이 이뤄지고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와우~ 질문을 여러 개 하기도 한다던데 단 한 번의 질문과 대답으로 끝났다. 하긴, 뮤지컬이 보고 싶어서 미국에 왔다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케빈이 타던 노란 색깔의 택시가 뉴욕 시내 한복판에 나를 내려주고 떠나자 진짜 실감이 났다. 덩그러니 놓인 커다란 캐리어 두 개와 함께 나의 12박 14일 '나 홀로 뉴욕에'가 시작되고 있는 것을...


뉴욕 옐로 캡 택시


문득, 뮤지컬 '맘마미아'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 소피가 부르는 'I have a dream'이 떠올랐다. 설렘, 두려움 같은 한 단어로는 어울리지 않는 이 감정은 무엇일까? 강을 건너겠다는 소피의 마음이 그랬을까?




I believe in angels
When I know the time is right for me
I'll cross the stream
I have a dream



10년 동안 건너지 못한 큰 강을 건넜다. 처음에 시도하지 못했을 때는 돈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돈이 어느 정도 생겼을 때는 시간이 없었다. 돈과 시간을 다 갖추기에는 여러 가지 상황들이 가로막고 있었다. 이제는 안다. 완벽하게 세팅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이다. 불완전하더라도 괜찮고, 엇나간 박자라도 괜찮다는 생각이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다.


2월의 추운 겨울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날씨가 참 포근하고 좋았다. 게스트하우스 스탭이 최근 뉴욕 날씨 답지 않게 정말 따뜻하다고 귀띔해줬다. 시차를 적응한다고 잠을 청하기에는 아까운 마음에 캐리어를 내려놓자마자 센트럴파크로 걸어갔다. 스케이트를 타는 쪽에는 하얀 눈 풍경이, 앉아서 수다를 떠는 쪽에는 초록 숲 풍경이 사뭇 대조적이다. 난 이곳에서 어떤 색깔을 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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