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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코치 Mar 27. 2022

첫 뮤지컬은 역시 세계 4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뉴욕에서의 시차 적응은 쉽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뮤지컬을  거라는 기대감이 잠을 깨우며 나를 들뜨게 만들었다. 10 전부터 속에만 품어놨지 머릿속으로는 계획했던 일이 아니었기에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급하게 들고  책자를 보며 오늘 오전은 *TKTS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TKTS : 브로드웨이의 연극, 오프 브로드웨이의 티켓 부스로 뉴욕에 위치하고 있다. 20%에서 50%까지 할인된 금액으로 판매하고 있다. -위키백과-)  


"무슨 뮤지컬을 볼까?

적어도 내가 잘 모르는 뮤지컬을 시도하지는 않을 거야!

왜냐하면 실망하고 싶지 않거든."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움직였다. 어떤 표가 남아 있는지 살펴보다가 '오페라의 유령'이 눈에 띄었다. 세계 4대 뮤지컬이라고 불리는 카메론 매킨토시의 작품, 오페라의 유령은 흥행 보증수표이자 내가 좋아하는 넘버(보통 뮤지컬에서는 곡을 뮤지컬 넘버라고 부른다.)가 많아서 첫 뮤지컬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제스틱 극장 -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50프로 할인된 금액의 티켓을 발권하고 손에 쥐니 심장이 마구 뛴다. 제 값을 다 줬으면 너무 비싸서 심장이 더 뛰었겠지? 란 생각을 하니 웃음이 삐져나온다. 조금만 부지런하게 움직이면 좋은 가격에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매력적이었다. 특히, 나처럼 멀리 외국에서 공부하러 온 돈 없는 여행자들에게는 정말 감사한 시스템이다. 그래서인지 티켓을 구입하려고 서 있는 줄이 꽤 길다. 다들 무슨 표를 구입하는지 궁금해서 귀를 쫑긋하고 들어 보았다. 영어를 잘 못하는 내게 영어가 들리기 시작한다. 관심, 이게 참 무서운 거구나!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뮤지컬 전공이 아니라 연기 전공이다. 누군가는 그게 그거 아냐?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많이 다르다. 음악을 좋아했던 나로서는 딱딱하게 느껴지는 연극보다 뮤지컬의 매력에 더 빠져들게 되었다. 뮤지컬이란 아는 언니가 데려가서 본 대학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처음이었다. 공연이 끝나고도 그 여운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관심, 그 뒤로 뮤지컬에 관심을 엄청나게 갖기 시작했고 그게 뉴욕으로 올 수 있게 만든 힘이 되었다.  


발걸음에  힘이 들어갔다.  극장 '마제스틱 극장' 어떤 모습일까? 몇십  동안  극장에서는 '오페라의 유령' 공연했다니 '오페라의 유령 극장'이라고 불려도 되겠다 싶었다. 한국에서는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할  처음 보았다. 좌석마다 가격이   원씩 차이가 나서 고민을 하다가 겨우 끊은 표를 쥐고 2 멀리서 바라보며, 이렇게 스케일이  공연은 전체 그림을 보는  중요하다며 스스로를 위로했었다. 어? 그런데 마제스틱 극장이 생각보다 작았다. 이렇게 작은 극장에서 거대한 작품을 한다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또르르 떨어지는 내 눈물이 모든 걸 말해줬다. 오페라의 유령 '팬텀'과 사랑에 빠졌구나!

작다고 생각했던 극장은 팬텀의 지하 공간과 집착과 광기로 변한 마음을 잘 표현하기에는 딱이었다. 화려하다고만 생각했던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은 화려함 이면에 보이는 어두움과 내면까지 포함한 탄탄한 작품이었다. 내가 살아온 시간만큼이나 사랑받고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역시는 역시였다. 세계 4대 뮤지컬이란 말 자체가 원래부터 있던 게 아니라고 하던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정말 멋있었다. 수백 벌의 의상, 관객석으로 떨어지는 샹들리에, 무대를  채우는 성량 등등 멋있다는 표현을 붙이기에는 하나도 아깝지 않았지만 그중에 하나를 뽑으라면 단연코 팬텀의 연기였다. 이전에 봐왔을 때는 크리스틴에게 집착하는 듯한 모습에 별로 정이 가지 않는 캐릭터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뭐랄까?  제목에서부터 그가 주인공인지 알겠다. 마지막에 애절하게 바라보는 팬텀의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 조명이 암전으로 스르륵 변해감과 동시에 눈물이  떨어지면서 가슴이 미여졌다. 사랑이란 이런 거구나!


2002년 우리나라 월드컵 4강 경기가 있던 빨갛게 불타던 날에도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 좌석이 매진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적이 있다. 왜 그랬는지 직접 경험해보고 나니 알겠다. 이 감동을 혼자 안고 있기에는 무거웠다. 누군가와 함께 감상평에 대해 엄청나게 떠들어야 하는데 입을 꾹 다물고 있자니 갑갑했다. 늦은 시간, 낯선 거리에 혼자 있는 것이 조금은 무섭기도 했지만 개의치 않고 아주 천천히 걸었다.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뉴욕을, 브로드웨이를, 뮤지컬을, 오페라의 유령을, 팬텀을 담고 싶었다.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오니 방을 같이 쓰는 동생들이  준비를 하다가 상기된  표정을 보고 신기한듯 물었다. 하긴,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동생들은 복잡한 이 도시가 그다지 새롭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현란한 도시의 색채가 내 마음에 불을 지폈다.


"언니 좋아요?" 

"응, 너무 좋아! 나 내일 뮤지컬 또 보러 갈 거야."


그때는 몰랐다. 내가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뮤지컬을 보게 되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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