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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컨 Dec 21. 2023

한국에서 사라진 경영 컨설팅 회사 -올리버와이만

올리버 와이만

올리버와이만은 전 세계에 5,000명의 컨설턴트가 활동하고 있으며 2021년 기준 약 3조 원 (2.5B 달러)의 매출을 올린 중간 규모의 경영컨설팅사입니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에 활동을 시작했는데, 2005년에 서울 사무소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하지만 진출 이후 사업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아서 ADL, LEK 등과 함께 글로벌 브랜드치고는 영향력은 미미한 컨설팅사였습니다. 결국 2020년에 서울 사무소를 폐쇄했고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습니다. 


올리버 와이만


이번 글의 제목은 한국에서 사라진 컨설팅사이지만 올리버와이만 코리아 보다는 올리버와이만 글로벌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해볼까 합니다. 올리버와이만의 한국 활동에 대한 기사가 별로 없기도 하고, 올리버와이만이 소속되어 있는 지주회사인 마쉬맥레넌의 복잡한 구조와 설립 이력이 훨씬 흥미롭기 때문입니다.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를 쓰면서 마쉬맥레넌은 다루지 않았습니다. 회사의 시작이 컨설팅이 아니었기도 하고, 오랜 기간에 걸친 여러 컨설팅사의 합병으로 탄생해서 전체적인 컨설팅의 흐름과는 다소 동떨어졌기 때문입니다. 


# 마쉬맥레넌 = 마쉬 + 가이 카펜터 + 머서 + 올리버와이만


마쉬맥레넌은 보험 서비스와 컨설팅의 두 개의 사업을 하고 있는 지주회사입니다. 2022년 기준 매출 25조 원 (20.7B 달러)을 기록했으며 임직원수는 85,000명에 달합니다. 지주회사 밑에는 4개의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보험 서비스는 마쉬와 가이 카펜터가 하는데, 마쉬는 보험 중개, 가이 카펜터는 재보험 중개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컨설팅에는 머서와 올리버와이만이 있으며, 머서는 HR컨설팅에 특화되어 있고 올리버와이만은 경영컨설팅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 4개 회사가 마쉬맥레넌으로 뭉쳐진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 마쉬 (1905년 설립)

1905년 시카고에서 헨리 마쉬와 도널드 맥레넌이 각자 운영하던 회사를 합병해서 출범한 회사가 마쉬입니다. 


헨리 마쉬는 1885년에 시카고의 보험회사인 RA Waller & Company에 입사합니다. 이 보험회사는 1871년에 설립되었는데 공교롭게도 시카고 대화재(Great Chicago Fire)가 발생한 해입니다. 

1871년 10월 8일의 시카고의 한 헛간에서 일어난 화재는 도시 전역으로 번집니다. 무려 3일간 지속된 화재로 시카고 중심부의 9킬로미터에 해당하는 지역이 초토화되었고, 도시에 있는 건물의 3분의 1이 전소됩니다. 사망자는 300명에 육박했으며 화재로 집을 잃은 이재민은 10만 명을 넘었습니다. 시카고 대화재로 막대한 손해를 입은 수많은 보험사가 파산했는데, 이러한 혼란의 와중에 설립된 보험사인 것 같습니다. 

보험사의 창업자가 1989년에 사망한 이후 헨리 마쉬는 다른 동업자들과 함께 보험사를 인수하고 철강회사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합니다.


도널드 맥레넌은 1900년에 미네소타주에서 보험 대리점을 시작했는데 영업 대상은 주로 철도회사였습니다. 1905년에 헨리 마쉬와 도널드 맥레넌은 회사를 합병하고 사명을 마쉬 앤드 맥레넌으로 정합니다. 마쉬 앤드 맥레넌은 합병 시점에서도 가장 큰 보험사의 하나였으며 미국 전역에 지사를 설립하며 사업을 확대합니다. 


마쉬 앤드 맥레넌은 2021년에 마쉬로 회사명을 변경합니다. 지주사와 자회사가 같은 이름을 사용해서 발행하는 혼동을 피하기 위한 것 같습니다. 마쉬의 보험 서비스는 마쉬맥레넌에서 가장 큰 사업부문입니다. 2021년 기준 13조 원(10B 달러)의 매출을 올려서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 가이 카펜터 (1923년 합병)


재보험 회사인 가이 카펜터는 1922년에 설립되었는데, 1년 뒤인 1923년에 마쉬 맥레넌에 인수됩니다. 

2021년 기준 2.4조 원 (1.87B 달러)의 매출을 올렸는데, 총 보험료 규모가 510억 달러를 넘는 세계 최고의 재보험 브로커 중 하나로 성장했습니다.


# 머서 = 머서 (1959년 합병) + 템플바커 (1987년 합병) + SPA (1989년 합병) + 델타컨설팅 (2000년 합병)


머서는 직원들의 복리후생을 서비스하는 회사로 1945년에 캐나다 밴쿠버에서 설립되었습니다. 마쉬맥레넌은 1959년에 머서를 인수 합병합니다. 인수한 이후 한동안은 머서를 별도의 사업으로 운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경영컨설팅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면서 1975년에 별도의 자회사로 머서를 설립합니다. 


머서를 설립한 이후에 3개의 컨설팅사를 연달아서 인수합병합니다. 1987년에 템플바커, 1989년에 SPA(Strategic Planning Associates), 2000년에 델타컨설팅을 합병합니다. 이들을 차례대로 합병하면서 법인의 이름은 계속해서 변경됩니다. 법인명은 머서 컨설팅 그룹, 머서 델타 컨설팅, 머서 인사 컨설팅 등을 거쳐서 현재는 단순하게 머서로 바뀌었습니다. 


머서는 HR 분야에서 특히 인정받는 컨설팅사입니다. 2021년 기준 6조 원 (5B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직원수는 25,000명에 달합니다. 


# 올리버와이만 (2003년 합병)


올리버와이만은 부즈앨런해밀턴 출신의 6명의 컨설턴트가 1984년에 설립한 경영컨설팅사입니다. 회사 설립의 중심축이었던 알랙산더 올리버와 윌리엄 와이만은 일반적인 경영컨설팅사처럼 제너럴리스트를 추구하지 않았고, 특정 산업에 전문성을 가진 스페셜리스트를 지향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올리버와이만은 금융업에 특히 집중한 컨설팅을 했고, 지금도 올리버와이만의 금융 프랙티스는 꽤나 인정받고 있습니다.


올리버와이만은 2003년에 마쉬맥레넌에 인수되었고, 인수한 이후에 머서 올리버와이만이라는 이름을 쓰기도 했지만 현재는 다시 올리버와이만으로 돌아갔습니다. 2021년 기준 약 3조 원 (2.5B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직원 규모는 5000여 명입니다. 


# 한국의 마쉬멕레넌


마쉬맥레넌의 자회사 중 마쉬가 한국에 가장 먼저 진출했습니다. 국내에 보험중개사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인 1979년에 진출해서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기업의 보험중개와 국내 보험사들의 재보험 업무를 맡아왔습니다. 현재 국내에는 50여 개의 회사가 보험중개 사업을 하고 있는데 마쉬의 사업 규모가 가장 큽니다.


마쉬와는 달리 가이 카펜터는 한국 시장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1988년에 한국에 들어왔는데 2000년 6월 말 사업포기를 선언하고 본국으로 철수했습니다. 가이 카펜터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외국계 보험사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는데, 이는 국내 보험시장의 특수성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국내 보험시장의 경우 자동차보험시장 및 장기보험 등 개인보험의 비중이 매우 큰 반면 기업보험은 전체 시장의 15%밖에 차지하고 있지 않아서 기업보험을 주로 취급하고 있는 이들 보험사들이 정착하기엔 매우 어려운 경영환경이기 때문입니다.


머서 코리아는 1991년 2월에 설립되었습니다. 2022년에 약 200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니 진출한 지 30여 년이 되도록 사업 실적은 신통치 않습니다. 다만 인사 컨설팅에 관해서는 꽤나 인지도가 있는 편입니다. 


올리버와이만 코리아는 마쉬맥레넌의 자회사 중 가장 늦은 시점인 2005년에 한국에 진출했습니다. 올리버와이만이 마쉬맥레넌에 2003년에 인수되었으니, 인수되자마자 준비를 해서 한국에 들어온 것 같습니다. 

올리버와이만은 원래 자신 있는 분야인 금융에 집중했습니다. 신한-조흥은행 합병 당시 핵심성과지표(KPI) 개편, KB국민은행의 KPI 전면 개편 작업 등에 참여했으며, 삼성 계열 금융사를 비롯해 여타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은행 등 다양한 국내 금융기관의 조직·전략·인사·기획과 같은 분야의 컨설팅을 했습니다. 

설립 초기의 컨설턴트는 10명으로 시작했고, 그 이후에도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2016년 이후부터 계속해서 매출이 감소했고, 결국 2020년에 철수를 하게 됩니다. 


상대적으로 약한 브랜드 인지도와 가격 경쟁력 사이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했기에 어쩔 수 없는 결과였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쉽게 느껴집니다. 경쟁사라 할지라도 우리나라 컨설팅 시장이 작아지는 듯한 느낌이라서 썩 달갑지 않습니다. 




이 글은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을 추가하거나, 저자의 감상을 적는 시리즈물의 일환입니다. 시리즈물의 취지와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의 내용은 다음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 B컷#1. 구성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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