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컨설팅 회사에서 누가 어떤 일을 하나?
경영컨설팅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일반 회사의 임원에 해당하는 "파트너", 회사 밖에 나가서 돈을 벌어오는 "컨설턴트", 회사 안에서 운영을 책임지는 "지원인력"입니다.
파트너는 경영컨설팅사의 임원이자 주주입니다.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액센추어, 부즈 앨런 해밀턴과 같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경영컨설팅사는 대부분 비공개회사입니다. 파트너십 형태의 유한회사가 일반적으로 여러 명의 파트너가 자금을 함께 투자해서 회사를 설립/운영하며, 회사의 이윤도 각자가 보유한 지분 비율에 따라 나눠서 가지는 구조입니다.
유한회사의 사전적인 정의에 따르면 모든 파트너가 지분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분 없이 연봉과 인센티브를 받는 "월급쟁이 파트너(Fixed Income Partner)"로 시작해서 실적을 인정받으면 지분을 보유하며 수익을 나눠 갖는 "지분 파트너(Equity Partner)"로 승진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파트너라고 해도 다 같은 파트너가 아닌 셈이지요.
주식회사의 주주가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과 같이 파트너도 파트너 총회에 참석해서 의결권을 행사합니다. 파트너 총회에서는 수익 배분, 파트너 영입, 대표 파트너 선출 등을 논의하며, 참석한 파트너들의 투표를 통해서 결정을 합니다. 특히 2~3년 주기로 벌어지는 대표 파트너 선출이 파트너 총회의 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요한 의사결정은 파트너 총회를 거치도록 되어있지만 일상적인 회사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대표 파트너의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입니다. 대표 파트너 선출을 둘러싸고 치열한 암투가 벌어지기에 경쟁에 참여한 당사자들은 속이 타는 일이겠습니다만 지켜보는 입장이라면 놓칠 수 없는 구경거리입니다.
경영컨설팅사의 정점에 있는 파트너가 되는 길은 "임명"과 "영입"의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내부에서 승진을 거듭한 컨설턴트가 최종적으로 파트너로 임명되는 경우입니다. 컨설턴트와 파트너의 비율을 레버리지(Leverage)라고 하는데,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10명 이상의 컨설턴트를 1명의 파트너가 책임지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컨설턴트의 인당 매출을 3억 원으로 가정하면, 파트너 1명은 30억 원 이상의 사업을 책임지는 셈이죠. 30억 원 이상을 꾸준하게 벌어다 줄 수 있는 컨설턴트라면 파트너가 될 자격이 있습니다.
두 번째 길은 회사 외부의 인재를 파트너로 영입하는 경우입니다. 자체 조직으로는 사업의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거나, 빠른 성장을 목적으로 영업 기회와 컨설턴트를 보유한 경쟁사의 파트너를 끌어들이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매년 3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낼 수 있는 검증된 파트너라면 어떤 컨설팅사도 끌어가고 싶어 하는 좌완 강속구 투수입니다. 이런 파트너라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컨설팅사를 골라서 갈 수 있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컨설팅사가 파트너의 경쟁사 이직을 금지하는 계약을 맺기 때문에 상상만큼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닙니다. 계약을 파기하고 경쟁사로 이직한 파트너는 법적 분쟁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회사 간 소송이라면 그나마 마음이 편하겠지만 파트너 개인을 대상으로 제기된 소송이라면 정말 골치 아픈 일입니다. 이런 분들의 후일담을 들어봤는데, 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특정 분야에서 압도적인 실력과 권위를 보유한 전문가나 고객사 임원, 규제기관의 관료를 영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객사에서 프로젝트를 수주해야 하는 컨설팅의 사업 특성 때문에, 영업에 도움이 되는 저명인사의 컨설팅사 영입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에서도 다루었습니다만 1960년대에 미국의 전략 컨설팅사가 유럽에 진출하면서 택한 전략이기도 합니다.
내부에서 승진하건 외부에서 영입하건, 새로운 파트너의 탄생은 겉으로는 축하할 일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꽤 복잡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파트너는 사업 동반자로서 회사를 함께 키워야 하는 동업자적인 성격과 함께, 지분 비율에 따라서 이윤을 나눠 가져야 하는 경쟁자의 성격이 공존하기 때문입니다. 신규 파트너가 회사 전체의 매출을 늘리는데 기여하더라도, 개별 파트너의 실적에는 악영향을 줄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파트너 사이의 이러한 미묘한 관계 때문에 다양한 갈등이 발생합니다.
매출과 이익이 감소하는 어려운 시기의 책임소재 시비, 일감이 급증하는 시기의 프로젝트별 컨설턴트의 배정 문제, 컨설턴트의 승진에 관한 의견 차이, 고객의 의뢰를 어떤 파트너가 담당할지 결정하는 문제, 핵심 직책을 둘러싼 권력다툼, 파트너 간 지분 조정과 이익 분배 등 파트너 간에 갈등이 발생할 구실은 무궁무진하게 많습니다.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에서 다뤘습니다만 BCG, 베인 앤드 컴퍼니 등의 전략 컨설팅사가 등장한 계기는 파트너 간의 불화였습니다.
컨설턴트는 고객사가 의뢰한 일을 직접 수행해서 돈을 벌어오는 일꾼입니다. 컨설턴트의 직급 구분과 명칭은 회사마다 다소 다르지만 보통 4~5단계로 구성됩니다. 일례로 에이티커니는 비즈니스애널리스트, 어쏘시에이트, 매니저, 시니어매니저의 4단계로 구분하며, 딜로이트는 컨설턴트, 시니어컨설턴트, 매니저, 시니어매니저, 디렉터의 5단계로 구분합니다. 고객사가 업무를 의뢰하면, 파트너가 주관하여 이를 수행할 프로젝트팀을 조직하는데, 컨설턴트의 직급에 따라 역할과 책임 범위가 달라지게 됩니다.
1단계의 신입 컨설턴트는 보조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기본적인 조사 업무를 수행하거나 상위 직급의 가이드에 따라서 보고서의 몇 페이지를 작성합니다. 2단계의 시니어 컨설턴트부터는 좀 더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합니다. 프로젝트의 일부 모듈을 책임지거나 보고서의 한 챕터를 맡아서 작성하는 역할을 합니다. 3단계의 팀장부터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전체 컨설팅 보고서의 작성을 주관하거나 고객사에 대한 보고를 책임집니다. 4단계 이상은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기본적으로 수행하면서, 신규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영업 활동의 비중이 늘어납니다.
일반 회사에 비해서 컨설턴트의 업무 강도는 높은 편입니다.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개선되었고, 프로젝트 별로 편차가 큽니다만 일반적인 경우라면 6시 정시 퇴근은 쉽지 않습니다. 52시간 근무제 이후 일반 회사에서는 거의 사라진 야근과 휴일 근무도 각오해야 합니다. 물론 많이 일하는 만큼 인센티브도 후한 편이며, 일반 직장에 비해서는 빠른 승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과 삶의 균형에 절대적인 가치를 두는 분이 경영 컨설턴트 생활을 오래 하기 힘듭니다. 그래서인지 컨설턴트의 재직 기간은 극히 짧습니다. 회사별로 다릅니다만 저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면 평균 재직 기간은 3년 내외인 것 같습니다.
경영컨설팅사의 나머지 구성원은 파트너와 컨설턴트의 업무를 보조하는 지원조직입니다. 이 지원조직에는 인사팀, 재무팀, IT팀, 총무팀과 같은 일반 기업과 유사한 부서뿐만 아니라, 프로덕션팀, 리서치팀, 지식관리팀과 같이 경영컨설팅사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부서도 포함됩니다.
프로덕션팀은 프로젝트팀이 작성한 보고서의 양식과 디자인을 보완하는 역할을 합니다. 경영컨설팅사는 저마다 고유한 색채, 폰트, 이미지를 사용한 보고서로 경쟁사와의 차이를 강조합니다. 보고서의 한 페이지만 봐도 어떤 경영컨설팅사가 작성했는지 쉽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고유한 정체성은 중요시됩니다. 프로덕션팀은 경쟁사와 다른 고유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문서의 표준을 개발하고, 이를 컨설턴트에게 가이드하는 역할을 합니다.
프로덕션팀의 또 다른 역할은 컨설턴트의 보고서 작성 업무의 지원입니다. 컨설턴트 업무의 대부분은 보고서 작성이 차지하기 때문에 숙련된 컨설턴트는 프로덕션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반 회사에서 전직한 컨설턴트나 신입 컨설턴트는 문서 작성에 능숙하지 않기에 이들을 프로덕션팀이 도와줍니다. 프로덕션팀은 컨설턴트가 작성한 보고서의 초안을 다듬어서 완성도를 높이거나 컨설턴트가 필기로 작성한 내용을 보고서로 옮기는 역할을 합니다.
리서치팀은 프로젝트팀의 조사 업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합니다. 고객사의 의뢰에 따라서 비중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컨설팅은 새롭고 다양한 주제에 대한 조사를 수반합니다. 컨설턴트가 직접 조사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프로젝트팀의 업무 부담이 크거나 보다 전문적인 조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리서치팀이 도움을 줍니다. 리서치팀은 고객이 의뢰한 조사를 대신하거나, 회사 안팎에서 해당 분야 전문가를 찾아서 프로젝트팀에 소개해 주기도 합니다.
리서치팀의 또 다른 역할은 경영컨설팅사가 발행하는 다양한 간행물의 편집입니다. 전통적으로 경영컨설팅사는 고객사의 경영진과 업무 담당자가 관심을 가질 주제에 관한 독창적인 경영 이론을 소개하는 정기 간행물을 발간해서 자사의 전문성을 홍보해 왔습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BCG 전망 (BCG Perspective)>, 아더디리틀의 <프리즘 (Prism)>, 맥킨지앤드컴퍼니의 <맥킨지 쿼털리 (Mckinsey Quarterly)>, 딜로이트의 <딜로이트 인사이트 (Deloitte Insights)>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러한 간행물의 내용 대부분은 컨설턴트들이 작성하지만, 간행물의 기획, 편집, 발행 과정은 주로 리서치팀이 주관합니다.
지식관리팀은 컨설팅 결과를 정리하고 공유하여 컨설턴트가 참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합니다. 컨설턴트가 익숙한 산업 분야의 컨설팅을 수행할 때는 참고 자료의 필요성이 적고, 자신의 경험만으로 충분합니다. 그러나 컨설팅사는 다양한 산업의 업무를 의뢰받기 때문에 컨설턴트가 항상 익숙한 주제의 컨설팅만 만나기는 어렵습니다. 생소한 분야의 컨설팅에 참여한 컨설턴트에게 유사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큰 역할을 합니다. 일부 컨설팅사는 컨설팅 결과물의 사내 공유를 촉진하기 위해서,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때 컨설팅 결과물을 의무적으로 제출하기도 하기도 합니다.
프로젝트의 이력 관리도 지식관리팀의 몫입니다. 어느 고객사에서 얼마나 많은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했는지는 컨설팅사의 실력을 판단하는 데 매우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무형의 서비스인 컨설팅의 품질을 고객사가 판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업계 선도 기업에서 유사한 프로젝트를 했는지는 컨설팅사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지식관리팀은 컨설팅사가 수행한 프로젝트의 정보(고객사, 기간, 범위, 결과, 수수료 규모 등)를 수록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영업에 활용하도록 지원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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