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
희한한 기사를 보고 올리는 글입니다. 래티스(Lattice)라는 HR 솔루션 기업의 CEO인 사라 프랭클린이 자사의 조직도에 AI를 디지털 근로자로 등록하고 일반 직원과 동일하게 취급하겠다고 선언했다가 회사 안팎의 반발에 직면해서 며칠 만에 철회했다는 기사입니다. 이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어서 검색해 보니 정말입니다. 회사의 블로그에 그녀가 7월 9일 자로 올린 거창한 글이 있고, 그로부터 불과 3일 뒤인 7월 12일 자로 이를 철회한다는 업데이트가 기재되어 있습니다.
이런 건을 래딧이 놓칠 리 없습니다. 래딧에 올라온 글은 멍청한 CEO를 비웃는 글로 가득합니다. 인공지능 직원을 도입할 것이 아니라 정신 나간 CEO나 바꾸라는 야유가 대부분입니다. 그녀가 얼마나 강심장인지는 모르겠으나 국제적인 조롱거리가 되었으니 퍽이나 당황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악플이라도 무플보다는 났습니다. 일시적으로 조롱거리가 되었을지언정 회사 홍보는 확실하게 했으니 남는 장사입니다. 저 같은 사람도 Lattice라는 회사 이름을 알게 되었고 회사 홈페이지까지 들어가게 했으니 말입니다. 그녀의 진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적어도 회사와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데는 확실하게 성공했습니다.
이 건은 3일 만에 끝난 해프닝이었지만 어쩌면 근 시일 내에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공지능이 정말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할까요? 인공지능에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들은 어떻게 생계를 이어 나가야 할까요? 사람들이 일을 하지 못해서 돈을 벌지 못한다면 사회 경제가 유지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19세기에 일어났던 러다이트 운동을 다시 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시 도입된 방직기로 일자리를 잃을 위협에 처한 노동자들은 기계를 파괴하거나 공장주를 위협해서 기계 도입을 막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일자리를 지키려 했습니다. 기술 발전이 노동의 권리를 위협하자 벌어진 현상입니다. 비록 러다이트 운동에도 불구하고 기계화의 흐름은 멈추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현재에도 기술에 대항하는 노동자의 저항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항만노조는 9월에 대대적인 파업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항만 운영사와 해운사가 자동화 기술을 적용해서 노조원들의 노동력 없이 트럭을 배치 운용하고 있는데 이는 노사 협약 위반이라는 주장입니다. 하필이면 추수감사절 전에 물류의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에 예고된 파업인지라 물류 대란이 벌어질까 봐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인공지능의 파괴력은 자동화보다 훨씬 광범위합니다. 영국의 방직공, 미국의 항만 노동자에 국한하지 않습니다. 제조업만이 아니라 전 산업의 문제이며, 국가 단위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이슈입니다. 영국의 러다이트 운동, 미국 항만 노동자의 파업을 넘어서 전 세계의 노동자가 들고 일어서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공지능에 저항하는 새로운 프롤레타리아 선언을 외치면서요.
하나의 유령이 전 세계를 배회하고 있다. 인공지능이라는 유령이. 기득권을 가진 모든 세력들, 즉 기술에 미친 테크 자이언트와 탐욕스러운 자본가, 실적에 목맨 경영자들과 친 기업적인 성향의 정부가 이 유령과 함께 신성 동맹을 맺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다.
지배계급들이 인공지능으로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지 못하도록 벌벌 떨게 하라! 프롤레타리아가 혁명에서 잃을 것이라고는 쇠사슬뿐이요 얻을 것은 세계 전체다.
만국의 노동자여, 궐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