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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율 Sep 24. 2023

2023 섬머소닉 1. 땡볕 아래 광기

2023 SUMMER SONIC OSAKA

땀 흘리는 것도 그을리는 것도 극도로 싫어하는데 35도의 오사카를 다녀왔다. 제일 많이 받은 질문, 더워서 힘들지 않았냐고, 더웠다. 힘들었다. 온몸에 땀은 줄줄 나는데 피부가 바짝바짝 타서 옷이나 모자를 벗을 수는 없다. 더워서 입맛이 없지만 물과 맥주만 마시다 쓰러질까 봐 음식을 사서 바닥에 쭈그려 먹는다. 객석이나 길에서 뿌려주는 물은 흡사 생명수다. 사람들이 흩어지는 물아래 모여든다. 한국의 페스티벌처럼 피크닉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스테이지와 스테이지 사이의 거리는 도보로 10분이 넘는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장거리 도보 여행 떠나는 사람 행색을 하고 스테이지 사이를 오간다. 페트 물병을 한가득 담은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객석에서 음악을 감상하는 사람도 있다. 이 모습들이 정말 웃기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는 나도 웃기다. 페스티벌인 듯. 생존게임인 듯. 아리송하다.


가만히 있으면 더 덥다. 더위를 잊으려면 무대 앞에서 밴드를 보고 음악을 들어야 한다. 내가 라이브 공연을 좋아하는 이유는 음향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귓구멍과 이어폰 사이 거리가 라이브 공연장의 아티스트와 나 사이의 거리보다 가까워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어폰의 깔끔한 음원은 현장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는 연주와 사람들의 호응이 섞여 만들어지는 소리를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 스테이지가 한여름 오후의 태양을 마주 보고 있다. 태양을 등진 관객보다 무대 위 연주자가 더 더워 보인다. 아티스트가 바다를 건너 더위를 뚫고 무대에 선 이유가 이 많은 사람들 때문이라는 게, 그 인파 속에 나도 있다는 게, 코로나와 함께한 유튜브 영상 속 드론으로 찍은 광경을 내가 만들고 있다는 게 새삼 감격스럽다. 여기에 맥주 한 모금 딱 들어가면 더위로 인한 불쾌감과 2만보를 걸은 발바닥의 고통이 모두 잊힌다. 섬머소닉은 다른 쾌적함을 0으로 만들어서 음악과 맥주의 쾌락을 극대화하려는 건 아닐까. 내가 블러를 보면서 맥주를 마시고 있다니, 이 얼마나 건방지고 말도 안 되는 풍경인가.



공연을 가기 전에는 지미집으로 깔끔하게 찍은 영상만 찾아보다가, 직관 후에는 관객이 폰으로 찍은, 대흥분이 묻어난 영상을 찾게 된다. 마구 흔들리고 화질도 음질도 구리고 찍는 사람의 환호성까지 녹음된 폰 비디오들. 내가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저화질, 저음질, 흔들림, 환호성조차 훌륭한 연출이 된다. 오히려 생생해. 내 폰에 있는 영상도 모두 그 지경이다. 전혀 모르지만 한 공간에 있었던 사람과의 공감대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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